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철도애호인들을 상대로 '성산역이 어디인가요?'라고 물으면 한결같이 전라선에 위치한, 현재는 폐역처리된 성산역을 먼저 떠올리거나 대답할 것입니다.
[장면 01] 전라선 열차를 타고 가다보면 나타나는 역, 성산역입니다.
또는 철도역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이 역 또한 대답할 것입니다.
[장면 02] 경춘선 남춘천역의 개업 당시 역명은 역시 '성산'역이었습니다.
범위를 좁혀서 '아뇨, 그 역 말고 서울에 위치한 성산역이요'하면 이곳을 대답할 것입니다.
[장면 03] 서울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의 부역명은 바로 성산역입니다.
하지만, 과거 철도청에도 엄연히 서울 한복판에 '성산역'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장면 04] 철도청 역명판 스타일을 한 역의 이름은 바로 성산역, 게다가 다음역은 수색역?!
(물론 이 역 자체를 알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봅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설치된, 서울 시내 경의선 구간에 위치한 성산역은 2002년 월드컵을 위하여 임시로 설치되었던 역입니다. 수색역과 가좌역 사이, 불광천변에 가설한 이 역은 조금만 걸으면 도착하는 인근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과의 연계를 위해 가설한 목적이 있습니다. 10장 남짓 찍어둔 오래된 사진으로 성산역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면 05] 6호선 수색(現 디지털미디어시티, 이후 수색)역 4번 출입구를 나서 왼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표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클로버마크의 지하철 표시가 붙은 폴사인이 보입니다.
[장면 06] 성산역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라는 것을 안내합니다. 지금은 파랑색을 주색으로 한 각종 사인물이 코레일임을 드러내지만 이 당시에는 주 색상이 검정색이었기에 안내판의 바탕색은 검정색입니다.
[장면 07] 지하철 수색역 4번 출입구와 철도 수색역간의 거리는 위 사진과 같습니다.
[장면 08] 이제부터 성산역의 구내 탐방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장면 09] 넓지 않은 통로를 통과하면 오른쪽으로 임시 매표소와 각종 알림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임시 매표소는 아직 비닐도 벗기지 않은 신품입니다.
비록 임시로 설치하였고, 규모도 무척 작은 역이지만 역으로서의 구색은 모두 갖춘 모양입니다.
[장면 10] 알림판을 통하여 성산역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구내로 들어가기 전, 이쯤에서 성산역에 대한 역사를 소개합니다.
성산역의 정식 명칭은 "성산 임시승강장"(영문 표기 : Seongsan Temporary Station)이며 2002년 5월 중순에 착공(?)하여 2002년 5월 30일 10시 13분에 수색을 출발한 #4811가 이 역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영업을 개시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2001년 3월 21일 이 역을 임시로 설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고(관련 신문 기사 : ‘성산역’ 내년 5월 임시 설치) 수색역의 경의선 본선에서 분기하여 성산역까지의 전용선-임시-를 설치한 뒤 현재 위치인 6호선 수색역 4번 출입구 구조물 뒷편의 철로변에 이렇게 조성한 것입니다.
이 역의 설치 목적은 인접한 6호선과의 환승이 주 목적이었지만 월드컵 기간 중 동시에 몰려드는 대량의 관객들을 분산하여 수용하기 위한 목적도 함께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즉 월드컵경기장에서부터 나온 승객들이 도보로 이곳까지 걸어나와 열차편을 이용하여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데 이는 6호선의 마포구청역과 수색역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마포구청, 월드컵경기장, 수색역이 거리가 다른 역들에 비해 다소 가까운 이유는 월드컵경기장역 한 곳으로만 승객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각 역으로 분산을 꾀하려는 것입니다)
큰 이벤트를 앞두고 이 행사와의 연계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역은 1993년 설치되었던 엑스포역과 비견이 될만 한데 비록 가설 형태였지만 모양이라도 갖추고 있던 엑스포역에 비해 반듯한 역사는 커녕 지붕도 없는 단촐한 승강장이 전부였던 성산역은 그 운명도 무척 짧아 엑스포역보다도 더 단명한 역으로서 단 4번만 사용되고 없어진 간이역입니다.
