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었습니다. 항저우 엔~ 퉁샹~~~!^^*

[astrover]

안녕 하십니까? 저 혹시 기억하시는 분 계십니까? 1년 전만 해도 이곳 대전지부에 얹혀서 놀던(?) astrover입니다. 작년 가을 황망히 올라오는 바람에 여러분들한테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꺼져(?)버렸던 바로 그 자, 맞습니다 맞고요!^^*

진병훈 지부장님과는 가끔 연락이 닿는 기회가 있어서 대전지부의 소식은 아주 가끔이지만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우연히 진 지부장님과 연결된 통화에서 지난 항저우에서 있었던 대전지부 개기일식 원정대의 드라마틱 관측 성공기를 듣고 그 생생한 소식과 사진이 이곳 카페에 다 올려져 있다는 자랑(?)의 말씀에 이끌려, 또 그동안 보고 싶었던 얼굴도 많이 생각나서 참 오랜만에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역시 방가운 얼굴들이 모두 그대로 계시는군요!

방~~갑~ 씀~니다~~~ 방갑~ 씀니다! ♪♬ 이~렇게 만나니 빵~~갑~ 쓰음~니다~~~! ^^*

전 현재 서식지가 서울이다 보니 이번 개기일식 관측도 서울경기지부 원정대 소속으로 다녀왔습니다. 잘 하면 통샹에서 여러분들과 극적인 재회를 할 수 있었고, 밤새워 그 재회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애뜻한(?) 기회도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순간의 하늘과 저희 서울경기지부 베이스캠프 입구까지 오셨던 여섯 분의 선택에 따라 그 운명은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대전지부 대표 선발대 여섯 분이 저희 캠프로 오신다길래 굉장히 기대를 하고 기다렸었는데 바로 입구까지 오셨다가 유턴을 하셨다는 비보를 접하고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통샹의 회군! 그때 유턴하셨던 여섯 분은 누구셨나요?

그때 까지만 해도 도저히 대책 없을 것 같이 암담했던 하늘이 다음날은 그래도 딱 때맞춰 열리는 기적을 일으켜 대전이나 서울이나 모두 벅찬 감동을 먹고 돌아 왔으니 천만다행입니다.

서로 궁금했던 상황들이 이제 이렇게나마 소식을 공유하게 되고, 모두 다 나름대로 이번 개기일식 관측은 성공하고 온 것이 확인되고 있으니 더없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래는 서울경기지부 관측기입니다. 서로 궁금했던 터이니 참고가 될까 해서 첨부해 봅니다. 서울경기지부 원정대는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관측을 했는지 제가 나름대로 후기를 써본 것입니다. 서울경기지부 홈페이지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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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샹의 축축한 판타지 - 2009년 7월 22일 개기일식 관측기

축축 하면서 기분 좋은 일 별로 없습니다.

축축 하면서 즐겁고, 축축하면서 행복하고, 축축하면서 쾌락을 맛 볼 수 있는 황홀한 찬스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혹시 축축한 가운데 짜릿한 쾌감, 환희를 맛보신 적 있습니까?

없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혹시 축축한 느낌과 함께 완죤히 황홀경에 빠져 든 적 있습니까? 축축한 상태에 몰입해서 완죤 홍콩 가 보신 적 있으세요?

없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ㅋㅋㅋ

저는 이번에 지대로 느꼈습니다, 그 축축한 행복을! ‘후아쫭 셩타이 농예위엔’의 젖은 잔디에 누워!!!

서울경기지부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동향 개기일식 원정대의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되어 지원했었습니다. 까다로운 자격 심사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사리 선발 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3개의 원정단 중 가장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엘리트 원정대, 서울경기지부 원정대입니다! 그 대원들의 지적 수준과 성적(星的) 민감도 및 성(星) 능력은 감히 타 팀과의 비교를 거부합니다. 특히 여성 대원들의 미모는 국내 타 팀은 물론 현지에서 만난 일본팀이나 유럽 팀과도 비교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가장 물 좋은 원정대 였다는...ㅋㅋㅋㅋ

샹하이의 하늘은 뜨거웠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은 샹하이 기상역사 136년 만에 최고의 폭염을 기록했고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3도 였다고 합니다. 워메~ 그 폭염 속에서 우리는 여산천문대의 산꼭대기를 걸어올라 갔으니...

