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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왜 손을 못 펴?"
"정말, 뭘 감추기라도 하는 거야?"
김하나, 김두나의 이 말에 흩어지려 하던 아이들이
다시금 자리를 잡고 서서 뾰족한 눈으로 날 응시한다.
그러면 난 죄진것도 없는데
죄진것 마냥 그렇게 바들바들 떨기 시작해. 숨이 막혀.
"손 이리 내보라니까?"
"손 안펴?"
"이거 안되겠네?"
"손 피라니까!"
김하나와 김두나가
내 꽉 쥐어진 손을 풀려고 한다.
2:1에 상황. 난 못펴… 안펴….
"효주야, 왜 그래?"
지금 내 상황을 전혀 모르는 비연이가 의아해
하면서 내게 물어왔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랫입술만 씹어야 했다.
눈은 '당해봐, 어디'라며 눈빛으로 나에게 말하는,
비웃는 표정을 하고선 이사랑에게 두고 애꿏은 입술만 씹고 있다.
여전히 김하나, 김두나는 내 굳게 주먹쥐어진 손을 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면 난 손에 더욱 세게 힘을 줄 뿐.
"너희들 이게 무슨 짓이야?"
김하나, 김두나가 주춤하는 사이에 얼른 손을 빼곤
비연이의 뒤로 붙어 섰다.
무서워… 무섭다구.
지금 이 상황… 무서워. 벗어나고 싶어.
"꺄아악!"
"피… 피야!"
"차효주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어!"
엄습해 오는 이 두려움에 손을 너무 꽉 진 탓일까?
손아귀 사이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픔도 새카맣게 잊고…
그저 미칠 것 같이 숨막히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나머지 비연이에게 딱 달라 붙어서선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무서워… 목소리가 안나와.
"아, 이제야 알겠네."
"너지? 네가 사랑이한테 상처 입힌 거지?
그치? 이 여우 같은 계집애."
난 눈에서가 아니라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꿀꺽 삼키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억지로 꿀꺽 삼킨 눈물이… 잠시 방심한 사이…
눈가로 흘러가 눈물을 뽑아 낸다.
난 이 눈물도 보이기 싫어 재빨리 눈물을 훔쳤다.
"누가 널 울렸다고 울어? 하- 웃기지도 않아, 정말!"
"지금 이 상황에서 울어야 하는건 네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맞아. 웃겨, 정말!"
비연이가 내 손을 잡고 아이들을 밀쳐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을 만들어 준 비연이. 이제 도망치려 한다.
이 끔찍한 상황에서 몇발자국만 더 가면 탈출 할 수 있어.
몇발자국만 더… 더.
"거기 서."
"……!"
그 누구도 우릴 막지 않았지만 어떤 한 사람만이
무섭도록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러 잡아 세운다.
"너냐?"
뚜벅뚜벅.
나와 비연이 앞에 서서 비열한 웃음을 띈채 말하는 은유천.
"너냐고. 차효주."
은유천의 싸늘한 눈빛의 눈을 마주 할 수 없어 다른 곳에 시선을 두었다.
"너야?"
거칠게 내 손을 잡아채는 은유천.
"……!"
손가락 하나 하나를 피게 하는 은유천.
그러면 난 안피려고 더욱 손에 힘을 꽉 쥔다.
더 짙게 배어 나오는 피.
내 흘러내리는 피가 바닥을 적실때쯤 인상을 찌푸리는
은유천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손에 힘 풀어."
"……."
"손에 힘 풀라고."
"……."
"손에 힘 풀라는 말 안들려?"
"……놔."
"손에 힘 풀라고!"
복도를 가득 매운 소리. 모두들 놀란채 지켜보고만 있다.
은유천의 고함소리와 은유천이 내 뺨을 스친 소리.
이 두 소리만이 조용해져버린 복도를 가득 매울뿐이었다.
"씨발."
"…흡."
손바닥에 곧게 꽂힌 카터칼.
"내 눈 앞에 띄지마."
"……흐."
