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연두 치마를 걸쳤습니다. 아낙네의 봄이지요. 그러나 조심! 계절의 변덕은 어쩔 수 없습니다. 경계해야 합니다. 어린싹의 운명이 햇볕과 땅의 변화에 달렸으니 당연합니다. 봄 봄 봄! 잔치를 열어볼까요. 한반도의 자생식물은 4500여 종! 이 가운데 2500여 종이 식탁에 오를 수 있으니 매일 한 가지씩 먹어도 7년의 세월이 걸립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약용식물은 1200여 종! 알면 약초, 모르면 독초! 이 봄, 그 맛의 비밀을 벗겨 보시지요. 미처 알지 못했던, 알아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산나물은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입이 즐겁고, 몸이 가뿐해집니다.
MSG에 절은 현대인의 몸은 지쳐갑니다. 무뎌진 미각은 원시의 맛, 자연 그대로의 맛을 갈구하지요. 인공밥상을 뒤엎고 자연으로의 회귀! 산야초 산나물에 답이 있습니다. 산나물엔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나게 하는 비타민A와 식욕을 돋우는 비타민B, 칼슘과 철분을 함유한 비타민C가 풍부합니다. 독성을 배출하는 식이섬유와 대사 작용을 촉진하는 엽록소, 동맥경화 예방에 좋은 타닌 성분도 가득하지요. 맛에도 산채의 비밀이 있습니다. 쓴맛을 내는 산나물은 알칼로이드가 풍부해 생리작용에 좋고, 떫은 맛을 지닌 산채는 타닌 성분이 함유돼 동맥경화 예방에 이롭습니다.
연녹색 산채를 꺾고 캐려면 야무진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생명을 앗는 일이지만 자연계는 먹고 활용하는 관계이니 자책하지 마시길. 참취, 고사리, 고비가 기지개를 켜는 산촌의 봄! 3월이면 새순이 돋아 녹색 융단을 깔기 시작합니다. 화살나무(홑잎)잎이 미각을 자극하고 미역취가 쌉쌀한 탁주를 부르지요. 잔대와 더덕 삽주 우산나물은 점호를 받듯 가지런히 열병합니다. 4월, 원추리와 곰취, 병풍취, 참나물, 모시대의 숨고르기가 한창입니다. 봄 숲은 이처럼 미각을 자극하는 산나물 산약초로 넘쳐납니다.
새봄에 돋는 새순은 대부분 먹습니다. 들과 산에서 허기를 채웠던 가난한 시절의 생존법이었지요. 그 맛이 쉽게 잊힐까요? ‘가난의 반쪽’쯤으로 여겼던 산채가 맛을 뛰어넘어 건강과 힐링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새순을 밀어 올리기 무섭게 뜯기고 잘리는 산채의 운명! 서럽겠지요. 그러나 아닙니다. 잘리고 뜯기고 꺾여도 결실의 계절엔 한결같이 열매를 맺습니다. 자연의 질서이자 꺾이지 않은 생명력입니다. 그러나 명심하세요. 산채를 채취할 땐 뿌리를 건드리지 마시길. 산채에 대한 예의입니다.
강병로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