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 김대식 기자] 2015 서울대 의대 입시가 의대 진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2년 간 수시 중심의 흐름과 인적성을 강화한 다중미니면접으로 전혀 다른 입시체제를 갖춘 서울대 의대는 2015 입시에서도 정시확대의 전반적인 흐름마저 거슬렀다. 수시 정시 공히 다중미니면접이라는 새로운 선발방식을 진화시키면서 새로운 입시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전국의 의대 입시는 정시비중이 높다. 51대 49 수준으로 수능을 통한 ‘성적 한줄 세우기’ 선발이 많은 셈이다. 올해 서울대 의대의 선택은 수시중심의 반대방향이다. 2015학년 서울대 의대는 전체 정원 95명 가운데 수시에서 65명을 선발해 3분의 2가 넘는 68%를 수시로 선발한다. 서울대 의대의 수시 선발은 2013학년 79% 수준에서 2014학년 63%로 줄었다가 정시가 확대된 2015 입시의 전반적 트렌드를 역행해 다시 수시를 늘린 셈이다.
서울대 의대는 2013학년 수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다중미니면접체제를 2014학년 정시까지 확대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정교해지는 느낌이다. 서울대 의대는 다중미니면접을 2013학년 수시에서 전격 도입했다. 2014학년에는 정시까지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하면서 ‘사건’들을 만들어냈다. 수능 유일한 자연계열 만점자가 탈락하고 서울대 의대의 수능 합격선이 연세대 의대보다 낮아지는 충격을 선보였다. 1단계 수능 100%의 1단계를 통과했지만 수능60% 학생부10% 다중미니면접30%였던 2단계에서 당락은 다중미니면접에서 갈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수능위주인 정시까지 다중미니면접을 내세워 수능성적 한줄 세우기보다 예비의사의 기본 덕목에 맞추어 선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서울대 의대가 2015학년 정시에서도 여전히 다중미니면접을 고수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대부분 모집단위에서 수능 100%로 선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사범대와 의대만은 여전히 인적성 면접이라는 여과장치를 남겨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의전원의 선발방식을 학부선발로 끌고 내려온 다중미니면접은 의대입시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최고 의대인 서울대의 도입으로 그 영향력과 위세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학부선발을 재개하면서 치대의 정상으로 복귀한 서울대 치의대가 수시 100% 선발 방식으로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했다. 서울대 의대, 치대 모두 다중미니면접체제인 셈이다. 이미 한림대 인제대 순천향대 등 ‘3룡의대’(대형 병원체인을 가져 선호도 높은 3개의 의대)가 실시해온 상태에서 그 위세를 확장하고 있다.
<균형을 향한 이성적 세부전형 운영>
2015학년 서울대 의대는 95명 정원 중 수시 지균에서 30명, 수시 일반전형 35명, 정시 일반전형 30명 등을 선발한다. 수시모집 선발인원만 68.42%에 달한다. 2015학년 전국 36개 의대와 학석사통합과정을 운영하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2개교의 정원 2296명(전형계획 비공개 대학은 지난해 기준 추정) 중 1112명(48.43%)를 수시, 1184명(51.57%)을 정시에서 선발한다.
서울대 의대는 2013학년 입시부터 최근 3년 간 전형운영에서 서울대 입학본부보다 훨씬 ‘원칙적’ ‘이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중미니면접과 수시 중심을 원칙으로 세부전형까지 세심하게 조정하는 운영의 묘를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3년 간 입시여건에 따라 전체 원칙은 그대로 두면서 선발인원을 전형별로 균형을 잡는 노력이 돋보였다. 2013학년 서울대 의대는 95명 정원 가운데 절반 수준인 47명을 일반전형을 통해 선발했다. 지균은 28명, 정시 일반전형은 20명을 선발했다. 전형구조상 과고/영재학교 등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했다. 특기자전형에서 일반전형으로 전환한 첫 해인 탓에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수상자나 경시대회 입상자 등 스펙이 출중한 지원자가 1단계에서 대거 합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자연과학대나 공과대학의 우선선발자 역시 대부분 스펙이 반영됐다는 사실에서도 과도기적 상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강남 산부인과 의사 내연녀 살해사건과 치과의사 할머니 환자 폭행사건 등이 터지면서 의대 지망생들의 인성 검증 강화를 위해 다중미니면접을 도입, 지원자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을 실시했지만 수시일반전형에 영재학교에서만 10명의 합격자가 나오면서 ‘특목고에 유리한 구조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었다.
2014학년에는 수시 일반전형의 정원을 20명으로 줄인 대신 지균 선발인원을 40명으로 대폭 늘렸고, 정시 일반전형 선발인원을 35명으로 늘리는 전형별 인원조정을 단행했다. 수시 일반에 도입했던 다중미니면접을 정시로 확대했다. 다중미니면접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원자 검증과정도 강화됐다. 2013학년 6개의 면접실 가운데 4개의 면접실에서 운영하던 상황면접을 3개로 줄이는 대신 1개였던 제시문 기반 면접실을 2개로 확대했다. 제시문도 2013학년 일반전형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돼 자연과학/의학/사회과학 등 여러 분야의 소양을 요구하는 제시문이 대거 등장했다. 2014 수능 자연계열 유일의 원점수 만점자가 서울대 의대를 탈락하면서 다중미니면접의 위력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5학년에는 지균 30명, 수시일반 35명, 정시일반 30명으로 균형을 맞춘 인상이다. 2년 간 인원조정과 다중미니면접을 확대/강화하면서 갖게 된 안정된 체제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2015 전형계획을 통해 정시에서는 수능 100%로 학생을 선발하고 면접은 ‘인적성면접으로 결격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라고만 언급해 다중미니면접 시행의 여부가 아직 불분명하지만 관계자들은 시행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 서울대 의대의 골격>
2015 서울대 의대 입시는 수시 지역균형, 수시 일반, 정시 일반의 3개 트랙으로 나눠진다. 지균은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서류전형 1단계와 사정관면접의 2단계, 수시 일반전형은 1단계 서류전형과 2단계 다중미니면접, 정시 일반전형은 수능 100% 1단계와 다중미니면접이 포함된 2단계(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전문가들 추정)로 이뤄진다.
