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장조성자만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 불만이 제기되자 한국거래소가 시장조성 의무를 줄여주는 방식의 조정안을 내놨다. 이로 인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줄어들겠지만 적정가격 형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성자가 공매도를 하면 반대 포지션을 취해 헤지를 하기 때문에 실제 주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데도 부정적인 여론에 휘말려 시장조성 의무를 최소화했다는 지적이다.
| (출처: 마켓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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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조성자 공매도 줄이려면..호가스프레드도 느슨하게 해야”
거래소는 17일 시장조성자에 대해 시장조성 의무를 느슨하게 해도 이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미니 코스피200선물의 경우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8틱씩이었다면 이를 16틱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공매도 자제를 요청했고 이럴 경우 시장조성자가 의무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누군가 주식을 팔면 이를 받아주는 시장조성자는 매수호가가 쌓이고 이를 해소하려면 공매도를 할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 공매도를 줄이려면 매수, 매도호가를 느슨하게 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매도 금지조치가 시행된 16일 4686억원이었던 공매도 거래액은 시장조성 의무가 느슨해진 17일 349억원으로 감소했다.
2008년, 2011년에도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놨으나 당시엔 현물 시장에 시장조성자 제도가 없어 논쟁거리가 없었다. 그러나 2016년 3월 이후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시장조성자 제도가 도입됐고 시장조성자만 공매도 금지 조치에서 제외되자 ‘공매도 금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는 시장조성자가 공매도를 하더라도 반드시 반대 포지션을 취해 헤지를 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시장조성자 의무를 느슨하게 하도록 허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공매도는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투자자들이 예전보다 원하는 때,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사거나 팔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 시장조성자의 공매도..주가 하락에 영향 안 미쳐
일단 시장조성자가 공매도를 하게 되면 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할지부터 따져보자. 시장조성자는 끊임없이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가 원하는 때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사고 팔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매도를 하더라도 주가 하락에 영향이 없다.
왜 그럴까.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을 매수할 때 시장조성자들은 그 물량을 받아 매도를 하게 된다. 다만 그 물량이 시장조성자가 보유한 물량보다 많을 경우 차입 계약을 통해 공매도까지 포지션을 넓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헤지를 위해 매수 포지션을 잡는다. 반대로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을 대거 매도한다면 이 물량을 시장조성자가 그대로 매수하게 되는데 이때 역시 헤지를 위해 공매도를 포함한 매도포지션을 동시에 취한다.
그로 인해 시장조성자가 공매도를 하더라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 없이 보유물량으로만 시장조성을 하라고 하면 주식을 보유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 아무도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도 공매도 금지시 시장조성자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한편 거래소는 2016년 3월부터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시장조성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점차 대상 종목을 확대한 바 있다. 시장조성자는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골드만삭스 등 12개사이며 시장조성 종목은 유가증권 상장 666개 종목, 코스닥 173개 종목 등 총 839개종목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이 매도나 매수 주문을 해야 가격이 형성되는 ‘주문주도형(Order-driven)’ 시장이라 투자자간 주문이 없으면 주식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데 이를 시장조성자 제도가 보완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장조성제도를 강화해오고 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