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농장같은 대한민국 정치판
가을비가 내리는 날 이 비가 그치면 산하가 만추의 빛으로 물이들겠다.
정치인들의 발언을 하나하나를 보고 듣다 보면 너나 할것없이 모두가 평등과 공정, 국민의 행복을 말한다. 국민들 앞에서 하는 그들의 말과 행동은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 모습은 현재만의 일이 아니다. 스탈린 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조지오웰의 정치 풍자, 디스토리아, 사회고발 소설 '동물농장(Animal Parm A Fairy Story)'을 보면 '평등'을 내세운 권력의 형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작은 '평등'으로 '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은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농장 주인 '존스' 씨를 내쫓고 그 자리를 자신들이 차지한다.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이 리더를 자처했고, 농장을 평화롭게 이끌기 위해 7계명까지 만든다. 그중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라는 계명은 그들 마음의 위로이자 삶의 원동력이 된다.
농장에서 단순 노동만 했던 동물들은 사회를 이해하고 권력을 감시할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농장 체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주어진 일만 했다.
알게 모르게 동물농장은 돼지들의 농장이 되어가는지도 몰랐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평등한 사회라고 믿었다.
그렇게 그들의 사회는 하나 둘씩 고장나기 시작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규칙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동물농장의 7계명도 그렇게 했으나 언젠가부터 리더 '나폴레옹'은 함께 했던 '스노볼'을 내쫓고, 그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으며, 결집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던 '잉글랜드의 짐승들' 노래도 못 부르게 했다.
외부에서 보면 분열처럼 보일 만도 했지만 동물들은 조직이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평온하게 살아간다.
결국 7계명 중 여섯 개는 어디로 간지도 모른 채 단 하나의 계명만 남았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평등'이라는 글자만 남았을 뿐, 진짜 '평등'은 죽은 것이다.
'나폴레옹'은 평등을 가장한 권력을 남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화 유지 전략, 공공의 적 평등의 의미가 퇴색되는데도 동물들은 이를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교육'의 부재로 교육받지 못한 동물들은 선동에 취약했다. 그 선동의 대상이 '스노볼'이 된 순간 '평등' 사회는 '분노' 사회로 변질되어 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스노볼'은 공공의 적으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대상이었다. 동물들은 모든 일을 '스노볼'의 탓으로 돌리며 결집력을 강화했다.
'잉글랜드의 짐승들' 노래는 이상과 희망을 공유하게 하는 정신적 결속이었다면, '스노볼'은 공포와 증오로 단결이었다.
혹자는 이를 공포정치라고 말했지만, '나폴레옹'은 오히려
농장의 질서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의 적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장치였다. 실패한 혁명은 권력자들의 먹이가 된다. 메이너 농장에서 동물농장으로, 동물농장은 다시 메이너 농장으로 바뀌었다. 혁명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 실패는 '나폴레옹', 그와 손잡은 인간들에게는 달콤한 결말이었다. '나폴레옹'과 인간들은 화기애애하게 연회를 시작했지만, 탐욕으로 가득찬 그들의 연회는 언쟁으로 어수선해졌다.
밖에서 바라보던 동물들은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늘 그랬듯, 그저 바라만 보았다.
권력자들이 '무지'를 권력 유지의 도구로 사용하는 한 과거와 현재는 통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독재, 권력 남용, 분열은 상상도 못할 일처럼 보여도 말이다.
스탈린 독재 체재를 비판하는 '동물농장'이 우화로만 읽힐 수 있으나 이 소설은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평등과 평화는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이지만, 때로는 그 의미가 왜곡된 채 포퓰리즘 정치에 이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7계명을 만들고 힘을 모아 살아가지만, 점차 돼지 나폴레옹의 권력이 강해지면서 새로운 계급이 형성된다. 결국 동물들이 꿈꾸었던 평등한 사회는 실현되지 못하고, 농장은 또 다른 독재 체제로 변질된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표현만 좀 바꿔놓으면 동물농장과 매한가지가 아닐까? 그러니 우린 깨어 있어야하고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