<사용 내역>
5/30 : 전야제
5/31 : 개막식 (A조 프랑스 VS 세네갈)
6/13 : C조 터키-중국전
6/25 : 4강 준결승전(한-독전)
사견으로는, 4번의 역 운용 동안 태극전사들이 한번이라도 경기를 치룬 때에 사용되어서 다행스럽습니다.
[장면 11] 철제 벽에 붙은 시각표를 확인하여 보면 빼곡히 채워진 열차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다시 옮기면 다음 장면과 같습니다.
[장면 11-1] 시간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간이역 치고는 굉장히 많은 편수가 운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색과 성산역 사이 소요시간은 5분으로 균일하였고 단 한 편성의 열차로 계속 반복을 시키며 최대한 많이 굴린 흔적이 보입니다. 다만 접속 고려는 되기는 하였으나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닌지라 살짝 아쉬움이 남습니다.
덧으로 수색역에서의 접속열차를 보면 서울 방면의 열차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이것은 3편의 교외선 열차, 그리고 경의선의 오전 한정 상행증편(금촌발) 2편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07:51, 12:57, 20:17 - 교외선 신촌방향
07:19, 08:16 - 증편열차
(* 상기 시각표는 추측이며, 2002년도 시각표를 가지고 계신 분의 수정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열차를 많이 운행시킨 이유는 경기장 특성 상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사람들이 우루루 몰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때나 오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듯 싶습니다.
[장면 12] 본격적으로 승강장에 들어왔습니다. 승강장의 동쪽 끝단에 서서 반대편인 수색 방면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으로 역의 크기를 가늠잡을 수 있습니다. 왼쪽의 정지 표지판과 끝단까지의 거리는 3량의 CDC 열차가 와서 정차하기에 충분한 거리로 보입니다.
이때 당시의 CDC는 아마도 월드컵 홍보물을 부착한 3량 편성의 CDC가 운행했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것은 이곳 레일플러스 다음 철도동호회에 칵스가 올렸던 질문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당시 경의선을 오가는 CDC는 5량 1편성의 조성이었고, 동차 등이 검수를 받고 시운전을 할 때에는 용산 이북, 즉 이 신촌~수색 간의 구간을 달리는 것이 아닌, 상대적으로 선로의 여유가 있는 경부선 본선을 이용하기에 이때 칵스가 목격한 이 열차가 수색-성산 셔틀열차로 이용되었으리라는 추측입니다.
(단 교외선 또한 이 당시에는 3량 편성으로 운행하였지만 이 시간에 교외선 운행은 없을뿐더러 차체에 데코레이션까지 붙어있었다면 뭔가 특수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장면 13] 임시로 사용하지만 이곳도 엄밀한 영업노선이기에 ATS 지상단자를 선로에 설치해둔 모습이 보입니다. 선로 끝쪽으로 수색역의 구내가 살짝 보입니다.
[장면 14] 반대편으로 와서 바라본 승강장의 모습입니다. 왼쪽으로 6호선 수색역의 구조물이 보입니다. 선로의 종단점은 저렇듯 일반 종단부와 같이 완전하게 막혀 있습니다. 승강장 주변으로 쳐진 가림판은 공사의 마무리가 덜 된 것이 아니라 저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각 판에 붙은 대형 사진들은 월드컵경기장의 전경이나 축구 경기 장면등을 선별해서 붙인 것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의선 구간은 완전히 전철화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생소한 모습의 카테나리도 눈에 뜨입니다.
[장면 15] 승강장에서 바라본 상암 월드컵경기장입니다. 바로 아래의 승강장과 경기장의 거리를 가늠잡아볼 수 있습니다.
