날씨가 추워지면 우리는 흔히 말한다. ‘따듯하게 입고 나가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걸?’ ‘젖은 머리로 밖에 나가는 것은 감기를 부르는 행동이야!’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감기에 걸리는 것은 기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감기 바이러스를 옮겨 받는 것이다. 겨울에 감기에 자주 걸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주로 실내에 머무는 까닭에 바이러스를 옮겨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내는 감기에 대한 나의 주장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듯 감기에 관한 통설과 같은 것들을 늘 듣고 산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계속 듣다보면 하나의 사실이 되어 가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아시안 챔피언스리그에 나간 K리그 구단들의 이야기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계속 듣는 우리도 언제부터인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면 정말 지옥 같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돼’라고 여기게 됐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게 정말 죽도록 힘든 일정일까?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뛰는 것이 쉽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는 구단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힘든 일정이 아닐 지도 모른다. 어쩌면 감독, 선수, 구단관계자들이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저 변명일 수도 있다.
새로울 것도 없다. 주중에 중국, 싱가폴, 인도네시아에 가서 경기를 한 뒤 주말 K리그 경기에서 패한다면, 주중 경기로 인한 컨디션 난조를 언급하지 않을 감독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K리그 팀들의 AFC 챔피언스리그 스케줄을 자세히 보면 소화하지 못할 만큼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유럽으로 눈을 돌려 아스날의 경우를 보자. 아스날은 4월 4일부터 29일까지의 25일 동안 8경기를 소화하는 중이다. 그들의 상대는 맨유, 리버풀, 첼시, 비야레알 등인데, 그 중에는 주중에 열린 스페인 원정 경기도 포함되어 있다. 시즌 막판 25일 동안 8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스케줄이다.
아스날은 4월 이전까지 이미 48경기를 소화했다. 리버풀과의 4-4명승부는 아스날의 시즌 56번째 경기였다. 또한 아스날 주전의 대부분은 국가대표로서 A매치가 있을 때마다 조국으로 불려가는 신세들이다. 게다가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네덜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우크라이나까지 원정을 떠나야 했다.
물론 아스날은 전 세계적인 빅클럽 중 하나고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돌릴 여력이 있다. 하지만 아스날의 스쿼드는 단 29명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이는 K리그 구단들의 평균적인 스쿼드보다 작은 숫자다. 또한 이미 40경기 이상을 소화한 아스날 선수들의 체력이나 몸 상태는 K리그 선수들보다 훨씬 떨어져 있다. 아스날은 4월에만 8경기를 치를 예정인데, 울산은 3월초부터 지금까지 8경기를 소화했다.
따라서 3일 마다 경기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는 귀네슈 감독이나 호주 원정을 위해 1군을 쉬게 하는 울산의 소식을 접하며 ‘우리가 감독이나 선수들의 말을 너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빠지게 됐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들은 보통 4주 동안 6경기를 치르게 된다. 우리는 그 중 한 경기만이 해외 원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수원과 서울의 경우 중국까지의 비행은 광주나 창원까지의 여행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게 정말 그토록 끔찍한 스케줄인가?
그 4주에는 6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는 기간도 2번이나 포함되어 있다. 한주 내내 체력 회복과 훈련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A매치 일정이 있기는 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 참여 중인 4팀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선수들의 체력이 충분한 시즌 초반이다. 10월이나 11월이었다면 체력 문제가 이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래야 할 시기가 아니다. 지난 겨울의 3달 동안 대부분의 선수들은 프로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고, 체력 훈련과 휴식을 반복했다.
옆 나라 일본도 생각해보자. J리그 팀들은 K리그 팀보다 6경기가 많은 34경기의 정규 시즌을 소화한다. K리그 팀들은 챔피언스리그 6경기를 다 합쳐야 J리그의 경기수와 엇비슷해 질 수 있다. 컵대회에 대한 J리그 팀들의 태도도 비교적 심각하다. 국토의 크기를 볼 때 국내 리그를 위한 여정도 한국보다는 더 힘들 것이 틀림없다.
감바 오사카는 이번 시즌 이미 11경기나 치렀고, 다음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3번의 리그 스케줄을 더 소화해야 한다. 한편 서울은 2번의 리그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1경기 차이라고 해도 이 경우에는 그 영향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감바는 J리그에서도 4위로 순항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K리그의 4팀은 국내에서도 최강이어야 정상이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명 감독의 지휘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챔피언스리그의 스케줄이 힘들다’며 스스로를 변호하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는 감독과 선수들이 이러한 변명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덮으려 하는 행동을 결코 보고 싶지 않다.
