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꽃
원제 : Cactus Flower
1969년 미국영화
감독 : 진 삭스
음악 : 퀸시 존스
출연: 월터 매튜, 잉그리드 버그만, 골디 혼
잭 웨스튼, 릭 렌즈, 비토 스코티
아이린 하비, 이브 브루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골디 혼)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수상(골디 혼)
60년대 끝무렵에 만들어진 유쾌한 코미디 영화 '선인장 꽃'은 신구배우들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사각 관계 로맨스 코미디입니다. 돌고 돌다가 결국 가장 합당한 제자리를 찾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요.
영화의 첫 장면이 이미 끝에 어떻게 될지를 대략 예측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남자 문제 때문에 자살하려는 토니(골디 혼)와 그녀를 죽음으로부터 구해주는 남자 이고르(릭 렌즈)의 심상치 않은 만남은 이야기의 결말을 이미 정해주고 있습니다.
중년의 치과 의사인 줄리안(월터 매튜)은 그와 함께 10년을 동고동락한 중년 간호사 스테파니(잉그리드 버그만)와 함께 일하는데 스테파니는 줄리안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성실하고 충직한 직원이었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줄리안의 점심 샌드위치까지 알아서 챙겨줄 정도로 두 사람은 호흡이 잘 맞는 의사와 간호사인데, 10년동안 업무 외에는 사적으로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중년이지만 결혼을 안한 줄리안은 여성편력이 심한 남자이며 딸 같이 어린 20대 처녀 토니와 사귀고 있었고 그녀에게는 애가 셋이나 있는 유부남이라고 속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토니는 줄리안이 유부남인 것을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시도하고, 극적으로 옆 집에 사는 이고르라는 청년이 발견하여 목숨을 건집니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 토니가 보낸 편지를 받은 줄리안은 토니와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줄리안은 아내와 이혼하기로 합의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토니에게 청혼하는데 순진한 토니는 줄리안의 아내를 직접 만나봐야 마음이 편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다급해진 줄리안은 스테파니에게 하루만 아내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스테파니는 마지 못해 줄리안의 아내인 척 하면서 토니를 만납니다. 그런데 정작 스테파니를 만난 토니는 너무나 품위있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스테파니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찜찜합니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줄리안은 스테파니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시 또 가짜 남자친구를 만드는 일까지 하게 됩니다.
자살하려는 여자 구하기
치과 의사인 줄리안을 젊은 애인을 부담없이 사귀기 위하여
자신이 유부남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바람둥이 중년 남자가 나이 어린 애인과 결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 때문에 또 다시 꼬리를 무는 새로운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잠깐 가짜 아내 역할을 하면 끝날 줄 알았던 상황이 가짜 남자친구, 또 새로운 남자친구 등 복잡한 관계로 확대되어 일이 커지는 상황이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 엮고 엮이는 관계가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중견 배우 월터 매튜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치과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동고동락하는 관계로 등장하고 젊은 배우 골디 혼과 릭 렌즈는 같은 아파트 옆집 이웃인 젊은 남녀 역할입니다. 딱 봐도 월터 매튜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커플이고 골디 혼과 릭 렌즈가 또 다른 커플이어야 어울리는 내용인데 영화는 초반부에 서로 어긋나는 관계가 되고 거기서 다른 관계들이 계속 파생하여 일이 꼬이게 되는데 이 과정을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댄스 클럽에서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질투와 사랑게임이 아주 재미납니다. 여기서 잉그리드 버그만은 막춤을 추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치 '9월이 오면'이라는 영화에서의 록 허드슨의 막춤이 연상됩니다. 일명 '치과춤'이라는 동작을 아들뻘되는 배우와 커플로 추는 장면은 배꼽을 잡게 합니다. 40-50년대 고전 영화에서 주로 품위있는 역할을 많이 해온 잉그리드 버그만의 정말 보기 드문 코믹 연기입니다.
당신 부인을 만나게 해줘요!
치과에 오는 중년 아저씨들의 시선을 받는
곱디 고운 중년 간호사를 잉그리드 버그만이 연기한다
제발 20-30분만 내 아내 역할을 해주시오
가짜 아내에게 질투하는 남자 역할의 월터 매튜의 연기가 재미난데 그는 잭 레몬과 함께 출연한 '포춘 쿠키'나 '프론트 페이지' 등에서 코믹한 콤비연기로 알려진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잉그리드 버그만, 골디 혼 등 여배우들과 호흡을 잘 맞추면서 다소 어눌하고 서글서글한 바람둥이 치과의사를 연기합니다. 그의 젊은 애인을 연기한 골디 혼은 큼지막한 눈이 특징인 여배우로 가짜 유부남을 사랑하는 천진한 20대 처녀 역을 발랄하게 연기합니다. 이 영화에서 골디 혼 이라는 신인 여배우가 발굴이 되어 유명해진 셈인데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까지 받습니다.(사실 엄밀히 말하면 주연인데 조연상이라는 건 좀 넌센스죠)
댄스 클럽에 주요 인물들이 다 모였는데 스테파니의 가짜 애인 역할을 했던 중년 남자가 진짜 애인과 그곳에 와서 토니, 이고르, 스테파니, 줄리안 등을 다 만나게 되는데 치과의사, 의사의 아내, 그 아내의 애인, 그 의사의 애인, 그 애인의 남친 이라고 사람들을 소개하자 중년남의 애인이 이해안되는 그들의 관계에 기겁하는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줄리안과 토니가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줄리안은 토니의 옆집 청년 이고르를 질투하고 토니는 줄리안의 가짜 부인 스테파니가 이고르와 진한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질투하는 장면도 재미있고 그 장면을 통해서 비로소 서로에게 진짜 마음이 있는 제대로 된 짝이 진정 누구인가가 암시가 됩니다.
