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Ⅱ-51]어느 기자의 ‘앵커 한마디’
한 방송의 기자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말미에 ‘앵커 한마디’라는 이름으로 한마디 하는 멘트가 언제나 ‘촌철살인’(寸鐵殺人),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게 여러 해가 됐다. 한때 수년째 '신뢰받는언론인' 1위가 항상 그분이었던 적도 있었다. 엊그제 신새벽 유튜브에서 우연히 들은 한마디를 옮긴다.
해마다 12월초 ‘교수신문’이라는 매체에서 전국의 교수 수 백명을 대상으로 설문하여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있다. 자, 2025년에는 무어라고 했을까?
“변동불거”(變動不居).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한다”는 뜻임을 쉽게 알 터. 어느 해는 너무 현학적(衒學的)이어서 마치 자기들만 지식을 뽐내는 듯해 꼴불견 인상을 받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2025년은 대통령 탄핵과 거센 변동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 출처는 어딘지 모르지만,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2024년)의 사자성어는 무엇이었을까? “도량발호”(跳梁跋扈)였다. 무슨 뜻인가? (택도 없는 알코올중독자가) 권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었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매체에 보도된 그 다음날(12월3일) 국가계엄이 선포됐다. 마치 실패한 내란을 예견하고 조롱이나 하는 듯 말이다. 그래도 명색이 지식인이자 지성인이라는 교수들이 “뭣”을 알기는 아는 것같아, 실소를 했었다.
JTBC 이가혁기자, 기레기가 아닌 기자이기에 자신의 생각이라며 의미심장한 사자성어 하나를 덧붙였다. “우후지실”(雨後地實).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을 굳이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시련을 겪은 뒤 더 단단하게 회복된 2025년 시민들의 품격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같아 흐뭇하다. 그렇다. 다시는 택도 없는 ‘국가부도사태’가 나지 않도록,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게 만들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나도 사자성어를 흉내내어 쉽게 우리말로 보탠다. “믿어봐라” “잘할거다”.
*부기: 참고로 2023년은 “견리망의”(見利忘義). 이로움(각종 이권과 특혜를 뜻하리라)을 보자 의로움을 잊고, 정치를 망치고 대한민국호를 흔들어댄 것을 비아냥거림이다. 최강욱의 책제목 <의로운 진보 이로운 보수>가 생각난다.
내란의 우두머리가 대권을 거머쥐었던 2022년은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하고도 고칠 생각은 않고, 엉뚱하게 술독아지에 빠져 ‘케세라 세라’ 될대로 돼라는 식의 막가파정치를 비꼰 것이었으리라. 2026년 12월초 ‘올해의 사자성어’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됐으면 정말 금상첨화이지 아닐까? 아니면 '화양연화'(花樣年華). 이보다 더 좋은 사자성어가 어디 있을까? 경색되다 못해 완전히 꽉 막혀버린 남북관계가 잘 풀려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 더불어 잘 나갔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