쓰라려.
"내 눈 앞에 다시 띄면 죽여 버리는 수가 있어."
난 뒤에 이어져 들려 오는
은유천의 말을 듣지 않은 채 뛰었다.
피가 묻은 손으로 내 눈물을 훔치며.
쓰라림 보다 눈물을 흘러나오는 게 더 아팠다.
눈물이 내 볼을 적시는 게 더 아팠다.
뜨거운 내 볼을 적시는 게 더 아팠다.
★
"야. 네가 뭔데."
효주가 자리에서 벗어난 후 우글 거리며
자기 반으로 혹은 매점으로 흩어지는 아이들.
하지만 그 자세 그대로 효주가 벗어난 자리를 지켜보고만
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그건 구비연, 은유천, 이사랑이었다.
"너랑 말 섞고 싶지 않은데?"
"나도 네 면상떼기 보는 거 토악질 나거든?"
"피식-"
"왜 나도 때리려고?"
유천에게 얼굴을 갖다대며 조금은 비양냥 거리듯
말하는 비연이었다.
그런 비연을 보며 어이없게 웃는 유천이다.
"너 겁도 없이 자꾸 덤빈다?
진짜이게 계속 봐주니까 한도 끝도 없이 기어오르네."
"넌 눈에 뵈는 게 있어서 효주 때렸니?"
소리를 꽥 지르는 비연이었다.
그런 비연을 차갑게 바라보는 유천.
그리고.. 꽤 흥미진진하단 눈빛으로 보는 사랑.
사랑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만큼
묘한 표정의 사랑이었다.
"효주가 샌드백으로 보였니? 효주가 바보처럼 보였어?
바보, 머저리 같아?
계속 네 투정 다 받아 주니까 효주가 병신 같이 보였니?"
"닥쳐."
"효주 샌드백 아냐."
비연이는 사랑이를 죽일 듯 노려보며 말했다.
자기와 말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인지 착각이라도 한 듯 그렇게…
사랑을 노려보며 말하고 있는 비연이다.
"……!"
그런 비연의 머리칼을 한웅큼 잡는 유천.
독을 품은 유천의 눈빛… 표정… 무섭다는 표현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잔인하다는 표현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그런 유천의 지금 모습의 살짝 움츠려든 비연이었다.
"닥치라고. 좀."
"…효주, 바보 아냐."
"피식-"
"효주… 머저리 아냐."
"씨발, 야."
"효주… 병신 아냐! 효주. 아니야. 그거 다 아니야!"
"하-"
"그거 다 너야."
"……뭐?"
"바보, 머저리, 병신!
그거 다 너라고!
은유천 너라고!
그것도 엄청 심각한 병신."
비연의 머리칼을 쥔 손에 더욱 센 힘이 가미되고
비연은 머리가 통째로 뽑혀 나가는 것만 같은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유천의 눈빛은 피하지 않는다.
계속 유천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다시금 사랑에게 두는 비연이었다.
"이사랑. 넌 정말 최악이야."
………………………
……………
………………………………
"효주, 걸레로 만들어서
학교에 소문 퍼트리니까 좋았어?"
방긋 웃으며 말하는 비연이었다.
그러면 사랑은 언제 여유로웠냐는듯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간다.
그리고… 스르르 비연의 몸이 자유로워 지고…
"무슨 소리야."
사랑을 보며 웃는 비연에게 낮게 물어오는 유천.
"효주, 애들 시켜서 밟으니까 속이 편했어?"
"……."
"병원에 입원 시킬만큼 밟았으니까
속은 어느 정도 후련해졌겠네. 응?
왜 말을 못해? 은유천이 앞에 있어서?
응? 그래서? 이사랑?"
"……뭐야. 이거."
"구비연이 수작 부리는거야."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다시 여유를 되찾은 사랑.
유천에게 풀었던 팔짱을 다시 두르고 말한다.
다 구비연이 수작 부리는 거라고 말이다.
"수작? 하하. 웃긴다. 너?"