28일 동안 6경기를 치러낼 수 없다면, 프로 축구를 할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더 많은 듀어든 칼럼을 보고 싶다면 → http://news.nate.com/hissue/list?mid=s0304&isq=3129
http://news.nate.com/view/20090423n06290?mid=s0304&isq=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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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뼛속깊이 스미는 말이군요.. 지금 빡빡한 스케줄 변명을 할만큼 챔스 출전팀들이 너무 성적이 저조해서.. 명문팀들다운 몸값에 맞는 경기를 기대합니다. 어찌됫건 듀어든 씨의 정곡을 찌르는 글 잘 읽었습니다.
듀어든님의 말씀도 맞지만 귀네슈감독님이 인터뷰했을때 일정이 어려운건 사실이지만 유럽리그를 예로 들면서 이걸 이겨내야 명품팀이 된다..뭐 이런식으로 인터뷰했던거 같은데..
ㄷㄷㄷ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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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리그 둘다 우승경쟁했던 2007년의 성남,우라와가 대단해보이네요ㄷㄷ
챔스리그에 출전하는 팀들에게 어드벤티지는 없었죠...컵대회 예선리그만 해도 경기수가 꽤 될텐데..애초에 아챔참가팀들이 아챔32강전 치룰때 컵대회에 참가하는 국내프로팀들도 똑같은 일정에 컵대회를 치뤄야 했습니다...그럼 다들 힘든게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챔스진출팀들이 덜 힘들었겠죠...지금 아챔진출한 4팀 모두 성적이 좋은게 아니니까요..
모든내용에 다 공감되는건 아니지만...전체적 틀에는 좀 다른의미에서 공감가네요...시즌초반부에 수없이 나왔던 일정이 빡빡해서 성적이 부진하고 어쩌고 하는 기사들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었는데...그걸 굳이 빡빡한일정만을 탓할수는 없죠...ACL에 참가하는 다른국가들의 팀들이 모두 쉬면서 아챔에만 참가하는건 아니니까요...(호주의 경우는 지금이 휴식기일테지만...)가까운 나라들 J리그,슈퍼리그만 봐도...그들도 리그를 소화하면서 대회에 참가중이죠...하지만 그팀들은 K리그의 아챔참가팀들에 비해선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이었죠...지금은 그들도 판도가 변화중이긴합니다만...
가와사키는 중위권에 머물고있고 초반 3연승으로 1위를 질주하던 톈진은 포항전 패배이후 3연패인가? 내리막길을 걷고있는중이죠...다만...해외전문업체에 의뢰까지 해가면서 아챔진출팀의 일정을 최대한 배려했던 J리그에 비해서 많이 아쉬운건 사실입니다...참가팀들의 일정이 빡빡하지 않다는건 아닙니다...빡빡하긴하지만...다른리그의 팀들도 빡빡한 일정속에서 성적을 내고 있으니...굳이 일정만을 탓해선 안될듯 하네요..
그래도 듀어든씨의 마지막말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드네요...5월일정은 27일간 8경기를 치르는 팀도있고...24일간 7경기를 치르는 팀도 있는걸로 압니다. 그리고 6경기도 6경기 나름이죠...장거리 원정이 중간중간 섞여있다면...컨디션조절이 쉽지는 않을겁니다...
듀어든씨의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K리그 구단들이 주전 선수들을 잃는 것은 아닌지요? FC서울의 경우 노련한 주전 선수 였던 이을용 선수의 이적으로 미들필더와 수비에서의 문제가 발생했고, 울산도 초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엔 없었던 것도 주전선수들의 부상과 이적으로 조직력이 채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기 때문입니다. 포항도 작년 아챔에서 부진한 것도 주전 선수들의 대거 이탈과 부상이고요.
포항이 작년아챔에 부진했던 이유가 주전선수대거이탈은 아닌듯 싶습니다...주전이탈이라고 해봐야 정성룡선수 한명이었습니다...최태욱선수는 감독의 전술에서 제외되다 시피했었고, 김성근선수도 07시즌말미에 부상으로 빠진후 김광석선수에게 주전을 내줬었구요...나머지 이적선수도 비주전급이었죠...다만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많이 교체가 되었고(후보선수와 2군위주로...)새롭게 온 선수들이 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었고...FA선수들의 재계약이 늦어진것과 대표팀차출로 인해 베스트11이 제대로 함께 동계훈련을 하지 못했던 부분도 이유겠죠...
작년 포항부진은 극도로 부진했던 외국인선수, 베스트11이 제대로 동계훈련을 하지 못했던것, 국제대회 경험부족 이라고 생각됩니다.
