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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세쌍둥이 IS(Infinity of Sound) 데뷔 앨범 'Step One'
01. Step One
김진아 : 가야금, 철가야금, 양금
국악 세쌍둥이 IS(Infinity of Sound) 데뷔 앨범 'Step One' 전곡듣기
비단결 같은 선율에 사뿐사뿐 등장하는
안석희 (작곡가)
퓨전 음악 그룹 IS의 첫 공식 앨범인 《Step One》이 나왔다. 소리의 무한으로 번역하면 될까? Infinite of Sound의 약자인 IS를 이름으로 삼은 이 팀은 올 1월 MBC 드라마 궁S의 궁중악사로 깜짝 출연한 바로 다음 날,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같은 날 태어난 세쌍둥이 자매라는 점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셋 다 국악기를 전공하고 같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것도 관심을 모은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악기를 다뤘고 이미 여러 무대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젊고 재능을 가진 미모의 세 아가씨.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만하다. 하지만 이들의 독특한 음악만큼 주목할 만한 것이 또 있을까.
01. Step One
이제 국악 퓨전 음악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아티스트를 통해 귀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IS가 다른 점은 보컬과 악기들의 컴비네이션에 있다. 이들이 네 번째 악기라 부르는 목소리, 이것이 다른 국악 퓨전 그룹과 이들을 구분짓는 지점이다. 전자악기를 배제한 정교하고 조화로운 국악기의 사운드가 마치 비단길처럼 깔리면 그 위에 때로는 풋풋하고 때로는 앙증맞고 애교 넘치는, 그 나이 대에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사뿐거리며 등장한다. 이들과 반대편 극에 또 다른 국악 퓨전 그룹 고스트윈드가 있다. 고스트 윈드가 전통 국악 창법으로 일렉트릭 기타의 굉음과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휘젓고 뒤집는다면 국악기의 결 고운 비단 위에 대중가요의 창법을 사뿐 얹는 게 IS다.
02. 봄
이 가벼운 IS의 스텝을 총지휘하는 인물이 바로 원일이다. 이들이 다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음악원 작곡가 교수이기도 한 원일은 지금까지 수많은 음반 작업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이들의 젊은 색깔에 맞춰 여유롭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원일과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따로 또 같이 작업을 해온 복숭아 프로젝트의 강기영, 장영규, 방준석 등의 이름이 크레딧에 보인다. 하나같이 그 실력을 인정받는 음악감독 급의 인물들이다. IS의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는 바로 이런 무게감 있는 인물들의 뒷받침에 힘입은 바 크다. 이처럼 거장들이 신인이 잘 걸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또 다른 국악퓨전 주자의 한 명인 꽃별을 연상시킨다. 꽃별이 일본에 근거를 두고 작업할 때의 성장 방식이 그러하다.
03. 자연스러워
인트로 연주인 <Step One>은 음반 전체를 조망하게 해주는 요약본이다. 오른쪽 베이스 역할을 맡는 거문고 그 위에 사운드를 구축하는 왼쪽의 가야금 그리고 가운데 해금. 그 뒤에 전통 타악기로 구성되는 리듬 파트. 대체로 끝까지 유지되는 이 악기들의 편성과 조금 간지러운 말미의 코러스 하이~는 이 음반을 어떻게 풀어갈 지 잘 가늠하게 한다.
04. 백만송이 장미 (Radio Edit)
이어지는 타이틀 곡 <봄>은 의도적으로 구성된 반복되는 코러스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은 뒤에 이어지는 백현진-장영규 콤비의 <미끄러운 재채기>와 짝을 이루며 음반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낸다. 끝을 끌어올리는 트롯스러운 창법은 <자연스러워>에서도 이어지며 음반의 또 다른 표정을 만든다.
05. 미로
심수봉의 리메이크로 잘 알려진 <백만 송이 장미>는 러시아 원곡의 깊이와 심수봉의 해석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국악기로 만들어가는 전형적인 연주 편성을 보여주는 이 곡은 성격이 다른 여러 북과 장구 그리고 팅샤와 각종 금속악기를 사용해서 마치 드럼과 퍼커션 연주를 연상케 하는 리듬 파트를 구성한다. 여기에 거문고 베이스가 오른쪽, 왼쪽 가야금이 리듬을 잘게 쪼개며 기본 리듬 편성을 만든다. 이 위에 해금과 가야금 더빙이 대선율을 그려내는 데 여기에 코러스의 화음이 겹치며 두터움을 만들어낸 솜씨는 프로듀서 원일의 기량을 가늠케 한다. 이 곡은 국악기를 어떻게 배치해야하는 지에 대한 일종의 모법 답안이고 전형적인 모델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06. 줄리엣
이어지는 <미로>나 <줄리엣> 그리고 <미끄러운 재채기> 역시 이 폼을 이어간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노랫말이다. 특히 <줄리엣>은 완전히 주류 대중가요의 창법과 10대의 일상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인데 이 노랫말의 내용이 지금 10대 같지 않고 8, 90년대 10대의 모습이 그려져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음악 구축의 완성도와 비교할 때 이런 노랫말의 부조화가 오히려 정감 있다고나 할까? <미끄러운 재채기>에서 보이는 ‘펭귄이 그려있는 티셔츠’나 모니터, 이메일 같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영어단어들도 이러한 즐거움을 더한다.
07. 미끄러운 재채기
8번 트랙 <고무줄놀이>는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이었는데 나는 이 곡을 들으며 근대 이전 전래민요와 개항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대중가요의 주류가 된 트롯, 그리고 1970년대 포크 1980년대 발라드 이후 대중가요계의 주류장르가 된 서구화된-정확히 말하면 미국화된 대중음악, 이렇게 우리 가요의 역사에서 각 시기를 특징짓는 양식들, 취향과 질감의 측면에서 절대 화해할 수 없는 세 가지 요소가 서로 화해하는 모습을 본다. 노랫말, 창법 그리고 악기의 사용과 화성 등이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는 것은 나름 감동스러운 일이다.
08. 고무줄놀이
이처럼 다양한 음악 양식의 화해와 조화는 이어지는 연주곡 <밀양 아리랑>에서도 잘 드러난다. 살타첼로 피터 쉰들러의 피아노와 세 주자의 국악기는 인트로에서 화해의 절정을 이룬다. 물론 이 어울림이 기존 국악 퓨전의 성과에서 크게 나아간 것은 아니지만 이어지는 연주곡 <Asian flower>와 함께 IS가 연주자로서의 내공도 만만치 않음을 잘 들려주고 있다.
09. 밀양아리랑
10. Asian Flower
지난 리뷰에서 말한바와 같이 이미 퓨전 국악은 더 이상 실험이나 모색이 아니며 양식을 다루고 새롭게 창조해내는 힘이 일정한 수준에 올라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대중음악의 흐름을 주도할만한 세력으로 성장한 게 사실이다. 이번 음반은 지금까지 퓨전 국악이 가지고 있는 언더의 이미지를 한 꺼풀 더 벗고 메인스트림을 향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체 비주얼이나 노랫말에서 흔히 하는 말로 2%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나름 유쾌하다. 이들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음악을 만들 다음 second step은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11. 백만송이 장미 (Original 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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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배꼽..?
배꼽뿐이네요, 아쉽습니다. 예쁠 세쌍동이들이 안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