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뜻깊은 한글날이다.
오늘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하신 지 580 돌에 한글날 제정 100주년 그야말로 뜻깊은 날이다. 오늘날 한글은 전세계에서 위대한 인류문화유산으로 칭송받고 있다.
한글은 / 조명래
성군의 애민사상
위대한 문자발명
인류사 길이남을
최고의 문화유산
합리성에 과학성
실용성에 독창성
전세계 문자들중
최상의 표기체계
으뜸인 사랑의 글
인류 문명의 등불
♡-------♡------♡
1940년 8월, 경북 안동에 있는 한 양반 가문의 서고에 숨겨져있던 '훈민정음 해례본'이 햇빛을 보게 된다. 연산군의 언문금지령 때 분서(焚書)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뜻 있는 사람에 의해 무려 5백 년 동안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숨어 있었던 책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표지 등이 다소 훼손되긴 했으나 이 책에는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와 제자 원리, 그리고 반포한 날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세종어제훈민정음(世宗御製訓民正音)'의 글을 현대 말로 바꿔보면,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할 바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자가 많으니라, 내가 이를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쉬이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한글날은 서문에 “정통 11년 9월 상한(正統 十一年 九月 上澣)”에 정인지가 썼다고 기록되어 있어 ‘1446년 9월 상한’을 9월 상순의 끝날인 음력 9월 10일로 잡고 그것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로 기념일을 정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100여 개의 문자 가운데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가 알려진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과거 수백 년 동안 홀대 받던 한글은 고종황제가 갑오경장(甲午更張)의 근대적 개혁을 단행하면서 종전의 한문 대신 국문을 쓰도록 칙령을 공포해 비로소 공식적인 나랏글로 지위를 얻게 된다.
당시 소학교(초등학교)의 국어 교과서인 '소학독본'이 국한문으로 서술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나 그것도 잠시, 우리나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의 통치를 받게 되고 일제의 강점기 내내 총독부의 강압적인 한국어 말살 정책에 의해 한글은 또 수난을 당하게 되었으니, 창제 이후 약 4백 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깊은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한글에 대한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국문학자들의 모임인 ‘조선어연구회’에서는 1926년에 매년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해 훈민정음을 기념하는 행사를 거행했다. 그 뒤 ‘가갸날’은 주시경 선생님에 의해 ‘한글날’로 명칭이 바뀌면서 훈민정음, 정음, 언문, 반절 등으로 불리던 호칭이 ‘한글’로 통일된다.
문자의 발달사 측면에서 한글은 여러 문자 가운데 한 음절의 자음과 모음으로 표기하는 가장 발달한 음소문자에 해당한다.
중국의 표의문자 한자(漢字)나 일본의 음절문자 가나(かな)는 한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자이다.
한자는 뜻글자이므로 글자의 수만도 5만 개가 넘으며 사람이 낼 수 있는 발음 가운데 4백여 개만을 표기할 수 있고, 가나 역시 한 개의 문자가 한 개의 음을 대표해야 하는 음절문자의 한계로 사람이 낼 수 있는 발음 가운데 겨우 3백여 개만을 표기할 수 있으나 한글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이 서로 어우러져 만여 개의 발음을 표기할 수 있으니 다른 문자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로마자(영문 알파벳)도 한글과 같은 음소문자지만 절대음가가 없다. 예를들면 ‘일레븐(eleven)’이라는 한 단어 속에서도 ‘e’음은 각각 달리 발음되므로 반드시 발음기호가 필요하다.
또한 자음과 모음이 일관성 없이 뒤섞여 있으며 된소리를 표기할 수 없다는 결함을 갖고 있으나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완전히 구분되어 있는데다가 발음기관을 본떠 만든 자음은 예삿소리와 된소리, 거센소리를 질서정연한 배열에, 모음도 발음할 때의 입의 크기 순서로 배열했음을 알 수 있다.
엄격히 말해 한글은 로마자보다 한층 차원이 높은 문자이다. 어떤 학자는 한글을 로마자보다 한 걸음 더 앞선 자질문자(feature system)로 구분하기도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John Man)'은 문자의 역사에 대해 다룬 저서 '알파벳'에서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알파벳”이라고 소개하면서 “단순하고 실용적이며 세련된 이 알파벳은 가히 문자의 대표적 전형으로서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의 하나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유네스코에서는 1997년에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한글이야말로 말만 있고 문자가 없는 수 천 개의 언어를 표기하는데 가장 적합한 표기체계라고 밝혔다.
그에 따라서 이제까지 문자도 없이 살아온 인도네시아 찌아찌아부족은 한글을 공식문자로 쓰고있어서 세계에서 한글이 국제화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까닭은 한글이 배우기 쉽기 때문이라서 한글은 앞으로 국제화를 통해 세계의 문맹률을 낮추는데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종대왕의 위대함은 500년 후 디지털시대가 올 것을 예견하셨던 것이었을까? 한글은 정보화시대에 있어서도 가장 경쟁력이 탁월한 문자이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정보처리를 할 때 한글만큼 편리한 문자가 없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기로 문자를 전송할 때 중국이나 한자를 많이 섞어 쓰는 일본은 단어를 일일이 로마자로 바꾼 뒤 해당하는 글자를 찾아내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나 일본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한자나 가나와 같은 원시문자로는 디지털시대에 원천적으로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글의 자모는 절대음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로마자에 비해서 음성인식에도 훨씬 유리하다. 이제 정보화시대를 맞아 모든 나라가 한글 사용을 신중하게 고려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으로 한글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문자가 없는 여러 나라에 널리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거리 곳곳에서 한글을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울 것인가.
