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엄청 추웠지만 오르막이 꽤 경사가 있어서인지 곧 몸에서 열이나고 김이 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차가운 공기가 콧등과 빰에 와 닿으니 겨울 동장군과 함께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을 끌어서 바위 위에 얼려놓고 사람들이 빙벽타기를 하고 있다.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보는 재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빙벽타기 하다가 좋아하는 산타기를 못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중반에 오르니 눈 아래 밀운 저수지가 펼쳐져 보인다. 오르면서 계속 내려다 본다. 저수지의 풍경이 고도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 재미가 들렸다. 소총사격 할 때 영점 조정한다고 한 클릭씩 조정하고 탄착군 확인하는 것을 반복하듯이
한 구비 오를 때 마다 시각이 조정되었으니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로 수십차례 저수지를 내려다 보았다. 저수지가 바다 같이 넓고 크고 작은 산들에 쌓여 있으니 꼭 남해 바다를 바라 보는 기분이다. 사진을 찍어서 남해 바다라고 우겨도 될 법 하였다.
능선에서 내려다 보는 바위들도 장관이다. 도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거나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떤 바위는 입을 크게 벌리고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듯 한 모습이다. 놀라운 장관을 보면 크게 울고 싶은 심정이 든다라는 사람의 느낌을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듯 하다. 연암 박지원이 요양의 백탑에 올라 요동벌을 내려다 보고 목놓아 울고 싶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바위로 뒤 덮힌 넓게 펼쳐진 장관을 내려다 보면서 나도 한번 울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등산길이 아주 좋다. 능선길에 접어 드니 좌측으로 고봉준령의 아름다운 바위산들이 눈에 들어 오고 우측으로는 줄곧 밀운 저수지의 탁트인 벌판이 시야에 들어 온다. 일주일 내내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던 눈이 제대로 한번 피로를 푸는 시간이 된다.
산은 높고, 못은 낮다. 높은 곳에 나무가 있고, 낮은 곳에 물이 있다. 질서가 정연한 자연이다. 그 비밀을 알수 없는 자연이다. 공자를 생각하고 노자를 생각하며 자연을 풀어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 해본다. 살신성인 할 것인가 ? 안빈낙도 할 것인가 ? 한번 질러 볼까 ? 그냥 조용히 살까 ?
입구에도 보았던 애신각라 집안 이름이 중간 정상에도 보인다. 등산로 입구에는 도원선곡이라 비석으로 글을 멋지게 써 놓고 그옆에 애신각라 부임이 썼다고 씌여 있다. 청나라 마직막 황제, 아니 중국 황제 역사 2000년의 마지막 황제 애신각라 부의하고 형제인 모양이다. 애신은 김씨라는 뜻이고 각라는 겨레라는 뜻이라고 한다. 누루하치의 청황실이 바로 애신각라 집안이다. 청나라 여진족의 황제가 김씨겨례라는 뜻이라고 하니 경주김씨가 아닐까 한다. 그러고 보니 애신각라 네글자 가운데 신라라는 두글자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청나라는 금나라를 이어 받은 여진족이다. 그래서 나라이름이 처음에는 후금으로 하였다가 나중에 청으로 바꾸었다. 중국의 중원을 압박하여 북송을 남송으로 쫒아버린 금나라 아골타는 분명 신라의 김씨 왕실의 왕자라는 역사 기록이 있다. 신라 김씨왕실과 금나라 아골타 그리고 청나라 애신각라로 이어지는 혈통연구를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산제를 지낸다고 상을 차렸다. 올 한해 등산의 무사를 위해 산신령에께 제를 올리는 절차이다. 절을 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젯상을 차린 뒤 편에 비석이 눈에 들어 온다. 또 멋진 글이 빨간 글씨로 새겨져 있다. 글을 읽어 보니 자연을 노래하면서 교훈적인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옆에 글쓴 사람의 이름을 적어 놓았는데 또 애신각라 집안사람이다. 도원 선곡은 애신각라 집안하고 관계가 많은 듯 싶다. 우리하고 같은 김씨겨례의 애신각라 집안이니 돼지머리에 막걸리 하잔 하시고 가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애신각라 집안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루하치의 아들이 청태종이다. 바로 애신각라 황태극이다.이 양반이 조선에 군대를 끌고 들어와 난리를 쳤다. 조선의 인조대왕에게 항복을 받아 갔다. 그리고 소현세자를 인질로 끌고 심양으로 갔다. 애신각라 황태극은 왕도정치를 실현코자하는 고상한 조선에 커다란 상처를 안기고 자존심을 구겨놓은 사람이다. 나쁜 사람같으니라구...막걸리 마시지 마시요. !
