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왜들 이러고 사는 걸까?
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동짓달 스무이튿날
영하 17도의 강추위가 오늘도 이어지는 산골이다.
어제와 같은 낮은 기온, 여전히 대단한 한파이다.
22년 산골살이를 하면서 이 정도의 추위는 수없이
많이 겪었다. 내 생애 가장 낮은 기온 영하 32도를
관측하며 추위를 체험하기도 했다. 아마도 요즘은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불규칙하고 불투명한 날씨의
변화에 옥신각신하고 갈팡질팡을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점점 추위가 무섭고
갈수록 겨울이라는 이 계절이 싫다. 나이듦인가?
전날 내린 눈을 모두 다 치우고 난 오후부터 또다시
내리기를 시작한 눈은 밤사이 상당히 많이 내렸다.
연이틀 제설작업을 해야 했다. 바람돌이(송풍기)를
짊어지고 바람의 힘으로 눈을 날리는 것인데 너무
기온이 낮은 강추위의 영향 탓인지 작업이 힘들다.
그뿐만이 아니라 날리던 눈이 바람에 역으로 날려
다시 도로에 가라앉아 영하 15도 기온에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다. 일단 많은 눈을 치운 다음 또다시
염화칼슘을 뿌려놓았다. 그러다보니 작업시간이
곱절 더 걸린다. 이서방과 둘이서 하다보니 좋기는
하지만 이웃들이 해야하는 작업까지 우리가 하게
되어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반장에게 주민들을
동원해 달라고 전화를 했더니 아무리 문자, 통화를
하여 독려하고 부탁을 했지만 반응들이 시큰둥해
속수무책이라 대책이 없단다. 그렇잖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아랫쪽까지 제설작업을 하려니까 부화가
치밀었다. 아랫쪽은 이미 제설작업 하지않은 상태,
그 위험한 상태로 자동차를 몰고다녀 반질반질이다.
그래도 삽으로 대충 긁어내고 염화칼슘을 뿌렸다.
한참동안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데 미끄러운 길을
따라 자동차를 몰고 내려오며 비켜달라는 너무나
몰염치한 젊은이에게 한바탕 화풀이를 해버렸다.
"제발 눈을 좀 치운 다음 자동차를 몰고 다녀!"
그래도 묵묵부답, 운전석에 앉아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이봐요, 젊은이! 이러다 사고가 나면 그때
정신차릴 것인가? 안전을 위해 서로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좀 비켜주세요."라는 말 외는
일언반구의 말이 없다. 죄송하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수고한다는 말이라도 한번 했으면 참으려고 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봐!" 부화와 오기가 잔뜩 치밀어
올라 하던 작업을 계속했다. 그렇게 대치를 했다.
한참뒤 차에서 내린 젊은이가 다가와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시간이 없어 눈을 못치워 그러니까 좀
비켜주세요." 란다. 이 젊은이는 전날에도 그랬던
것을 기억한다.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그 젊은이의
아이가 내려 "학교에 가야하니까 좀 비켜주세요"
라고 하여 하는 수없이 비켜준 바로 그 아비였다.
몰상식한 그 아비, 젊은이라 한번 골탕을 먹였다.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별의별 꼴을 다 보고산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의 하는 꼴이 참으로 볼상이
사납다. 아이가 뭘 보고 배우겠는가? 이기적으로
사는 아비를 닮아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되면 훗날
이 고장, 이 사회, 이 나라에 배려, 화합, 단결이란
단어는 사라지게 되지않을까 싶다. 오늘 또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남에게 봉사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서로 기본적인 예의와 질서가
바탕이 된 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부터는 아랫쪽은 치우든 말든 우리 길만 치워
놓고 그냥 둘 생각이다. 둘째네가 왔으니 어차피
자동차가 두 대이니까 눈소식이 있으면 일찌감치
한 대는 도로가에 내려다놓을 생각이다. 참다참다
이제는 더 이상 몰상식하고 개념없는 놈들을 위한
봉사는 그만할 생각이다. 이런 촌부의 마음 또한
이기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하고싶지는 않다. 걸어서 오르내리는 것도 운동이
되리라는 생각은 미끄러운 길을 치우지 않고 그냥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꼴이 너무 보기 싫어서이다.
왜들 이러고 사는 걸까?
지금 또 눈이 펄펄 내린다. 많이 내릴 것이란다.
자동차 한 대는 이미 아래에 내려다놓았다. 오늘은
한파경보에다, 설상가상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진
상태이다. 눈이 언제 그칠지는 모르지만 우리 길만
치우고 설경을 감상하려고 한다. 급한 일이 있어도
아랫쪽에 자동차가 있으니 아무 상관이 없다. 조금
걸어내려가면 되니까!
첫댓글 눈치우기가
정말 힘든 위치에 사시니
얼마나 힘드실까요?
오늘도 촌부님 파이팅 하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조용히 살고싶어 외떨어진 산중턱에 터전을 잡았는데 이웃을 잘못 만나 이 고생을 하며 삽니다.ㅎㅎ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촌부도 감사합니다.^^
추위에 감기조심하시고
언제나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늘 건강 잘 챙기세요.
박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