○ 언사충(言思忠)이라...
요즘 세계적인 한류 바람으로 우리 말과 글까지도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세상이지만, 정작 우리 현실은 한글이 왜곡되고, 훼손되어 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지지자의 글을 공유하며 '많이들 함께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 라고 썼다.
'우아하게'의 '우'를 정치적 성향과 연결해 '좌'로 바꾼 말로,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이 많은 온라인 공간에서 쓰는 표현이다. 대통령이 지지층의 은어까지 썼어야 했을까?
'좌아한 대통령' 이기보다는 취임 첫날의 약속을 한번 떠올리면 어떨까?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좌아하게'라는 말은 대통령의 언어로는 부적적할 뿐만아니라 딱 꼰대같은 표현이다. 이를 보며 언사충(言 말씀 언, 思 생각 사, 忠 충성 충)이 떠오른다.
'논어(論語) 계씨(季氏)'편에 나오는 언사충(言思忠)은 사물에 관하여 생각하는 9가지 구사(九思) 중의 다섯 번째로 ‘말을 할 때는 참되고 정직하게 하려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도 그럴진데 요즘 청소년들의 말을 듣다 보면 생소한 표현이 많다. ‘야차’와 '현피', 처럼 기성세대가 모르는 말들이 넘쳐난다.
'야차'는 별도의 규칙이나 보호장구 없이 오직 맨손으로 맞붙어 싸우는 무규칙 격투 방식으로 유튜브 길거리 격투기 콘텐츠 '야차클럽'에서 유래했다.
'야차(夜叉)'라는 단어 자체가 인도 신화에서 사납고 잔혹한 귀신을 뜻하는 것처럼, 극단적인 폭력성을 띤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놀이문화처럼 악용되며 패싸움을 벌이거나 폭행을 강요하는 학교폭력 양상으로 변질되어 사회적으로 커다란 경각심을 주고 있다.
'현피'는 현실 + PK(Player Kill) 에서 나온 인터넷 은어로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에서 싸우다가 “온라인 말고 실제로 만나자.”는 식으로 현실에서 만나 싸우는 걸 '현피 뜬다'고 한다.
‘야차’가 더 위험하게 보이는 것는 표현 자체보다 문제는 영상 문화다. 학생들끼리 싸우는 '야차 영상'이 텔레그램 채널이나 SNS에서 유통되고, 돈을 받고 거래되는 사례도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둘이 싸웠다”로 끝났다면, 요즘은 싸움, 촬영, 업로드, 조회수, 유통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싸움 자체보다 싸움을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더 큰 문제다.
“야차룰로 하자.”라고 말하면 뭔가 서로 합의된 놀이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로 학생에게 싸움을 강요하거나 다치게 하면 그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학교폭력이나 폭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 신조어는 뜻만 알면 끝이 아니다. 감다살(감이 다 살았네), 킹받네(열받네), '좌아하게'같은 말은 충분히 알만하나 '야차처럼 실제 행동과 연결되는 단어는 조금 다르다.
'댈구'는 '대리구매'의 줄임말로, 술이나 담배 등 미성년자가 살 수 없는 청소년 유해물질을 성인이 대신 사주는 행위로 과거 동네 아는 형 오빠에게 부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X(구 트위터)나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SNS를 통해 은밀하게 거래되는 구조로 발전했다.
성인 업자가 '수고비'나 '뚫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수고비 대신 조건만남이나 신체 사진을 요구하는 등 2차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매우 위험하다.
'댈입'은 '대리입금'의 줄임말로, 아이돌 굿즈나 게임 아이템을 사려는 청소년에게 소액(1~30만 원)을 대신 입금해 주고 나중에 갚게 하는 행위로 금융 지식이 부족한 10대들의 심리를 이용한 불법 사금융이다.
비록 소액이라도 단 며칠 만에 '지각비'라는 이름으로 수백%의 연체 이자를 붙이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부모나 친구들에게 신상 정보를 유포하겠다 협박하는 사이버 학교폭력 및 갈취 범죄로 악용되고 있다.
아이들이 이런 은어를 입에 담거나 SNS 메시지에서 사용하고 있다면, 이미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혼내기보다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대화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아야한다.
한글의 소중함을 알리고 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청소년의 대화 속의 비속어와 지나친 줄임말 사용이 단순히 청소년들만의 언어문화를 넘어 한글 훼손 그리고 세대 간의 불통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훈민정음 반포 580 돌 한글날 제정 100 주년을 맞아 ‘말을 할 때는 참되고 정직하게 하라는 언사충(言思忠)의 지혜와 함께, 한글을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함께 나눠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