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부채
열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코인에 코 박고(?) 투기에 열을 올립니다. 국민적 원성과 박탈감은 아랑곳없이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도대체 뭣이 중한 줄 모르는 모양입니다. 한때 ‘중꺾마’가 유행했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던데 여의도 ‘꾼’들에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돈’이 전부인가 봅니다. 오로지 ‘돈’을 위해, ‘돈’을 쫓아 교묘히 법을 만들고 규정을 고치려 합니다. 이쯤 되면 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단 하룻밤만이라도 도깨비와 지내게 하면 어떨는지. ‘돈벼락’에 맞아 패가망신하도록.
한국사회의 독특한 문화캐릭터 가운데 하나가 ‘도깨비’입니다. 도깨비는 스스로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만능 생산자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다리를 놓거나 아흔아홉 칸 기와집을 짓습니다. 권선징악을 수행하는 역할도 합니다. 자신이 제시한 규칙으로 게임을 한 뒤 혹을 붙여 골탕먹이거나 흉측한 몰골로 만들어 수치심을 느끼게 하지요. 이를테면, 돈에 미쳐 환장한 사람 이마에 돈을 붙이거나 주머니에서 지폐가 뚝뚝 떨어지게 하는 겁니다. 과연 당하는 사람의 하루가 행복할까요? 밥그릇에 동전이 쌓이게 하고, 시퍼런 지폐로 쌈을 싸게 하면? 그 또한 재밌겠습니다.
5~6월 숲에 들면 주변을 압도하는 거대한 식물을 만나는데 도깨비부채와 관중, 개병풍이 주인공입니다. 그중 도깨비부채는 잎을 틔울 때부터 시선을 사로잡지요. 생장 속도가 빨라 순식간에 주변을 압도하는 도깨비부채! 거대한 원형 부채 군락을 만나면 마치 녹색 바다에 빠진 듯합니다. 바람결에 잎 전체가 파도치듯 일렁이며 눈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지요. 도깨비부채라는 이름은 톱니 모양의 잎이 도깨비방망이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식용할 수 없는 게 흠이지만 뿌리와 잎 전체를 약초로 쓸 수 있습니다.
열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세상! 다행히 도깨비부채가 이를 해결(?)해 줍니다. 떫고 신맛이 특징인 도깨비부채는 열을 내리는 해열 작용이 뛰어납니다. 잎과 뿌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발열 증상을 치유하고, 통증을 완화 시킵니다. 약재로 쓸 땐 잎과 뿌리를 짓찧어 바릅니다. 멜라닌색소를 억제, 피부를 매끄럽게 하며 염증을 다스리는 효과도 있지요.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이 식물의 장점은 시야를 탁 트이게 하는 싱그러움에 있습니다. 웅장하고 시원한 도깨비부채의 맛! 숲에 들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습니다.
강병로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