오늘은 싸가지고 간 도시락을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시산제의 젯밥으로 충분하였다. 역시 라면이 그중에서도 최고가 아닐까 싶다. 종이 컵 하나를 들고 여기 저기 라면 냄비에서 라면발을 건져 먹었더니 배가 든든하고 몸이 훈훈하였다.
하산하면서 같이 산행하던 회원분과 중국공산당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모택동의 영웅적 투쟁의 이야기를 도원선곡 골짜기에 남기고 왔다. 곧 당위원회에서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장개석을 욕하고 모택동을 찬양하였다. 사실 이런 관점은 가지에 불과하고 줄기는 동방의 자연관과 인간관이 서방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을 못 알아 차렸던 것이다.
다음 산행은 백하라고 한다.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코스다. 운몽산 도로를 오가면서 여러 차례 계곡 아래로 내려 보았던 길이다. 더구나 연암 박지원의 일야구도하라는 글이 바로 백하를 건너면서 쓴 글이라고 하지 않는가. 다음 산행에는 일야구도하를 찾아서 다시 한번 읽어 보고 가야겠다.
라떼
첫댓글 저도 한번 읽어 보고 가야 겠습니다^^
산에서 뵙겠습니다~~
백하 올레길 산행이 문학답사로 승화될 것 같군요.
라떼님의 박학다식에 새삼 새로운 공부를 하는것 같슴돠.
덕분에 저도 방금 '일야구도하기'라는 글을 찾아 읽어보았는데 큰 가르침을 얻었슴돠.
글고 우연찮게 저의 글과 글사이에 모시게 되서 영광임돠.
이번주 백하를 다녀오시면 길일을 잡아 양고기를 준비토록 하겠슴돠.
그럼...
(흐흐흐)
일야구도하기 이미 찾아보셨다면 어디 게시판에 올려 주시죠. 나는 아직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푸하하 제가 바로 그 경주김씨 ! 나두 어서 이 나라를 호령해야 할텐데..헤헴
그때 남는 자리 하나 있으면...좀 어떻게......하나만이라도...부탁함돠.
경주김씨? 신라왕실 후예이시군요. 그런데 경주김씨 조상이 흉노족이라는 역사고증이 있습니다. 김해김씨도 흉노족이구요. 흉노족이 한꺼번에 청동기와 철기로 무장하고 한반도에 집단 이주했다고 하던데...호령하는 김에 유럽까지 묶어서 호령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헝가리의 훈족이 흉노족이라고 하니 헝가리에 거점을 확보하고 제가 옹립하겠습니다. 흉노족의 왕실집안 후예라고 하면 구름같이 몰려들 것입니다. 초류향님 자리는 최고봉님까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슴돠.
뭔가 이상한 조짐이~ 다음주에는 애시당초 그 쪽 터를 밟지말고 지나가야지 원~~ㅋㅋ
흉노족? 암튼 어여 나~를 따르랏 헤헴..
라떼님의 글에서 새삼 느끼는게 많습니다. 사진도 고맙구요..
산에 가면 잡귀들이 들러 붙어서 엉뚱한 생각들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비우고 맑게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공자가 자연에서 인간의 이치를 찾았다는 것과 노자와 견해를 달리하게 된것이 산에서 세상을 관망하는 방법의 차이라는 점에 매료되어 하산길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랐습니다. 관점의 차이가 정치와 사람의 삶까지도 바꾸는 근원임을 .... 아~아!!! 깨달음을 얻었나이다. 감사합니다. ^^
이야기 하는 사람은 모르는 이치를 듣는 사람이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관점의 차이가 모든 것의 근원임을 제가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진은 셔터 밖에 모릅니다. 누르면 찍힌다. 이 알량한 지식 하나로 감히 사진을 찍어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