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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복약지도 경연대회 수상자들은 약사보다 많은 종업원 수에 놀랐다. 더구나 이들이 약사처럼 가운을 입고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이들 종업원의 업무에 대해 질문하자 약국 관계자는 "사무 보조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고 의약품 정리 및 사입업무 등 사무보조를 보면서 직접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절대 조제실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약사의 업무는 조제와 복약지도, 약력관리에 집중돼 있고, 약국 사무업무는 이들 종업원들이 보고 있는 분업 형태다.
현재 우리나라 약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조제보조원'이라는 표현보다는 사무보조원 또는 약국보조원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약사와 약국보조원 모두 가운을 입지만 가운 색깔이 다르다. 각각 명찰을 달고 있었는데 녹색 명찰에는 약사라는 글자가, 분홍색 명찰에는 종업원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우리의 경우처럼 약사와 보조원이 혼재되지 않고 명확한 업무 구분과 복장을 갖춘 게 이색적이었다.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약국보조원을 인정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게 사꾸라약국 관계자의 말이다.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진 모양이다.
이날 방문단들은 "조제건수가 많지 않아 처방에 대한 검토가 우리보다 훨씬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환자의 복약지도도 충실한 느낌을 받았다"며 "약사가 아닌 종업원들의 업무 분담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곳 약사들은 모두 근무약사다. 체인약국마다 회사에서 파견한 매니저가 우리식으로 보면 '약국장'이다. 법인화가 되면서 체인약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분이라는 일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영상 복약지도 경연대회 수상자들이 일본 방문 2일차에 방문한 곳은 도쿄의 마리약국이다. 이 약국은 드럭스토어형 동네약국이다.
동네약국이든 체인약국이든 드럭스토어형 약국은 모두 디스플레이가 발달돼 있다.
마리약국만 해도 50여평의 크기에 생활잡화를 포함해 다양한 매대와 진열장, 냉장고를 갖추고 각각의 품목마다 화려한 POP를 붙여 놓았다. 질환별 패키지로 엮어서 추가 구매가 가능하도록 진열된 것도 특징이다.
이 약국 관계자는 "약국체인업체 1위인 마쯔모도기요시를 모델로 해서 다양한 품목 구색을 마련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출입구 바로 옆에 놓여 있는 개방형 냉장고다.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등록판매자 제도가 드럭스토어 체인약국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드럭스토어 체인약국 본점 용생당약국 관계자의 말이다. 일본은 6월 1일부터 일정자격을 갖춘 판매자 등록만 할 경우 슈퍼에서도 일반약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의 슈퍼 판매가 허용되는 셈이다. 결국 의약품보다는 생활잡화 판매비율이 월등히 높은 드럭스토어가 약국과 슈퍼의 중간 단계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복약지도 경연대회 수상자들이 둘러본 일본의 약국 현실은 그 외형적 발전과 달리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드럭스토어 체인약국이 발전하면 그 끝이 어디인가를 가름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는 점에서 이번 일본 탐방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구본호 대구지부장은 "일본은 성공적인 약국모델이 아닌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실패 사례"라며 "약국의 법인화와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이 잘못된 상승작용을 일으켰을 때 약사 기능이 기술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300여개 약국을 먹어치우고 약사는 약국 매너저의 지시를 받은 근무약사 위치에 머물게 된 드럭스토어 체인약국의 문제점을 정확히 본 것이다.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동네약국이 심각한 경영적 위기에 노출돼 있다. 전형적인 동네약국인 마리약국은 처음에는 처방조제를 뺀 순수 드럭스토어로 출발했다. 하지만 주변에 대형 슈퍼마켓이 생기면서 결국 가격경쟁에서 밀려 드럭스토어 장점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 약국은 그 위기 돌파로 처방조제를 시작했지만 드럭스토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처방조제 자체도 벽에 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다. 조제전문 약국이라고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예외가 아니다. 방문단이 살펴본 마쯔노약국의 경우 일반약 판매는 거의 없고 조제하는 약국인데 심각한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리약국과 마쯔노약국은 의약품과 매약의 황금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민할 수 있게 한 좋은 사례다. 약국 기능이 안전한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보다는 구입 편리성과 쇼핑 개념이 도입된 드럭스토어로 발전한 것이 슈퍼판매로의 길을 열어준 길라잡이가 된 것이다. 체인협회 소속 드럭스토어 평균 의약품(조제와 판매) 비율은 24.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생활잡화가 차지한다. 순수 약국 기능보다는 슈퍼마켓 기능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박기배 경기지부장은 "드럭스토어 체인이 강해진 게 이번 등록판매자 제도 도입의 결정적 이유가 되지 않았겠느냐?"고 질문했을 때 체인약국 관계자가 "그런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약제사회가 등록 판매자 제도 시행에 반대했지만 소비자의 욕구와 보이지 않는 압력에 결국 밀렸다"고 덧붙였다. 옥태석 부산지부장은 "약사라는 사명감만으로는 한계가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일본에서 배울 것은 서비스지만 약국 제도는 우리가 결코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황은경 약사(부산 오거리약국)는 "약국 관리가 깨끗하고 환자에 대한 서비스가 한국보다는 좋다는 걸 느꼈다"면서 "수가가 높고 약사 한명이 맡는 조제건수가 40건으로 제한돼 보다 안전한 조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 |||
일본 도쿄=정웅종 bulddong@kpa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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