작년의 아챔 부진은 주전용병들이 모두 빠지고, 알-파 용병의 변경으로 인한 조직력 와해 및 용병 자체의 문제점이 아닌가 싶네요
일리가 있지만 맨유서 대륙으로 날아가는데 5시간 안쪽이면 충분하지만 서울이나 부산서 호주까지 갈려면 10시간 넘게 걸리는건 고려를 안했나 보네..그리고 인종적인 차이에서 오는 피지컬적인 부분도 고려를 덜한거 같고..
피지컬적인 문제는 어쩔수없는 부분이죠.고려할래야 할수가없는 부분임
호주원정만 제외하면 그다지 힘든일정은 아니죠. 사실 가장 힘든 일정을 치러야 하는 팀들은 호주팀들이죠. 원정 3경기가 모두 동북아...
뭐 틀린말은 아니지만 비교대상이 좀.... 맨유 리버풀 이런팀은 주전 비주전간의 실력차도 많이 안나고 선수층도 두텁고 워낙 3일간 경기에 길들여진 팀이라서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는 좀 그렇죠.. 핑계를 댄다기보다는 얼른 이런 스케쥴에 익숙해져야할듯...
솔직히 나도 그래생각했음,
흠흠,,,내생각은 비행기좌석이 이코노미석이냐, 비지니스석이냐..그차이 같은데^^:;이코노미석타고 몇시간동안 비향기타면 솔직히 피곤하죠,,아닌가요?ㅋㅋ단순하게 생각하심 됩니다..구단마다 다 차이도 있죠,,국제경기 경험이 있는팀과 없는팀 차이랄까??구단에서 얼마나 선수들이 비행기타고 이동할때 시차의 영향이나 피로를 덜받고의 차이,구단에서 얼마나 해외원정을 잘 준비하냐에 달린거 같습니다,,
굳.
글쎄요? 유럽은 이런 상황에 대비가 되 있지만 K리그는 올시즌이 처음입니다. 당연히 선수나 감독이나 힘들조..
음.. 맞는말.... 우리팀애들 더 성장해야할듯;
주식이 고기인 유럽 애들이나 한주에 2경기(연습경기같은것 말고 실전) 연속 잘뛰지, 한국선수들중 한주 2경기 모두 잘 뛰는건 힘들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한주2경기 연속으로 잘뛰는건 거의 못봤음...
추우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저항하기 힘든 탓도 있는데..
예전처럼 중동원정 가는것보다 지금이 훨씬 나은데... 전북 왈 "우리땐 안 그랬어 이거뜨라~~"
전북이 힘들게 우승한것은 맞지만 전북은 그당시 아챔과 리그를 병행하기 힘들어 아챔을 포기한다고 했었다가 팬들에게 질타를 받고 열심히 해서 아챔에서 끈질긴 승리를 보여줬고 반대로 나중에는 리그를 확실하게 포기했었습니다
전북은 뭐 칭송받은 일정이였어요.. 8강 상하이 4강 울산.. 다른팀은 8강부터 막 중동간다 뭐한다 할때 전북은 8강 4강을 모두 가까운곳에서 했으니까
박주영님 아챔 포기한 거 아닙니다. 구단과 회사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비리로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구단 운영비를 지원 받기 어려워서 그랬던 거에요.
2003시즌에는 정규리그만 44경기를 뛰었었는데... 그사이에 선수들 체력이 약해진건가...
분명한건 시차와 비행거리의 압박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시차는 한시간 밖에 나지 않습니다.(그것도 경도상으로 영국이 오히려 더 동쪽인데도 불구하고요) 그렇지만 서울이간 인도네시아와는 3시간 차이죠, 거기다 중국원정 쉽다고 얘기들 하지만 막상 원정 응원 다녀온 사람들 얘기에 의하면 살인 적인 황사와 이상한 기후등 한국과 한시간 거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정도의 현지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나 호주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챔이 UEFA 챔스보다 힘든 이유는 원정거리 + 기후 + 시차 이 3가지 요소가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중동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무조건 변명으로 보이진 않네요
다만 체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컨디션 난조와 집중력의 결여등 전체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얘기했으면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휴식일이 존재하는 현재의 일정상 지속적으로 아챔일정과 체력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현재의 일정을 현명하게 조정하였으면 아챔 참가팀들의 부담이 현격하게 줄어들었을 텐데 그런 배려를 전혀 해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아챔일정 자체도 일정부분 J리그 팀들에게 유리하게 짜여져 있는 현상황을 보자면 국내리그에서 조차 전혀 배려해주지 않았다는 점은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고 연맹은 정신좀 차려야 합니다
아이고 전문가들 나셨네....그냥 연맹 취직해요 다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