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과 함께 살펴본 과학사
원자구조를 밝히고자 한 과학자들의 이야기
공대상상 예비 서울공대생을 위한 서울대 공대 이야기 Vol. 28
글: 최승헌, 재료공학부
1 / 편집: 김소현, 기계항공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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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주장은 훌륭한 증명이 수반되어야 한다.”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 박사가 한 말입니다. 2019년 오늘날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은 여러 검증 과정을 통해 자신이 세운 이론과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어제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이론이 오늘 발표된 이론으로 인해 수정될 수 있으며, 또 내일이면 오늘까지 사실이었던 이론의 오류가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과학에 현재의 진리는 있어도 영원한 진리는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죠.
19세기 말, 유럽의 과학자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인 원자의 생김새와 구성 요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원자는 질량 보존 법칙, 일정성분비 법칙 등의 화학의 기본 법칙을 토대로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단단한 구일 것이라는 돌턴(John Dalton)의 주장●을 시작으로 톰슨(J. J. Thompson) 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였습니다. 톰슨의 원자 모형은 양전하를 띠는 공 내부에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박혀 있는 건포도 푸딩 모형입니다. 이 모형은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에 의해 밝혀진 원자핵의 존재를 통해 보어의 원자 모형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거쳐 개량된 이후, 현대 오비탈 모형으로까지 발전하였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러더퍼드 원자모형에서부터, 그의 모형을 발전시킨 보어의 원자 모형까지입니다.
[그림 1] 알파입자 산란 실험
먼저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에 대해 간단히 알아봅시다. 러더퍼드는 ‘알파입자 산란 실험’을 통해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핵의 존재를 밝혔습니다. [그림 1]과 같이 양전하의 알파입자(He 원자핵) 빔을 얇은 금박에 입사시켜 그 궤적을 추적하는 실험을 통해 톰슨이 주장한 원자 모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림 2] 산란 각도에 따른 검출 입자 수
톰슨의 원자 모형에 의하면 모든 입자들이 작은 각도로 산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한 결과, 대부분의 알파입자가 금속 박을 통과하였지만 [그림 2]와 같이 일부 입자들은 매우 큰 각도로 산란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원자 내부에 양전하의 집합체가 존재해야 함을 암시하였습니다. 결국 러더퍼드는 알파입자가 충돌하는 얇은 막을 구성하는 원자들 속에 양전하를 띠는 핵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들이 회전하는 행성 모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행성 모형 역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자기 이론에 따르면, 가속 운동하는 전하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면서 에너지를 잃으므로 원운동을 하던 전자가 핵에 충돌하게 됩니다. 결국, 전자가 핵에 흡수되어 원자가 붕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은 수소 선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림 3] 수소 원자의 선 스펙트럼
그렇다면 수소 선 스펙트럼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방전관 속 수소 기체에서 나오는 빛을 [그림 3]과 같이 프리즘으로 분산시켜 얻어낼 수 있는 불연속적인 선들을 의미합니다. 들뜬 수소 원자가 바닥 상태로 돌아가면서 특정 파장의 빛을 방출하기 때문이지요. 러더퍼드의 행성 모형으로는 왜 수소 원자가 특정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지, 왜 연속적인 스펙트럼이 나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림 4] 보어의 원자 모형
수소 원자의 선 스펙트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은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였습니다. 보어는 금속 내 전자 이론을 연구해 코펜하겐 대학을 졸업한 후 톰슨의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톰슨이 보어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보어는 맨체스터의 빅토리아 대학의 러더퍼드의 연구실로 옮겨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1900년에 발표된 플랑크의 양자론을 러더퍼드의 행성 모형에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플랑크가 제시한 양자론은 빛의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라 말합니다. 즉, 빛의 에너지가 작은 알갱이의 형태로 방출되며 특정 진동수의 빛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이 작은 알갱이가 가진 에너지의 정수배(n배)만을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보어는 이 양자론을 원자 모형에 도입하여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각운동량은 마치 빛의 에너지와 같이 특정 상수의 정수배를 가질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결국, 보어가 생각한 원자 모형에서 전자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궤도에서만 머무르며, 전자가 서로 다른 궤도로 이동할 때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즉, 보어는 전자들이 한 에너지 궤도에서 다른 에너지 궤도로 건너뛰는 ‘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수소 선 스펙트럼이 전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불연속적인 크기의 빛 에너지라 해석했습니다.
전자가 특정 궤도에만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각운동량이 불연속적이라는 가정에 의한 것입니다. 이로부터 허용된 전자 궤도의 반지름과 이때 전자가 가지는 에너지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어의 모형은 전자가 하나뿐인 수소 원자에 한해서만 적용되며, 전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다전자 원자에서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 모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선 스펙트럼 영역이나 강한 자기장 속에서 하나의 선 스펙트럼 선이 세 개로 나눠지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후에 하이젠베르크가 주장한 불확정성 원리와 어긋난다는 문제점도 있었죠.
앞선 보어 원자 모형의 문제점들을 보완한 현대의 원자 모형은 전자 구름 모형, 즉 오비탈 모형입니다. 오비탈 모형은 원자 내 특정 위치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을 함수로 나타낸 모형인데요. 이 모형을 통해 정확한 전자의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전자가 발견될 확률은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 물리학자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였던 원자의 구조와 모형에 대한 논의는 보어의 연구로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현대의 원자 모형에 도달하기까지 과학자들의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었고, 각각의 연구가 모두 과학사적으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원자의 구조와 배열은 재료공학, 원자핵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만약 보어를 비롯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원자 자체에 대해서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되어 있는 공학도 발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학은 과학과 함께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과학의 역사 속 어떤 이야기들을 더 알아가고 싶은가요?
주해
● 1803년,
돌턴은 원자란 더 이상 쪼갤 수 없으며, 원자의 종류에 따라 크기 및 질량이 다르다는 이론을 발표하였다.
●● 1897년,
톰슨은 음극선 실험을 통해 전자의 존재를 밝히고 양전하의 원자에 전자가 박혀있는 모형을 발표하였다.
그림 출처
1. alpha particle scattering experiment, OPEC online class, www.opec.co.in/jee/physics/Atoms/ alpha-particle-scattering-experiment)
2. the rutherford geiger marsden experiment, PhysicsOpenLab, physicsopenlab. org/2017/04/11/ the-rutherford-geigermarsden-experiment/)
3. emission spectrum of hydrogen, PurdueUniversity College of Science, chemed.chem. purdue.edu/genchem/topicreview/bp/ch6/bohr.html
4. Bohr’s atomic model, LibreTexts, chem.libretexts.org/ Bookshelves/Introductory_Chemistry/ Book%3A_Introductory_Chemistry_(CK-12)/05%3A_Electrons_in_Atoms/5.
06%3A_Bohr%27s_Atomic_Model
참고문헌
1. Halliday·Resnick, Halliday
Fundamentals of Physics, 9th Edition.
2. John W. Jewett·Jr. Raymond A. Serway. (2010). Physics for
Scientists and Engineers with Modern Physics, 8th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