저 멀리 경기장 밑으로 '문화관광홍보열차'(가장 왼쪽 객차)가 보입니다. 차량번호 60호. 1982년 현대정공에서 제작하여 무궁화호 특실 차량으로 운행되다가 1994년부터 11032호로 번호가 변경되어 '예식객차'라는 이름으로 교외선 증기기관차에 연결되어 운행하고, 이후 2000년에 현재 번호인 60번을 부여받아 실내를 완전히 비우고 이벤트 용도로 사용하다가 현재는 남광주역 부지에 전시를 목적으로 있는 두 량의 객차 중 '8호칸(전시칸)'으로 이름 붙은 기구한 사연을 지닌 차량입니다.
이외 현재는 현업에서는 거의 은퇴하다시피 취급받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쟁쟁한 현역이던 구특전 식당차, 이제는 볼 수 없는 통일호 도색의 200KW급 발전차 등도 눈에 뜨입니다.
이와 같이 임시로 설치된 성산역은 월드컵 종료와 동시에 소임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부지에 역이 설치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결국...
[장면 16] 상전벽해...작디 작은 역은 반듯한 새 건물로 태어나 열차편수도 한시간에 4~5편이나 될 정도로 규모가 커진 구 성산역, 현 디지털미디어시티역입니다.
과거 성산역이 가지고 있던 임무들 중에서 가장 큰 목적이었던 6호선과의 연결이라는 임무를 그대로 이어받고, 장차 공항철도와도 환승이 계획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진수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성산역...간이로 설치해서 간이로 사용하다가 결국 폐역된, 말 그대로 정말 "간이역"입니다. 이 게시물로 오랫동안 자료가 보존이 되어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때 이런 역도 있었다는 것을 남기고 싶습니다.
P.S.-과거 철도에는 관심이 없고 지하철에만 관심을 두던 시절 이렇게나마 사진을 남겼다는게 굉장한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P.S.2-지금도 간혹 제기되는 문제점으로,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의 역명 논란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 성산역이 위치한 곳이 행정동의 경계인지라 어느 한 동의 이름을 따오기도 그렇고 역 인근에 개발되는 디지털단지를 강조하기 위하여 역명을 이렇게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가좌와 수색 사이에 있다는 이유로 "가색", 단지 역의 위치를 보고 결정하는 "남수색", 여차하면 요즘 트렌드에 맞게 "상암성산"(-_-)등의 짧고도 좋은 역명을 낼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외래어까지 동원하면서 역이름을 길게 써야 했을지는 의문입니다.
P.S.3-역사를 보면 비단 엑스포역 외에도 이런 역들이 제법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68년 경부선상에 '박람회'역이라는 곳도 있고 전시회 목적이 아니라면 경부선의 '안양풀장'역, 경춘선의 '청평호반'역, 그리고 '만성'역과 '망상'역 및 '망상해수욕장'역 등등 상설역이 아닌 범주에 들어가는 임시역(=간이역)들은 숫자가 제법 됩니다.
(춘장대역도 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_-)
P.S.4-2002년 5월 30일 성산역 개업으로부터 정확히 8년만에 이 역을 다시 소개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념 포스팅입니다. "태극전사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전라선 성산역은 지금은 전라선 복선전철화로 완전히 철거됫죠...전기신호설비빼곤 전부 철거되어서
이제 재대로 안보면 그냥 지나치고 일쑤죠....ㅋ
성산 임시승강자이 존재한줄은 몰랐네요. 과거 대전엑스포 임시승강장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과거에 임시로 성산역이 영업했다는 이야기 들어보긴했었는대 이렇게 사실적으로 사진으로 보게된것에대해 너무 감사합니다. 성산역 진입로가 저쪽이였네요..
저는 성산역하면 서울 지하철역 생각했었지요;;;......역명이라면...차라리 수색을 통합해서 현 DMC를 수색으로 하면 하는 아쉬움은 들더군요;
예전 생각 나네요.. 성산역도 그렇고.. 한번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터키랑 중국 예선전 할 때 갔었는데 무슨 놈에 중국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ㅎㅎ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