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 이어폰도 나와…물놀이, 운동 시 장기간 착용 덥고 습한 귓속 환경 만들어 세균 번식 염증 초래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여름철에는 습한 날씨와 물놀이로 인한 귓속 염증 질환인 ‘외이도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무선 이어폰을 귀에 오래 꽂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귓속 습환 환경을 부추겨 외이도염 발생이나 증상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학생 A씨는 얼마 전부터 귀가 먹먹하고 가렵더니 귀에서 고름까지 흘러나와 병원에서 ‘외이도염’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시간이 늘면서 무선 이어폰을 장시간 이용하다 귀에서 이상 반응이 온 것이다. 어떨 때는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들어 버린 일까지 있어 앞으로는 자제하기로 했다.
외이도는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를 말한다. 외부 세균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기 때문에 자체 방어 수단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귀지를 들 수 있다. 이런 방어 수단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균형이 깨지면서 세균과 진균(곰팡이) 등에 의해 감염이 되는 경우를 외이도염이라고 한다.
보통 여름철 덥고 습한 기후의 특성과 휴가철 잦은 물놀이로 외이도염이 흔하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년 외이도염 진료 통계에 따르면 총 158만명 중 가장 더운 8월(약 28만명)에 가장 적었던 2월(약 16만명)보다 환자 수가 1.8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장시간 이어폰이나 보청기를 사용하거나 귀지 이상, 외이도 이물, 피부질환, 당뇨병, 면역저하 등에 의한 외이도염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3일 “여름철 습한 날씨와 물놀이 등에 의해 외이의 피부가 축축해지면서 상처를 입기 쉽고 특히 수영 후 많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녹농균’의 감염이 많아 외이도염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때 귀를 잘 말리기 위해 면봉을 사용하거나 귀지를 파내기 위해 귀이개를 사용하거나 이어폰 등을 잘못 사용하면 외이도에 상처를 일으켜 세균 감염이 일어나기 더 쉽다.
외이도염의 경우 초기에는 A씨처럼 큰 이상이 관찰되지 않다가 귀가 가렵고 먹먹한 느낌이 든다. 이후 급성 염증기로 진행되면 통증과 함께 심한 경우 화농성, 삼출성 고름이 발생하고 4주 이상 염증이 지속되면 만성 염증기로 외이도 피부가 두꺼워져 내경(귀 통로)이 좁아지게 된다. 청력이 저하되는 경우 청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염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외이도염이 발생하게 되면 진물로 지저분해진 외이를 깨끗하게 해주고 적절한 항생제(외이도에 직접 넣는 물약 혹은 먹는 항생제)를 사용해 세균 감염을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가 필요하다.
대동병원 귀·코·목센터 노영진 과장(이비인후과 전문의)는 “특히 덥고 습한 여름철 무선 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 귓속이 습해져 세균이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으므로 이어폰의 장시간 사용을 삼가하고 주기적으로 귓속을 환기시켜주어야 한다”면서 “최근 방수 되는 무선 이어폰까지 등장하면서 샤워 후나 운동 시에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귀가 젖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며 귀에 닿는 이어 팁은 수시로 소독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외이도염은 비교적 쉽게 치료되는 질환이지만 방치할 경우에는 만성이 될 수 있으므로 초기 증상 때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이도염 예방을 위해서는 샤워, 물놀이 등 평소 귓속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며 물이 들어갔다면 귀를 옆으로 기울여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면봉 등 딱딱한 물질을 이용해 닦거나 파는 등의 행동은 외이도를 자극하므로 삼가야 한다.
송재진 교수는 “아울러 평소 귀를 자주 만지거나 외이에 상처가 날만한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귓구멍에 물이 들어간 경우 면봉이나 휴지 등을 사용해 깊은 곳까지 물을 억지로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지 말고 귓구멍 입구 근처의 물만 조심스레 닦아내고 털어내 준 후 선풍기나 헤어 드라이기를 약한 바람으로 해서 말려 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