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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성진 노무사입니다.
그간 꽤 오래 구상하고 기획했던 노무사를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물 연재를 오늘 시작합니다. 제목은 <대리인>입니다.
동이카페와 제 블로그(https://blog.naver.com/beomalaw)에 동시 연재 예정이니(매주 월, 수, 금 업데이트 예정), 공부하시면서 가끔 머리 식힐 겸 읽고 쉬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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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문객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늘 좀 늦게 들린다.
유리문에 붙은 스프링 댐퍼 때문에, 사람이 들어오고도 한 박자 뒤에야 "딸랑" 소리가 난다. 강범은 그 한 박자의 간격을 좋아했다. 방문객의 표정을 먼저 볼 수 있어서였다.
최서윤의 표정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었다. 억울함과, 그 억울함을 누가 믿어줄지 이미 반쯤 포기한 얼굴.
"강범 노무사님 되시죠."
"네, 여기 앉으세요."
여자는 자리에 앉기 전에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순서가 잘 맞춰져 있었다. 날짜별로, 클리어파일 별로.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의 습관이었다. 준비를 많이 했다는 건 두 가지 의미다. 사건이 복잡하거나, 이미 여러 번 거절당했거나.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하시면 됩니다. 날짜는 서류 보면서 맞추죠."
최서윤은 숨을 한 번 골랐다.
3년째 다니던 회사, 마케팅팀. 팀장이 새로 온 건 작년 가을이었다. 처음 몇 달은 평범했다.
문제는 겨울부터였다. 회식 자리에서의 발언, 업무 지시를 빙자한 사적인 연락, 다른 직원들 앞에서의 노골적인 비교와 모욕.
최서윤은 처음엔 참았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강범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한다 — 참았다는 건 증거가 늦게 시작된다는 뜻이다.
"3월에 사내 고충처리 절차로 신고했어요. 인사팀에요."
"신고서 사본 있으세요?"
"네, 여기요."
강범은 서류를 살펴봤다.
서류 제목은 <직장내괴롭힘 신고서>.육하원칙이 제법 갖춰져 있었다. 날짜, 장소, 가해자의 구체적 발언 내용과 행동. 신고서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인사팀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조사한다고 했어요. 근데 두 달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었어요. 제가 먼저 물어보니까, '내부 검토 결과 특별한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그게 다예요."
"그리고요."
최서윤의 손끝이 잠깐 움찔했다.
"5월 말에 팀 개편이 있었어요. 제 자리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저성과자 명단에 올라갔다고, 권고사직 얘기가 나왔고. 제가 안 받아들이니까 6월 초에 해고 통보를 받았어요. 사유는 '업무 부적합'이었어요."
강범은 잠시 서류를 내려놓았다.
"신고하고 석 달 만이네요."
"네."
"통보는 서면으로 받으셨어요?"
"네, 여기 있어요."
해고통지서를 확인했다. 해고사유는 있지만 짧고 추상적이었다. 이런 문서는 늘 그렇다. 구체적으로 써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렇게 쓸수록 다툴 거리가 늘어난다는 걸 회사도 안다. 그래서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쓴다. 그런데 그 두루뭉술함이 오히려 약점이 될 때가 있다.
"최서윤씨, 지금 하려는 게 뭔지부터 정리해드릴게요."
강범은 펜을 들었다.
"이건 두 개의 절차가 동시에 가능한 사안이에요. 하나는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 것. 최서윤씨에 대한 해고가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로 인정된다면, 이건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형사처벌 대상이에요. 다른 하나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는 것. 이건 해고 자체가 정당한 사유와 절차를 갖췄는지를 다투는 겁니다."
"둘 다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어요. 근데 성격이 다릅니다. 노동청은 감독관이 조사해서 형사 사건으로 넘길지 말지를 판단하는 거고, 노동위원회는 원직복직이나 금전보상을 결정하는 준사법 절차예요. 같은 사실관계를 다루지만, 완전히 다른 잣대로 보게 됩니다."
최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기보다는, 지금은 뭐라도 붙잡고 싶은 얼굴이었다.
"...이길 수 있을까요."
강범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이 질문에 바로 그렇다고 답하는 노무사를 강범은 믿지 않았다. 사건은 언제나 상대방의 서류를 보기 전까지는 절반만 보이는 법이다.
"제가 지금 볼 수 있는 것만 놓고 보면, 시간적 근접성은 유리해요. 신고하고 석 달 만에 해고면, 그 인과관계를 부정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런데요?"
"상대측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석 달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니까."
최서윤은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강범도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설명해봐야 소용없는 말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국면의 이야기였으니까.
"일단 접수부터 하죠. 노동청 진정,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두 건 다 준비할게요. 서류는 저희 쪽에서 정리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최서윤이 처음으로 옅게 웃었다. 안심이라기보다는, 아직은 버틸 수 있겠다는 표정에 가까웠다.
강범은 서류를 정리해 파일에 넣으며 생각했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했다. 직장내괴롭힘 신고, 묵살, 보복성 해고. 어떻게보면 교과서적인 사안이었다.
하지만 교과서적인 사안일수록, 강범은 늘 한 번 더 의심했다.
-2화에서 계속-
첫댓글 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순간순간 공부한 것들이 나와서 잘 읽히네요 ㅋㅋㅋ
쉬는시간에 잘 이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화이팅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