그렇게 많은 땀을 흘려 보기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온 몸이 축축해진 건 당근이죠. 그래도 좋다고 올라간 것이니 이것도 축축한 행복의 하나인가요? 그런 우리를 보고 그곳 사람들은 이렇게 말 했겠죠? “니들이 고생이 많다!” 그 사람한테 우리는 또 이렇게 답해주면 되겠죠?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이틀간의 관광으로 소일 하면서 결전의 그날을 대비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뱃놀이에 빠져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 지국총 앗싸라비아” 하면서... 발 맛사지도 받았죠? 이것도 ‘축축한 행복’의 하나 였습니다. 약탕에 발을 담갔다가 로션을 발라 맛사지를 해주는 축축하고 미끄덩한 감촉. 축축하지만 기분 좋은 촉감이었죠?^^* 기왕이면 발 위의 다른 곳도 좀 더 받았으면 좋으련만...^^

일식 이브, 21일 저녁 우리들은 바로 그 타겟 싸이트에 입성했습니다. 후아쫭 셩타이 농예위엔!

버스에서 내려 습관적으로 쳐다 본 하늘은 어째 좀... 거시기 했습니다. 아따~ 거~ 워쩨 참 쪼께 거시기 하요 잉! 하지만 그 정도에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만찬까지 즐겁게 했습니다. 이기자 교수님께서는 야간 당직자들의 야참에 대비하기 위해 비닐 봉지 하나를 들고 전 식탁을 돌면서 식사에 나왔던 새끼손가락만한 고구마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재고(?)가 얼마 없자 말이 안 통하는 종업원들과 바디 랭귀지를 하시면서 충분한 양을 확보 하시는 열의를 보이셨습니다(결국 베이스캠프 까지 운반은 제 몫이 되고 말았지요^^).

이때부터 문제는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만찬 후 공원 잔디 밭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기위해 장비를 이동하던 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이거... 뭐 이레?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바람직하지 않아! 야~ 지금 비가 오면 우짜노? 주변에서 약간의 동요가 일어나는 듯 했습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대략난감!

하지만 여기서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지휘부’의 결정에 따라 일단 베이스캠프로 이동했습니다. 빗방울은 쉽게 멎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열심히 텐트를 설치했습니다. 일단 장비는 들여 놓았지만 기상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갔고 급기야 천둥번개가 무서운 기세로 작렬합니다. 보통 번개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사고의 위험에 대비해야할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이 이쯤 되니 이제 내일 일식 관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모두들 부정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아~ 이것도 정녕 ‘미실의 뜻’이란 말인가?

“두려우냐? 그럼 나가거라! 개기일식을 보러 갔다가 못 볼 수도 있다. 사람은 원래 실수할 수가 있다. 하지만 미실의 사람은 실수할 수가 없다!”ㅋㅋㅋ 우리는 미실의 사람이 아니니 실수해도 되기는 하지만...ㅎㅎㅎ 근데... 어이~ 미실! 혹세무민 하지 말어! 북두의 여섯 번째 별은 원래 쌍성이여~! 정확히 말하자면 겉보기 이중성이라고 햐~! 그거 미자르와 알코르여!! 그리고 일식과 월식은 원래 정해져 있어! 니덜이 계산을 할 줄 몰러 그렇지! 사다함의 매화는 개뿔 무신......ㅎㅎㅎㅎ 책략만 일삼지 말고 책력을 보라구!^^

그 무시무시한 천둥 번개가 치는 현장에 바로 우리 옆 자리를 예약했던 일본팀은 벌써 포기하고 철수했다고 합니다. 독일팀도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미 초저녁에 여덟시간 거리의 다른 사이트를 찾아 후저우 쪽으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서 지금 ‘번개관측’에 열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계장 하다가 불나면 통닭 구이집 차린다더니 개기일식 보러갔다가 번개치니까 번개같이 번개관측팀으로 전환, 번개 번개관측을 시작했습니다. 번개처럼 번개관측을 시작한 우리 번개팀의 번개능력은 가히 유상무 상무를 능가합니다!ㅎㅎ 이거... 왠지 씁쓸 하구먼!^^*

외국인들은 번개치고 폭우가 쏟아질 것 같으니 바로 철수 하는데 우리는 번개치니 번개 관측하자고 모두 거기 카메라 설치하고 번개 촬영에 여념이 없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천하태평 낭만 사진사들, 좋게 말하면 여유있고 배짱 좋고 겁 없는 모험가 들이며, 나쁘게 말하자면 심각한 무대뽀 안전 불감증인 것입니다.^^

“내일은 내일이고 일단 지금은 멋있는 번개 사진이나 찍어보자!”라는 목표에 불타는 사진가 뒤편에서는 또 다른 긴박한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었으니, 관련 첩보와 정보수집, 분석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본 원정단의 총사령관 오성진 선생님과 원정대장 조영우 선생님을 주축으로 중국, 한국을 포함해 모든 연락 가능한 곳의 모든 기상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단’을 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마 오 선생님 로밍요금 엄청 올라갔을 겁니다.

