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 출처=DB손해보험
최근 DB손해보험(005830) 고객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김정남 DB손보 부회장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0년 대표이사에 오른 후 업계 ‘최장수 CEO’로 노련한 경영능력을 보이고 있으나, 이번 사건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8년전 ‘금융권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건’ 떠올라
8일 업계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보험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고객 신상정보 1000여건을 판 혐의로 지난 5월 경찰에 입건돼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는 ‘DB손보 고객에게 진행되는 보험료 절감 이벤트로 설명했다’는 취지의 문구와 함께 해당 고객의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폰 번호·거주 지역·근무처 등을 비롯해 보험 가입 이력과 보험료 납부액 정보 등도 상세히 적시돼있었다.
본지는 해당 고객과의 직접 연락을 통해 ‘그가 DB손보에 가입했었다는 점’과 ‘제반 신상정보가 모두 일치한다는 점’ 등을 확인했지만, 해당 고객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경찰이나 DB손보로부터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 피해 고객들 중 일부는 여전히 본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B손보는 “소비자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보험사와 대리점은 ‘위탁계약’을 맺고 개인정보 수집 이용·제공 등 개인정보 관련 사항도 위탁하게 되는데, 위탁을 받은 대리점에서 문제가 불거진 건이라 보험사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보험사 측과 상반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에 따라 ‘수탁자(대리점)’가 법을 위반해 ‘신용정보주체(고객)’에게 손해를 가할 시 책임은 ‘위탁자(보험사)’가 지게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개인정보보호법 제26조 4·6항, 신용정보법 제17조 5항 및 제43조 6항 등 조항에 관련 문구가 적시돼있다.
해당 보험사에 대한 법적 책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김 부회장의 위기론도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KB국민카드·NH농협카드·롯데카드·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한국씨티은행 등에서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해 경영진이 무더기로 사퇴하고 금융당국이 강한 제재를 가한 것과 상황적 유사성이 일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정보 1억여 건이 유출된 카드 3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이 지난 2020년 법정최고액 벌금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들 각 사는 지난 2012부터 2013년 신용카드 부정사용예방시스템(FDS) 개발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고객정보를 유출하는 것을 방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출된 정보는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신용카드 번호·카드 한도·이용액 등이다.
전문가 “윤리교육·보안시스템 정비 등 개인정보 관리·감독 철저해야”
금융당국은 향후 검사를 통해 구체적인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당국으로 넘어온 제보나 자료는 없는 상황이나, 추후 조사가 진행되면 상황을 면밀히 살펴 사실관계를 따지고 과실에 따라 제재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고객정보가 유출된 경우 유출 정보의 유형·규모·유출기간 등을 감안해 해당 제재를 감경하거나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세칙에 따라 개인정보 등 보호대책 수립 운영 소홀 등이 중대할 시 임직원에 대한 직무정지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사 본사를 비롯해 위탁·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한 윤리교육과 데이터 보안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금융업계 내 ‘마이데이터’가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고객 개인정보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사회 내에서 ‘보험정보’는 인적사항을 비롯해 급여·소득· 주소 등 모든 정보가 다 적시된 아주 예민한 정보”라며 “보험사는 본사뿐만 아니라 위탁업체에도 철저한 직업 윤리교육을 통해 정보 관리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최근 전 금융사가 고객의 정보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고객정보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해당 사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이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부르는 만큼, 사고가 발생했을 땐 당국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강력한 제재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78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