자넨 왜 내 애인 집 앞에서 벌거벗고 다니나?
가짜 아내, 가짜 애인까지 동원하게 되면서 일은 커지는데.....
잉그리드 버그만과 골디 혼 신구세대의 자연스러운 연기호흡이 볼만한데 잉그리드 버그만은 치과를 방문하는 중년 아저씨들의 관심을 받는 간호사로서 품위있는 중년의 매력을 여전히 과시합니다. 골디 혼은 잉그리드 버그만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발랄하고 톡톡튀면서 천진스러운 신세대 여배우로서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어리고 예쁜 애인이 좋지만 옆집 사는 훤칠한 또래 청년이 기웃거리는게 신경쓰리고, 유부남 애인이 이혼하고 결혼하지고 하는 것을 기뻐하지만 아직 정리가 안된 그의 품위있고 잘 어울려 보이는 부인(실제로는 가짜 부인이지만)이 신경쓰이고, 이렇게 꼬이고 삐걱거리는 관계로 흘러가다가 결국 진짜 상대에게 돌아가는 내용입니다.
내용으로 보면 딱 록 허드슨과 도리스 데이 콤비가 나옴직한 영화이긴 한데 너무 많은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두 배우가 아니고 월터 매튜와 잉그리드 버그만을 등장시켰는데 두 사람이 나름 어울렸습니다. 조연 역할을 많이 했던 월터 매튜가 모처럼 잉그리드 버그만 이라는 대 배우와 함께 주연을 맡았고 골디 혼 이라는 젊은 연인까지 등장시켰으니 그야말로 월터 매튜에게는 가장 복터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기 전문인 캐리 그랜트나 록 허드슨이 전문이랄 수 있는 배역을 대신하여 맡은 큰 비중의 역할이었으니. (영화가 10년 빨리 등장했다면 이건 뭐 여지없이 캐리 그랜트 출연입니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그대로 출연하면 될 것이고 마릴린 먼로가 골디 혼 역을 하면 되지요. 이고르 역을 로버트 와그너 같은 배우가 하면 딱 맞고.)
잉그리드 버그만이 아들뻘 되는 배우와 함께 추는
막춤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가짜 아내를 질투하기 시작한 치과 의사
정작 중년의 치과 의사랑 사귀면서
옆집 청년을 질투하는 토니
진짜 사랑의 상대는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개봉되지 않은 영화인데, 꽤 재미있는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면 골디 혼이 좀 더 일찍 알려질 수 있었겠죠. 골디 혼은 이후 '달러' '슈가랜드 특급' '샴푸' '파울 플레이' 등 괜찮은 영화들에 출연하면서 의미있는 70년대를 보냈는데 '벤자민 이등병'이후 다소 주춤한 80년대를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빨리 노화하는 서구의 백인 여성들과는 달리 4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깜짝하고 늙지 않는 외모를 유지하면서 90년대에도 제법 예쁜 역할을 맡았습니다.
제목 '선인장 꽃'은 잉그리드 버그만이 치과에서 키우는 선인장의 의미와 선인장 가시처럼 차가운 여성도 선인장에도 꽃이 피듯이 여성스러움이 있는 것을 함께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목처럼 선인장에서 꽃이 피어나면서 10년간 철저히 업무관계로만 지내왔던 의사와 간호사가 비로소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는 결말입니다. 60넌대 미개봉작 중에서 꽤 볼만한 재미난 코미디 영화입니다.
ps1 : 60-70년대 문화의 상징이랄 수 있는 큼지막한 레코드점이 등장합니다.
ps2 : 골디 혼이 밍크를 선물받고 별로 기뻐하지 않는데 잉그리드 버그만은 아주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확실히 세대차이가 느껴집니다.
ps3 : 당시 미국에서 꽤 높은 흥행을 했고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골디 혼은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모두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ps4 : 퀸시 존스가 음악을 담당햇습니다.
ps5 : "가까운데서 짝을 찾아라"라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출처] 선인장 꽃(Cactus Flower 69년) 잉그리드 버그만의 코믹한 춤|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