만약 여기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지만 크게 멀지 않은 거리에 혹시 맑은 곳이 있다면 긴급 ‘유목’을 시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습니다. 반경 200~300km이내는 ‘거의 가능성 없음’으로 결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기상정보와 주변에 포진해 있는 다른 팀들의 주요 인사들과의 통화 결과에 따르면 항저우 비, 샹하이 폭우였고 특히 샹하이에 숙소를 두고 다음날 우리 팀 옆으로 관측 오기 위해서 현장답사를 오던 대전지부의 진병훈 지부장님을 비롯한 지휘부 주요 인사들도 거의 근처까지 왔다가 더욱 심해지는 천둥번개에 놀라 그만 유턴을 하고 말았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결론은 명쾌하게 났습니다. 결국 빼도박도 못하게 된 걸로... 고저 미실의 뜻, 아니 하늘의 뜻을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걸로!

개기일식 함 보겠다고 큰맘 먹고 이곳 중국 땅 까지 왔는데, 이게~ 뭡니까?

이제 걱정은 “밤새 폭우를 염려하여 지금 이 비 맞으면서 모든 장비를 완전히 철수 시키느냐, 아니면 텐트 하나로 내일까지 버텨 보느냐”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야밤에 비 맞으며 그 엄청난 장비들을 철수 시키는 것도 보통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모두들 지쳐 있었구요. 결국 원정대장 조영우 선생님의 “끝까지 캠프를 사수하자!”라는 의견이 채택되어 최정예병력 두 개 조가 편성되었습니다. 한 개 조는 조 대장님과 함께 철야 캠프를 수호하기 위해 현장에 남았으며, 새벽에 오 사령관님의 직할 조와 교대를 하기로 하고 우리는 모두 작전상 후퇴를 감행 하였습니다. 밍텐찌엔!

그 와중에서도 ‘개방본(개기일식 중개방송 본부)’에서는 박명덕 본부장님을 중심으로, 그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우리 원정대의 개기일식 관측 준비실황을 송출하는 개가를 올렸습니다. 물론 시청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게 ‘옥의티’이긴 했지만...

이렇게 열악한 방송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전세계에 송출한 우리의 개방본 라이브 영상이 뜨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여의도 쪽에 그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그노무 의원나리들이란 작자들이 ‘미디어 법’가지고 그 X랄을 하고 있었으니 우리의 미디어가 뜰 택이 있나! 이런 뒌장! 뷁!!

그 꼴을 보는 전 국민들과 세계인들은 한결같이 “이 죽일 놈의 한국 정치인들!”을 외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비난 사안에 대해서도 여야는 여전히 입장을 달리했다고 합니다!-_-;;

어쨌든 그 실황 중계방송에서는 ‘유일한 유경험자’라는 이유로 저에게도 이너뷰 기회가 주어졌는데, 전 이렇게 외쳤던 것 같습니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이역만리 중국의 동향 화장 생태공원에 위치한 대한민국 아마추어천문학회 서울 경기지부 개기일식 원정단 베이스캠프입니다. 일식 이브, 내일 개기일식 관측을 앞두고 지금 이곳에서는 그 전야제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지금 이 현장이 보이십니까?” 까지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접속자가 한 사람도 없다 카고, 아무 한테도 이게 보일 택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쫌 거시기 하더군요.

근데 저의 이 멘트,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지 않습니까? 저도 얼떨결에 떠들고 나서 보니 이건 과거 제 어린시절 너무나 감동(?)적으로 듣고 자랐던 바로 그 ‘주옥같은(?) 멘트’였습니다.

“고국에 계신 동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이역만리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 국립 경기장입니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이미 예고해 드린 바와 같이 잠시 후 이곳 콸라룸푸르 국립경기장에서는 제31회 메르데카컵 축구대회 결승전, 우리 한국 대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대 우리 한국의 경기가 벌어지겠습니다. 저희 MBC 문화방송에서는 이 경기를 인공위성을 통해 우주중계 해 드리겠습니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여기는 이역만리......” ㅋㅋㅋㅋ

아나운서의 멘트는 언제나 똑같았지만 그 때마다 우리는 흥분했었고 가슴이 설레이며 뜨거운 애국심이 끓어올랐었습니다! ^^* 젊은 분들은 이게 도대체 무신 소린가 하시겠지만 오 선생님 연배 이상의 오빠(?)세대에서는 생생하게 기억되는 아련한 추억의 일편일 것입니다.^^

이 때 축구 중계를 젤 어설프게 했던 아나운서는 변웅전!ㅎㅎㅎ 요즘 의정활동은 잘 하시나?^^

운명의 시간이 왔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 할 때는 깨끗이 이쪽 저쪽을 모두 딲고, 머리 빗고 옷을 입고 관측하러 갑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습니다. 밤새 내렸습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이 비는 당연히 계속 올 것이고 일식관측은 물 건너갔다고 인정해야 됩니다.

