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타운의 결투
원제 : The Law and Jake Wade
1958년 미국영화
감독 : 존 스터지스
원작 : 마빈 H 알버트
출연 : 로버트 테일러, 리처드 위드마크, 패트리샤 오웬스
헨리 실바, 로버트 미들튼, 드포레스트 켈리
'고스트타운의 결투'는 50-60년대의 명감독 존 스터지스가 연출한 소위 '결투 3부작'으로 구분되곤 합니다. 결투 3부작이란 1957년~1959년에 존 스터지스가 연출한 서부극을 일컫는데 'O.K목장의 결투(57)' '고스트타운의 결투(58)' 그리고 '건 힐의 결투(59)' 입니다. 뭐 3편이 전혀 연관이 없는 독립적 작품이고, '결투'라는 제목도 우리나라 개봉 제목에만 모두 들어가는 단어입니다. 'O.K목장의 결투' 수입 이후 나머지 두 편을 우리나라에서 개봉제목에 임의로 '결투'라는 것을 붙인 것입니다. 물론 각각의 영화에서 모두 결투가 벌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세 편의 영화에서 각각 결투 방식이 좀 다른데, 'O.K 목장의 결투'는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서 벌이는 결투이고, '고스트타운의 결투'는 1 : 1 결투이긴 하지만 서로 총을 갖고 건물이나 공간을 활용해서 죽을때까지 벌이는 방식이고, '건 힐의 결투'는 그냥 가장 단순명료한, 제자리에서 서서 벌이는 1 : 1 속사권총 대결입니다.
존 스터지스 감독은 원래 서부극 전문감독이라고 할 수는 없었는데 그가 가장 빛나던 전성기 시절에 괜찮은 서부극이 많이 나와서 주로 그의 이름을 떠올릴때는 자연스럽게 서부극이 등장합니다. 40년대의 그의 영화는 별로 인지도가 없는 편인데 1953년 윌리암 홀덴이 주연한 '브라보요새의 탈출' 부터 좀 익숙한 영화들이고 1956년 '여섯번째 사나이(Backlash)'부터 1960년 '황야의 7인' 사이에 만든 서부극들이 그의 명성을 높이 올린 영화들입니다. 1963년 작품 '대탈주'까지가 그의 이력에서 빛나는 시기였지요.
악역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한 리처드 위드마크
선역 주인공 이었으나 존재감이 다소 약했던 로버트 테일러
제이크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페기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릴 계획이었으나....
'고스트타운의 결투'는 그의 결투 3부작중에서는 다른 두 편 보다는 완성도가 다소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꽤 흥미진진한 영화입니다. 악당무리들에게 잡힌 연인이 함께 여정을 하다가 극적으로 사악한 악당 두목을 퇴치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보안관 사무실에 복면 괴한이 들어서서 흉악한 죄수를 탈출시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느 마을의 보안관 사무실, 흉악범으로 잡혀 있는 클린트(리처드 위드마크)는 그를 구하러 온 옛 동료 제이크(로버트 테일러)에 의해서 구출됩니다. 제이크는 클린트에게 말을 주고 적당한 장소에서 헤어집니다. 클린트와 헤어지고 약혼녀가 있는 자기 마을에 도착한 제이크.... 놀랍게도 제이크는 보안관 이었습니다. 제이크는 한 때 클린트 일행과 함께 은행털이를 하던 범죄자였으나 손을 씻고 클린트를 떠난 이후 올바르게 살아왔고 과거를 숨긴 채 어느 마을 보안관까지 오른 상황이었습니다. 과거 클린트에게 신세를 진 빚을 갚기 위해 그를 구출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빌미가 되어 클린트가 악당 똘마니들을 데리고 제이크를 습격, 겁박하고, 약혼녀인 페기(페트리샤 오웬스)까지 인질로 납치합니다. 클린트의 목적은 과거 은행털이 시절 제이크가 숨겨놓았던 돈을 되찾는 것. 제이크는 페기의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클린트 일행과 돈이 숨겨져 있는 고스트타운을 향해서 위험한 여정을 떠납니다.
악역 전문 배우 헨리 실바(맨 왼쪽) 도 출연한다.
세트 촬영이 좀 티나는 배경
리처드 위드마크의 삐딱한 연기와 카리스마가
주인공인 로버트 테일러를 압도한다.