"이딴 말 따위 그만 듣자, 유천아.
나 손이 너무 아파. 양호실 가자!"
"어."
약간은 의심 섞인 표정의 유천은 사랑에게 다가간다.
"수작? 하… 수작? 그래. 이거 다 수작이라고 하자.
그럼 왜 그 때 효주 밟았던건데?
은유천한테 고백 받았을 때… 그 때 왜 효주를 불러내서 밟았던건데?
네 친구들 다 불러서.. 왜 효주 모욕 줬는데?
왜 가만히 있어도 아픈 효주… 더 아프게 했는데?
너는… 효주 보다 갖은 거 더 많잖아.
효주한테는 없는… 엄마, 아빠…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 거기다 돈까지.
근데… 효주는 엄마, 아빠도 없는데…
부모님 사랑받고 싶어도 못 받는 앤데.
맨날 나한테 나이에 맞지 않게 부모님한테 효도하라는 애야.
우리 엄마, 아빠를… 자기 친 엄마, 아빠처럼 따르는 애라고.
그런 애를 왜 아프게 해?
너 때문에 효주 나 밖에 친구도 없어.
왜 지독히도 외로운 효주, 더 외롭게 하는데.
왜 사랑이라면 은유천한테 받을 수 밖에 없는 애인데.
은유천, 효주한테 유일한 삶의 이유였는데.
은유천 없으면 효주 하루라도 못 사는 애였는데!
네가 뭔데 은유천 뺏어 가?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차효주 아프게 하고 외롭게 하는데? 네가 뭔데!"
"……."
"친구 배신하고, 친구 남자친구 뺏어 가고…
너 진짜 나쁜 애야. 너… 너 진짜… 최악이야."
"……."
"근데… 차효주가… 너 나쁘게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
몇 년 전에 너 때문에 병원에 있었을 때도,
얼마 전에 너 때문에 병원에 있었을 때도…
너 불쌍한 애라고. 너… 너 나쁘게 말하지 말랬어."
"……."
"근데 난 네가 하나도 안 불쌍해.
너… 정말 싫어. 최악이야. 이사랑."
"……."
"은유천 넌 더 최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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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칼이 깊게 베어 있는걸 내 눈으로 보며
그저 한 생각 밖에 안들었다. 아퍼. 아프다.
"아파. 너무 아파. 손 보다 뺨이 더 아파. 뺨 보다 가슴이 더 아파…
미칠 것 같아. 미쳐 버릴 것 같아. 아파서… 너무 아파서…"
맨날 아프기만한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아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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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 00 [우리 빙구! 아침 먹어? 많이 먹어]
07 : 02 [아니다 조금만 먹어]
07 : 05 [많이 먹으면 나 허리 휠 것 같아]
07 : 08 [아니다 많이 먹어야 예쁘지 우리 빙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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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10 [빙구 보고 싶어]
12 : 20 [언제와?]
12 : 25 [빨리 와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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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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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40 [안그럼 아이스크림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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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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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50 [또 울어?]
"……."
13 : 07 [은유천 죽여도 되지]
"……!"
첫댓글 정말 잼있어요사랑이는 정말로 최악이에여.. 비연이 말처럼..ㅡ,.ㅡ
잘봤어요~ 드디어 유천이가알았네요
유천이 죽여버려 ㅠㅠ
앆ㄲㄲ박유천이런4%#^$%^@%$%$%아 너무 멋잇요~~진짜 이사랑진짜@$^%$&%$^$같은데~
제발 유천이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겟어여.....난유천이가좋은데ㅜㅜㅜㅜㅜㅜㅜ
헉 저는뭔가유천이랑사랑이랑 비밀?그런거 있는줄알았는데.... 유천이바보네ㄷㄷㄷㄷㄷㄷㄷㄷ
내가 꽃잎소설에서 유일하게 읽는 소설.ㅠㅠ 난 효주 유천 커플 지향중인뎁. ㅠㅠ
비연이 굿이에요 말 한번 시원하게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