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의 반란(叛亂)-17
하와유(How are you, Korea?) 코리아
비행기는 엘에이 공항을 떠나 근 13시간 동안 비행한 후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검은색 삼소나이트 빽쌕 하나만 달랑 등에 맨 채였다. 특별한 제재없이 검색대까지 지나 자동문이 열리자 긴장된 마음으로 한걸음을 띄었다. 이제는 타국 같은 조국, 나는 심호흡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나는 출구밖에서 '제 임스'라는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쓰인 팻말을 보았다. 내 성이 제이고 이름이 임스이거든. 흰색 두툼한 방한복을 입은 아줌마였다. 내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그쪽에서 나를 아는듯 반갑게 걸어왔다.
"제임스씨죠? 저는 나세희의 사촌 언니이자 선배인 정미진입니다."
"반갑습니다. 제임스입니다.수고를 끼치게 해서 죄송합니다."
"세희 일이 제 일인걸요. 잘 오셨어요.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한국에 있는 동안 제가 보살피겠어요. 괜찮죠?"
우리는 걸어 나오며 소음으로 잘 들리지 않는 대화를 나눴다. 키는 세희보다 조금 작았지만 배율적 균형이 잡혀 보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목소리는 60대 중년이었고 서울 표준말을 사용하였다. 나는 우선 쉬며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다. 내가 주춤하자 그녀가 말했다.
"어디 가서 커피 마시며 마음을 좀 추스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아! 저리로 가요."
그녀가 2층을 가리켰다. 첫번째 생각이 일치했다. 나쁘지 않았다. 활주로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커피를 놓고 앉자 그녀는 궁금한 것들이 많은 것 같이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물어왔다.
"한국에는 몇 년 만에 오신 거예요? 특별히 가실 곳은 있으신지요? 혹 몸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요?"
나는 취조 당하듯 말하고 있는 그녀 얼굴만 봤다. 연분홍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통통하여 생기가 넘쳤다. 요즘 한국 중년여성들은 대부분 이렇게 건강하고 쎅시한가 생각 들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후 내가 입을 언제 여는가 하며 내 입술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15년만에 처음일 것입니다. 특별히 갈 곳은 없고... 찾아봐야지요. 그리고 갸웃 환자입니다만... 현재까지 별 문제없습니다."
내 말이 끝나길 기다린 듯 재차 물어왔다.
"세희와는 어떤 관계 이세요?"
솔직하였다.
"ㅎㅎㅎ 지금 이 나이에 어떤 관계라니 요. 제가 65살입니다. 이 세상의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나는 다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멍 해진 눈으로 활주로를 봤다.
"참 좋으신 분으로 생각 들어요. 이 정도면 다른 남자들은 난리 만들었을 거예요 ㅎㅎㅎ. 저는 처음 말한대로 정미진이고요, 63세이예요. 제가 두 살 아래 네요. 알고만 계세요. 그리고 호텔은 7박으로 예약하고 다 지불해 두었어요. 제가 그곳으로 모실께요. 괜찮죠?"
"나세희가 이렇게 부탁한겁니까?"
"네. 맞아요. 더 엄청난 것도 필요하면 다 해드리라 했어요. 만나 뵈니 잘했다고 생각해요. 우선 시장하실 테니 저녁식사부터 하셔야 죠~ 가세요."
실은 배가 고팠다. 더구나 한국에서의 첫 식사라… 더욱 배가 고팠다. 우리는 그녀의 그린색 벤츠 SUV를 타고 인천 송도로 갔다. 나는 어디가 어디인지 모른다. 변해도 너무 변한 한국이기에… 꽃게찌게(Crab stew). 우리는 내가 먹고 싶다고 한 그 꽃게 찌게를 맛있게 즐겁게 먹었다. 실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꽃게 찌게 의 맛은 오랜 옛날의 향수를 불러 가까이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밤바다를 보며 걸었다. 옆에서 본 정미진은, 166센티 정도의 키에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는 몸매였다. 밤에는 50대 초반의 중년으로 보였다. 그녀는 걸으며 내 팔을 잡고 팔짱을 끼고 싶어했다.
"제임스 오빠~ 이렇게 불러도 되죠?"
나는 그녀의 얼굴을 봤다. 6학년 3반의 또다른 모습을 보았다. 나는 미소만 주었다. 그녀는 얼른 내 곁에 바짝 다가와 꼭 붙어 팔짱을 꼈다. 그래도 든든함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 들었다. 매미는 고목나무에 붙어 있어야 하거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 네비게이터가 잘되어 있어서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생각보다 운행차량들이 너무 많았다. 풍족하게 사는 나라 다웠다. 그녀가 말한 하이얏트 호텔은 내가 잘 알았던 곳이다. 남쪽으로 한강을 내려다 보는 12층의 룸은 아늑하고 탁 트인 시야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유혹은 그녀가 시작하였다. 그녀는 룸에 들어서자 쟈켓을 벗었다. 내가 그녀의 쟈켓을 뒤에서 받자 그녀는 짧은 신음을 내었다. 그리고 나에게로 넘어졌다. 나는 얼른 그녀를 가슴에 받았다. 그녀 앞으로 돌린 두 팔이 그녀의 가슴을 안자 그녀는 돌아서며 나를 안았다.
“이렇게 하고 싶어요. 가만 내버려 두세요.”
그녀는 속삭이며 말하고는 발끝으로 키를 늘려 내 입술을 찾았다. 그런 상황에서 피하고 냉철한 말을 한다면, 이야기가 끝난다. 나는 예절 바른 신사도 도덕으로 무장된 성군도 아니며 교양 넘치는 점잖은 어른도 아니다. 더구나 안긴 여성이 뭔가를 원하는데 박절할 정도의 이성을 가진 양반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힘껏 안고 짧게 그리고 길게 깊게 키스를 하였다. 그녀는 노련하였다. 이내 흥분되어 한 손바닥이 아래로 내려왔다.
“오빠~ 이렇게 부르고 싶어요. 아~ 으흐흥~ 옵빠~아(oppa ~a)”
예상보다는 진도가 빨랐다. 몸과 맘이 피곤하였지만 오빠라 부르며 살갑게 구는 정미진이 밉지는 않았다.
18
65세의 반란(叛亂)-제3의 여인(女人)들
첫댓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에 작은
행복을 준 데요 오늘 하루 예쁜 말 많이
하세요 따뜻한 화요일 보내요 감사합니다.♡
https://cafe.daum.net/rhkdtpck
https://youtu.be/PUD3J8y02X0
PLAY
함께 해 주신 중년지기 님,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고 좋은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영상 글 마음깊이 잘 세깁니다 고맙습니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