버뜨(But),

우리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새벽부터 꿋꿋이 장비를 챙기고 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갔습니다.

행~진~ 행~진~

하는~ 거야~~~아! ㅎㅎ

사람들은 둘로 나뉩니다. 개기일식을 본 자와 보지 못한 자.

그런데 오늘 참 애매한 인류 하나가 새롭게 생겨나 따로 분류되게 생겼습니다. 그 종족은 “개기일식을 보러 갔다가 보지 못한 자!”입니다. 참 불우한 종족들이며 기구한 운명의 억울한 사람들입니다.ㅎㅎ 그래도 “개기일식이 있어도 안 본 자”보다는 덜 불쌍한 종족이지요?^^

현장에 도착하니 빗줄기는 더욱 굵어 집니다. 생태원 입구를 통과하다가 폭우가 쏟아져서 황급히 후퇴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비를 피해가며 일보 이보 전진 또 전진! 마침내 베이스캠프에 합류했습니다.

하늘은 꽉 막혔고 비는 계속 오락가락... 어떤 이는 빗속에서 우산 들고 장비 설치하고, 또 어떤 이는 촬영 일체 깨끗이 포기하고 고저 식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잠깐 만이라도 구름사이로 해가 보이면 좋고 아니면 말고... 모든 걸 하늘에 맡겼습니다. 저도 마음 비웠습니다.

장비 설치한 사람들은 비오면 비닐커버 씌우고 우산 받춰주고... 아닌 사람들은 비오면 텐트 안으로 들어가 피하고 비 그치면 나가서 돌아 다니고... 이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럭저럭 시간상 이미 식심은 깊어져 있었고 하늘은 여전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속이 터집니다. 이 죽일 놈의 비! 이 죽일 놈의 구름! 아! 제발 태양 근처에서 잠시라도 열려라!!! 그러나 구름은 응답하지 하지않았습니다. 아~! 정녕 이대로 끝인가!!! 정말 너무하네! 너무~~~ 흐암~~~느이~드아~~~♬♩ 너무 흐암~~~니 드아~~~ 당~신~~~~은~~ 너무~~~ 흐암~~~니~~~다~~~! ♩♪ 아으~~~~~!!!

“개 뿔~ 결국 이걸로 끝인 모양이다!” 카면서 모두들 완전히 포기하려할 즈음, 믿기 어려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정확히 개기식 직전, 딱 태양 쪽에서 그 두꺼운 구름이 갈라지고 초승달 모양의 태양이 우리들 눈앞에 생생히 드러났습니다! 꺆! 엄마야~! 우와! 나왔다!! 따봉~!!! 와우~!!!! 올레~~~!!!!! 여기 저기서 환희의 감탄사와 신음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습니다.

망설일 것 없이 바로 자빠져 자세 잡았습니다! 촌각의 시간도 버리기 아까웠으므로 반사적으로 ‘뒤로 취침’, 카메라 백을 베고 누웠습니다. 군에서 배운 ‘뒤로취침’의 훈련효과가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비에 젖은 잔디위에 철퍼덕 눕는 순간 등과 히프는 물론 질퍽해 졌겠죠? 목덜미에서부터 등을 타고 히프를 지나 다리까지 축축한 그 감촉도 그때는 좋았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생생한 개기일식을, 거의 포기했던 개기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세인데 축축하면 어떻고 질퍽하면 어떻습니까. 그 상황에서는 옆에 계시던 아리따운 이소월 선생님도 체면불구하고 누우실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얼떨결에 저는 아름다운 소월 선생님과 나란히(?) 누워 5분간의 밤(?)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참~ 쉽죠 잉! ㅋㅋㅋ

근데 저 이거... 이 선생님 희롱하는 거 절대 아닙니다! 잘못하다간 괜히 이 선생님 열 받으셔서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불리한 내용에 대하여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라는 소리 들을까봐 너무 무섭네요. 흐유~ -_-;; 근데 뭐 이 선생님이 설마 이거 읽어보실 가능성은 별로 없을 테니까 일단 떨지 않겠습니다.^^*