지균과 수시 일반전형은 서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수시 일반전형에서 실시되는 다중미니면접에서 6개의 면접실 가운데 1개의 면접실은 지균과 동일한 면접을 실시한다. 정시는 자소서를 제출하지 않아 자소서 기반의 면접은 실시되지 않으나 역시 자기소개방에서 ‘지원자의 장단점’ ‘서울대 의대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 등 일반적인 내용을 묻는다.
수시 일반전형과 정시 일반전형은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한다. 지균이 아니고서는 다중미니면접을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다. 자기소개방 1개를 제외한 나머지 5개 방은 상황면접실과 제시문 기반의 면접실이었다. 2013학년 수시 일반전형에서는 상황면접실 4개, 제시문 기반 면접실이 1개였으며, 2014 수시/정시 일반전형에서는 모두 상황면접실 3개, 제시문 기반 면접실이 2개였다.
2014 다중미니면접에서는 수학/과학관련 지식을 묻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황면접실은 도덕적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을 던지고 지원자의 답변을 통해 인성과 판단력 등을 살폈다. 제시문 기반 면접은 제시문을 읽고 답하는 문항으로, ‘경영위기의 원인’ ‘대학입시의 문제점과 비판’ ‘독감 분포도 해석’ 등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등 여러분야의 지식체계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살피는 문항이 출제됐다. 결국 다중미니면접은 수학과학의 지식이 아니라 인성을 기반으로 지원자의 지식체계와 판단력 문제해결능력 등 본질적인 의사의 덕목을 검증하려는 데 있고 그방향을 향해 점차 업그레이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확대일로의 다중미니면접>
다중미니면접은 2001년 캐나다 맥애스터 의대에서 시작해 현재 캐나다 대부분 의대에서 도입하고 있는 면접 방식으로 지원자의 인성과 적성을 고루 평가하기 위해 도입됐다. 미국의 경우 뉴저지,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오하이오의 주요 주립 의대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명문 사립 의대 가운데서는 스탠퍼드가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대 의전원이 2008학년 처음 실시했고, 한림대 의대가 2011학년 도입했다. 이후 서울대 의전원이 2012학년 ‘교수가 학생을 찾아가는’ 시범적 형태의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한 데 이어, 서울대 의대가 2013학년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했다.
서울대 의대가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의대 전형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가장 가까운 곳은 서울대 치대. 지난 2014학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이 학석사통합과정을 개설하면서 45명의 신입생을 모두 수시로 충원했으며, 66.67%인 30명은 일반전형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해 검증했다. 의예과에서 실시한 제시문 기반의 면접을 뺀 상황면접과 자소서 기반의 면접을 30분 간 실시한 약식형태였지만 학석사통합과정 개설 첫해부터 도입한 것은 서울대 의대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서울대 의대가 2014학년 업그레이드된 다중미니면접을 제시하면서 서울대 치대도 올해 2015 수시에서 제시문 기반의 면접을 도입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를 의대와 치대를 제외하면 실속파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삼룡의대’들이 다중미니면접의 요소를 차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서울대 의대와 전국 각지에 병원을 두고 있어 졸업 후 취업과 실습조건이 좋은 ‘삼룡의대’를 노리는 학생이라면 다중미니면접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 주자는 한림대 의대가 꼽힌다. 한림대 의대는 2008학년 강원대 의전원이 처음 도입한 이래 의과대학에서는 최초로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했었다. 한림대 의대는 2015 수시 전공역량우수자전형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해 15명을 선발한다. 인성면접, 상황면접, 모의상황면접 등 3개 면접실에서 10분씩 총 30분 동안 지원자를 평가한다. 지난 2014 수시에서 ▲남들에게 긍정적/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점 ▲잘못 행동한 친구를 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바이러스가 춘천시에 퍼지고 있는데 전염을 막기 위해 춘천시를 폐쇄하면 춘천 시민이 모두 죽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어봤다.
인제대는 지난 2014학년부터 수시 인문계고교출신자전형을 통해 영어와 수학을 활용한 면접을 배제하고 경험행동 및 상황면접을 실시해 인성적인 요소를 강도놓게 검증했다. 인성면접시간이 한 시간에 달했을 정도. 2013학년 서울대가 도입했던 초기 형태의 다중미니면접 요소가 활용된 것이다. 2015 대입에서는 인문계고교출신자전형으로 3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전형계획에선 “학생부비교과와 자소서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시해 면접태도 가치관 사고력 표현력을 살피고 인품이나 기초소양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학년부터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던 순천향대는 2015 입시에서도 일반학생(종합)전형을 통해 8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2014 대입에서는 피닉스사정관전형이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전공역량면접과 인성면접을 진행했다.
서울대와 ‘삼룡의대’를 제외하면 건양대가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2015 전형계획 상으로는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시 일반학생(B) 전형과 정시 가군에서 모두 면접을 실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시와 정시 모두 면접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서울대 의대의 입시 체제와 가장 유사하다. 대교협 대학입학정보포털사이트에서는 “면접관 8~12인이 수험생 1명의 인성과 적성을 심층면접한다”고 밝혀뒀다. 면접위원 수를 살펴보면 각 방마다 2인씩 배치되는 형태의 다중미니면접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베리타스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