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사시간에는 멀리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본당의 오세민 루도비코신부님께서 강론을
해주셨다.
밤늦게 까지 붓글씨 쓰느라 피곤했는지 눈감고 강론을 듣기 시작하던 남편이 신부님께서
강론을 시작하신지 불과 1,2분도 지나지 않아 눈을 번쩍 떴다.
신부님의 말씀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본다.
저는 강원도 속초에 있는 청호동성당에서 온 루도비코 신부입니다.
얼마전 주교님께서 절 부르셨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잠시 머뭇거리시다가 말을 꺼내셨
습니다.
루도비코 신부, 내가 할 말이 있습니다..
하지 마세요!
아니 꼭 해야 할 말입니다.
하지 마세요!
미안하지만 해야 합니다.
미안하니까 하지 마시라니까요!
저는 제 배를 열어보이며 말했습니다.
차라리 제 배를 째세요!
물론 이 말은 속으로 한 것입니다.
주교님 말씀은 제가 예상하고 있던대로 저희 청호동에 새성당을 지으라는 말씀이였습니다.
저는 정말 못한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하늘에서 예수님께서 시키신 일이라고 생각하고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기도 중에 예수님께서 응답해주셨습니다.
분당 마태오성당으로 가보거라!(신자들의 웃음..)
저희 부모님은 만주에서 나고 자라셨습니다.
저희 조부모님과 외조부님께서 술자리에서 줄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시다가 각자 아들,딸이
있다는 걸 확인하시고, 둘 다 카톨릭신자인 걸 확인하시고는 그 자리에서 사돈을 맺으셨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아버님의 얼굴 한본 못 보시고 16세 때 시집을 오셨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학교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셨지만 평생 잘 하시는 일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애 낳는 일입니다. 11명을 낳으셨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아이도 열심히 낳으시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저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큰 형님이 어~~~ 하더니 신학대학을 가고 신부가 되었습니다.
몇년 지나고 셋째 형이 어~~~하더니 신부님이 되었습니다.
또 몇년 지나고 넷째이 누님이 어~~~하더니 수녀님이 되었습니다.
그리곤 멀쩡하게 대학에서 신학아닌 다른 과목을 전공하던 일곱째 형이 어~~~하더니 또 신부가
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열한번째 막내인 제가 어~~~하다가 신부가 되었습니다.
제가 부제서품을 받기 불과 세달 전에 아버님이 병환으로 돌아가셔서 아버님께서는 이 막내의 서품식
을 안까탑게도 보지 못하셨습니다.
그날 부모님석이 비어있었습니다. 물론 어머님은 건강하셨지만..
그때까지 저희 어머님은 자식들의 그 좋은 자리에 한번도 참석치 못하셨습니다. 이유는 자동차 멀미가
너무 심하셨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저의 사제서품식을 앞두고 주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그 많은 자식들을 봉헌
하시고도 그 자리에 한번도 참석치 못하셨으니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이냐고,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어머니를 모시라고..
그때부터 어머니를 모실 전략을 짰습니다.
어머니께서 자동차에 적응하시게 하기 위해 아주 잠깐씩이라도 차 타는 연습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제 서품식 3일 전부터 어머니 수송 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사제서품 받을 성당과
어머니께서 계신 곳은 자동차로 4시간 거리였습니다.
조금 걸으시다가 자동차로 조금, 조금 걸으시다가 또 자동차로 조금.. 하루 밤 그 동네에서 주무시고..
담날 또 같은 일을 반복.. 또 주무시고..
당일날 식은 11시였는데 어머니께서는 힘겹게 10시30분에 도착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제서품을 받는 동안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그리고는 제가 사제가 된 첫 강복을 어머니께 드렸는데 어머니께서는 강복을 받은 직후
온몸이 홀가분해지고 날아갈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는지 어머니께서 집에 돌아 갈때는 한방에 가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하셨습니다. 그래서 버스로 모셨는데 평생 멀미 때문에 동네를 떠나
보지도 못했던 어머니께서 정말 단숨에 멀미도 없이 귀가하셨습니다.
문제는 그 후 부터입니다.
어머니께서 정신없이 쏘다니기 시작하신 겁니다.
심지어는 80이 넘으셔서 메주고리에를 무탈하게 다녀오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제 서품식 끝나고 주신 선물 이야기도 해야겠습니다.
조그만 보따리를 주시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펴보라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 궁굼해서
받자 마자 방에 들어와 그 보따리를 펴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제 배냇저고리와 첫돐때 어머니께서 뜨개질해 입혀주신 세타가 들어있었습니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어머니께서 삐뜰빼들 글을 쓰신 종이쪽지도 한장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원래 이렇게 작은 사람이였음을 기억하십시요.
(이 대목에서 필자는 눈물이 주르르...)
저희 어머님은 지금 93세이시고 어디에 살고 계신가 하면... 바로 제 옆방에 살고 계십니다.
하루는 제가 사제관을 나가기 전에 어머니께서 현관에 쭈그리고 앉아 계신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 신발에 정성스레 성호를 긋고 계셨습니다.
속초 바닷가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도 평화롭게 기도하고 머물다 갈 수 있는 조그맣고 예쁜
성당을 지어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성당 한쪽 벽은 흰타일을 붙여서 누구나 와서 기도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새
길 수 있게 하렵니다.
내년 12월 준공예정입니다. 오셔서 편안하게 쉬다 가십시요.
남편은 옆에서 계속 신부님께서 정말 멋있는 분이라고 큰 신부님이 되시겠다고 중얼거렸다.
필자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는 이 긴 글을 쓰는 행동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라 본다.
완공된 청호동성당에 가서 바닷내음을 맡으며 평화롭게 지내다 오리라,신부님의 어머니를
꼭 뵙고 오리라. 살아 계신 성모님을..
첫댓글 가슴이 찡....하네요
아름다우신 어머니
존경스럽습니다. 애쓰시는
신부님...가족분들...
참.. 든든하고 좋아요
김순란 님 글 읽으면 왠지
박하사탕 먹는 기분 들어유
감사해유^^
강론이 체험에서 나오니 참 감동적인 입니다.
신부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김순란님의 글 담백하면서 아주 훌륭합니다.
우리 카페에 자주 글 올려주세요.
아름다운 글 행복하게 머물렀습니다.
감사합니다.
배도 안 째시고 성당도 지으시네요.
좋으신 우리 신부님들 하느님의 대리자들~~고맙습니다.
지고지순한 어머니가 계셨기에...성모님 닮은 어머니 감사합니다.
속초의 청호동 성당 꼭 기억하렵니다. 가봐야쥐~~
김순란씨 아름다운 강론 이야기 들려 주시어 감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