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동학사 길의 벚꽃이 만개하여 절정을 맞았다. 계곡으로 다른 곳보다 개화 시기가 며칠 늦다. 가지 끝까지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낸다. 어찌 보면 마치 작은 벌집이 모여든 것 같기도 하다. 눈이 내리는 것처럼 꽃잎이 휘날리고 바닥에 쌓인다. 하얗게 보이던 꽃들이 연분홍 핑크빛이다. 그런데 어떻게 벚꽃이 희다고만 생각하였을까? 눈이 의심스러우며 머쓱해진다. 박정자에서 동학사에 이르는 길은 벚꽃에서 꽃바람이 불고 눈바람이 불며 또 다른 장관이다. 계룡산자락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으로 색칠하면서 숲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무 사이를 고운 초록 천으로 휘감고 있다. 축제장은 꽃과 먹을거리 못지않게 각설이 품바의 걸쭉한 말과 노랫가락에 빠져들어 연신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호박엿을 입에 물고 침을 질질 흘리며 때로는 얼굴을 붉히고 때로는 공감도 하며 뭔가 속에 담고 답답하던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처럼 가슴 속이 시원하다. 어디서 누가 저렇게 막말을 술술 토해내랴. “아이들은 저리 가고 사모님은 가까이 오라.”고 한다. 노골적이라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은 없지 싶다. 노랫가락이 구성지다 싶으면서 약장수가 되어간다. 허리가 아픈 곳에 이것이 좋고 정력에 무엇이 좋다고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한다. 꽃구경이 아니라 각설이 구경이다. 날이 저물면 하늘에 조각달까지 걸어놓고 축제가 무르익어간다. 소문은 꼬리를 물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차량의 행렬은 더 번잡하게 만들며 전깃불 아래 벚꽃은 오물거리면서 터질 듯 감춘 얼굴에 띄우는 엷디엷은 눈웃음이다. 속 옷자락을 뒤척이듯 저 선한 눈망울에 깊은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뿜는다. 모레쯤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다. 꽃이 비를 맞으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흉측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 많은 발길은 슬그머니 돌아서고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벚꽃의 존재가 드러난다. 그러나 산자락은 갈증에 물을 만난 듯 푸드덕거리며 성큼성큼 초록빛 얼굴이 모여들어서 신록의 축제를 준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