과거를 씻고 결혼을 하려는 보안관이 동료였던 악당에 의하여 목숨을 건 위험한 여정을 하는 내용입니다. 굉장히 간단한 내용이며, 연인과 함께 붙잡힌 제이크가 호시탐탐 탈출과 반격을 기회를 노리는 과정이 긴박하고 흥미롭습니다. 고스트타운 이라는 제목은 제이크가 돈을 묻어둔 장소가 폐허가 된 유령 도시 같은 곳이어서 임의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영어를 잘 안쓰던 50년대 후반에 '고스트타운'이라는 제목을 우리나라에서 붙였다는 것이 좀 이색적입니다.
존 스터지스 감독의 '여섯번째 사나이'에서 주인공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리처드 위드마크가 이 영화에서는 제이크의 숙적이자 악당인 클린트로 출연하고 40-50년대의 미남배우 로버트 테일러가 주인공 제이크를 연기합니다. 로버트 테일러는 평소에 콧수염을 기르고 자주 출연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수염을 기르지 않은 생얼출연입니다. 제이크의 연인 페기 역으로는 '사요나라' 플라이' '전장이여 영원히'의 패트리샤 오웬스가 출연하며, 클린트의 똘마니 중 젊고 혈기왕성하여 언제 사고칠지 모르는 위험인물 레니 역으로 악역 전문 배우로 많이 활동하게 되는 헨리 실바가 등장합니다.
전형적인 선악의 대결구도로 가는 영화이고 선역의 제이크와 악역의 클린트가 시종일관 대립하는 구도이며 후반부에 서로 숙명적인 결투까지 이어집니다. 로버트 테일러가 주인공 제이크 역으로 선역이지만 전반적인 연기는 악역의 리처드 위드마크가 더 좋았고, 과거 필름 느와르 시절 단골로 연기했던 악당의 카리스마를 잘 뿜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대결을 앞둔 두 사람
숫적으로 유리한 악당들, 그 와중에 혼자몸도 아니고 애인까지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은 꽤 흥미로웠지만 중간에 인디언 습격이라는 변수 때문에 다소 수월하게 악당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부분이 긴박감을 떨어뜨린 역할을 했습니다. 인디언들도 딱 악당들 숫자 줄어들만큼의 인원들만 습격해오고.
'O.K 목장의 결투' '건 힐의 결투' '황야의 7인' 등은 방영도 자주 되고 DVD출시도 된 수월하게 볼 수 있는 고전이지만 존 스터지스의 다른 서부극 개봉작들인 '여섯번째 사나이' '브라보 요새의 탈출' '고스트타운의 결투' 등은 그 대표작 세 편에 비해서 많이 희귀한 편입니다. 대표작 3편에 비해서는 다소 흥미가 덜하지만 그 나머지 세 편도 꽤 재미있는 영화인데.
무법자 악당과 인디언이 등장하고 보안관이 등장하고, 1 : 1 대결과 권선징악 등 오락 서부극의 보편적인 요소가 담겨진 영화입니다. 로버트 테일러, 리처드 위드마크 라는 동시대 인기 스타들이 출연하여, '브라보 요새의 탈출' 이후 자기 영화에 존재감있는 스타급 남자배우를 많이 활용하는 존 스터지스 감독의 특징이 잘 드러난 영화이기도 합니다. 50년대 아메리칸 웨스턴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취향이 잘 맞는 영화입니다.
ps1 : 존 스터지스 감독은 전형적인 시대극 전문 배우의 이미지를 가진, 서부극에는 출연하지 않았던 율 브리너를 '황야의 7인'에서 멋지게 활용한 것은 높이 살만 합니다. '고스트타운의 결투'에서 로버트 테일러가 검은색 복장을 입고 출연하는데, 그가 이 영화에서 좀 더 카리스마를 보였다면 '황야의 7인' 주인공을 맡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존재감이 다소 약했습니다. 로버트 테일러도 50년대에 서부극에 제법 출연했음에도 이 영화에서는 존재감이 그리 높지 않더군요.
ps2 : 이 단순한 이야기가 놀랍게도 '원작소설'의 각색물이더군요. 작가에 대해서 찾아보았더니 '디아블로 요새'나 '제리코' 등 60년대 국내 개봉서부극의 작가이더군요.
[출처] 고스트타운의 결투(The Law and Jake Wade 58년) 존 스터지스 결투 3부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