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마지막 보루'였던 삼성물산마저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서 참패했다. 극동건설 부도사태 이후 우량 건설사들이 연이어 회사채 흥행에 실패하면서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의 자금난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지난 14일 5년 만기 20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1700억원 규모의 미매각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우량 건설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굴욕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만은 다를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실망스런 결과를 거둔 것이다. 삼성물산은 수요예측 결과를 참고해 오는 22일 3년물 2000억원, 5년물 2000억원 등 총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던 이유는 지난 6개월간 발행된 삼성그룹 회사채 경쟁률이 '2대1'이 넘는 등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 삼성물산은 최근 해외 자원 관련 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 인수 등으로 차입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0년 말 2조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올해 6월 말 3조8000억원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상사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 등도 추진하고 있어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신용평가사들 분석이다.
삼성물산이 '흥행몰이'에 실패한 것은 내부 사정보다는 극동건설, 한라산업개발 등이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종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고 있는 탓이 크다. 극동건설 부도사태가 발생한 지난 9월 이후 기관투자가들은 신용등급 'BBB'급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AA'급 대형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마저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삼성물산에 앞서 회사채를 발행한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다른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 역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며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막지 못했다.
정봉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시공능력 순위 상위권에 드는 우량 건설사들을 단순히 부도 리스크 때문에 외면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최근 회사채 발행금리가 유통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진 점도 수요예측 흥행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