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선수를 바둑에서 꺾은 '알파고 쇼크' 이후 한국 사회의 AI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 AI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도 생산 공정에 AI를 도입해 인공지능 제철소로 탈바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제조업체 중에서도 아주 선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더비즈타임스는 포스코로부터 자세한 도입 과정을 들어봤다. 포스코가 도입한 AI 기술은 '인공지능 기반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이다. 포스코 제철소, 기술연구원,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이종석 교수)가 공동으로 개발해 올해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그동안 포스코가 자체 기술연구원뿐만 아니라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들과 수천 개에 달하는 위탁과제를 운영하면서 구축한 산학연 체계의 결과물이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기반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은 자동차 강판 생산의 핵심 기술인 용융아연도금(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을 AI를 통해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도금량 편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이 기술은 AI 기법의 도금량 예측모델과 최적화 기법의 제어모델이 결합되어 실시간으로 도금량을 예측하고 목표 도금량을 정확히 맞추는 자동제어 기술이다.
도금량 제어는 고객사인 완성차업체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조업 조건이 변화되는 가운데 균일한 도금층 두께를 맞춰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그간 수동으로 도금량을 제어했던 탓에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고가의 아연이 불가피하게 많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도금공정을 AI가 자동으로 제어하게 되면서 자동차용 도금강판의 품질이 향상될 수 있고 적정량보다 도금을 더 하는 것을 피할 수 있어 생산원가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운전으로 작업자에게 걸리는 부하도 줄일 수 있어서 작업 능률 및 생산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의 대표적 고수익 고급강인 WP(World Premium) 제품인 자동차용 도금강판은 현재 세계 800여 개 철강회사 가운데 20곳가량만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급 제품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약 900만t의 자동차 강판을 판매하여 전 세계 자동차 강판의 10%를 공급했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도금량 제어 자동화에 대한 니즈를 발굴한 후 조업, 정비, EIC(전기 및 설비 제어) 등 여러 부서로부터 의견을 수합하여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후 데이터 마이닝과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인 이종석(68회)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에게 인공지능 도금량 예측모델 알고리즘 개발을 위탁하고, 이 교수는 포스코 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하여 도금공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금량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도금량 제어 자동화에 적용된 AI의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 딥러닝 기법(Deep Learning·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기계 학습 기술)을 활용한 자가학습 방법이다.
이 방식은 AI 프로그램이 도금공정에서 발생되는 수백 종류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함으로써 제어의 정확도를 최신의 상태로 유지하는 방식이며, 설비 교체나 조업 조건 변경 시에도 실시간으로 자가학습하여 도금량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다.
향후 포스코는 이번에 검증된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을 다른 CGL뿐 아니라 해외 소재 법인 CGL에도 확대 적용하여 세계 시장에서의 자동차용 도금강판 기술 경쟁력을 선도하는 한편, 다른 철강제품의 생산공정에도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