태양필터를 장착한 쌍안경과 안시용 필터안경을 번갈아 가면서 관측에 몰두 했습니다. 역쉬 감동이었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오 선생님의 셔터소리가 무척이나 경쾌 했습니다. 착착착착 넘어가는 하이스피드의 연속 셔터음, 여기저기서 이따금 터지는 감탄사, 핫! 핫! 핫 핫 핫 핫! 데쓰 베리 핫!^^

다행이 개기식 동안에는 정확히 태양 쪽의 구름이 계속 열려 있었습니다. 퉁샹의 기적! 이 ‘퉁샹의 기적’은 ‘모세의 기적’을 닮아 있었습니다.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시간만큼 열어 주는 실용적 기적! 모세 엔~ 퉁샹~!ㅋㅋ

그믐달에서 다이아몬드링, 코로나와 5분간의 밤, 또 다시 다이아몬드 링, 새로운 초생달의 탄생! 지난 2006년 터키에서는 사진 찍느라 정신 팔려 눈으로는 쳐다보지도 못했던 이 전 과정을 생생히 지켜보는 저는 내내 황홀경에서 허우적 거렸습니다. 온 몸은 축축해도 눈을 통한 오르가즘! 그 축축한 오르가즘은 참으로 강렬했습니다.

[네모바퀴(류재환)]

U turn 멤버입니다~!!! ㅎㅎㅎ 만년동 소주집에서 대장님과 했던 이야기들이.. 기억나네요.. ㅎㅎㅎ 저를 기억이나 하실지.. 대장님 덕에 망원경도 저렴하게 구입했었는데.. ㅎㅎㅎ 잘 지내시는 것 같아 좋네요.. 화이팅입니다~!!

[astrover]

류재환 선생님! 그날 대복상회의 특별한 기억을 잊을 리가 있나요. 더욱 특이했던 건 쏘주에 과일안주를 시키던 ‘기상천외’ 메뉴 선택의 기발한 발상을 했던 배양렬이가 있었지요?ㅎㅎㅎ 서울 오시면 소주 한잔 하시죠! 연락 주세요. 배양렬이도 같이 오면 또 과일안주에 쏘주로 하실까요?ㅋㅋ 근데 유턴멤버 나머지 네 분들은 누구신지요?

[김영헌(star)]

서울에 계셔도 대전 생각 하시는것이 꼭 옆에 계시는것 같네요일식관측을 현장감 있게 말씀해주시니 저 또한 그곳에 함께 있는것 같이 느껴집니다

[astrover]

다들 궁금했던 것 같아 서로 소식 전해보자는 얘깁니다. 일식 잘 보고 오셨나요? 아 참, 과학관에서도 부분일식 ‘비상근무’ 하시느라 중국까지 원정할 시간 내기는 어려웠나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오갱끼데스까]

오랜만에 뵈요~ 말씀하시는게 어쩜 이리 재밌으신지..ㅎㅎ 이번에 얼굴 뵈면 좋았을텐데 좀 아쉬워요~ 자주 들러서 소식 전해주세요~^^

[astrover]

아! 오 선생님! 오갱~~~끼~ 데스까~?^^* 이쁜 오 선생님 얼굴 못 뵈어서 참 안타깝습니다!^^* 서울 오시면 놀러오세요!^^

[남희승]

아~ 이게 얼마만입니까? 너무나 반갑습니다.^^ 후기에 저희와의 극적인 조우가 빠진게 못네 아쉽긴 하지만 사진으로나 글로 뵈서는 여전히 유쾌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언제 그리운 대전에 함 놀러오시지요~

[astrover]

극적인 조우는 잠시 연기 됐을 뿐이죠. 새로운 조우를 기대합니다!^^* 아 참, 남 총무님과 동기생이신 대공스님께서 얼마 전 여기 다녀 가셨는데 요즘 하조대에 계시답니다. 동해안의 절경 하조대로 놀러 오라고 하시던데 함 가실까요? 숙식제공 하시겠답니다!ㅎㅎ 서울 오실 때 연락 주세요.

[레굴루스(최문규)]

류재환 선생님 이외의 나머지 다섯명을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올립니다. 저와 제가 지도하는 고등학생 4명이 유턴 멤버입니다. 큰 기대를 가지고 갔으나 기상이 좋지못해 발길을 돌렸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뵙고 싶습니다.

[astrover]

아 최문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역시 가장 수고를 많이 하셨군요. 수제자를 4명씩이나 이끄시면서... 저 그때 대전 분들 많이 기다렸었는데 아쉽게 되고 말았습니다. 서울 오시면 한번 들리십시오. 그 때 못 다한 소주한잔 서울에서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