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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늙어 간다는 것이
좀 헐렁하고 바보스러면 어때?
하얀 쌀밥처럼 편안한데
좀 헐렁하고 바보스런 거
묻지도 말고 탓도 말고 그저 있는 대로
좀 헐렁하면 헐렁한 대로 늙은 이의 웃음이 허옇고 바보스러우면 어때?
좀 주책스러워도 그냥 그대로 편안하게 있으면 좋겠다
한겨울 윗목에 들여놓은 요강 단지처럼 편안하게 흉스럽지도 않게 그 자리에 놓아두면 좋겠다
쉬 마려울 때 더듬더듬 찾아 편안하게 보게
언젠가 이곳에 어느 회원님께서(아침나라) 소개하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여성 작가님인
'박경리와 박완서의 관조'라는 늙어감에 대한 글이 생각이 난다
소설가 박경리 씨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
다음은 박완서 씨가 썼던 글이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중략)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살아오면서 볼 꼴, 못 볼 꼴 충분히 봤다.
한번 본거 두 번 보고 싶지 않다.
한 겹 두 겹 책임을 벗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도 써지면 쓰겠지만 안 써져도 그만이다."라고
말씀 하셨다.
우리집 건물@ 외벽도
5월 빨래 줄에 널은 하얀 옥양목 치마처럼 참 맑고 투명하다
글도 나이도 그때그때의 아름다움이 있는 가 보다
그렇다고 늙음을 내세우거나 멋진 늙음과 늙음의 미학까진 아니더라도
그저 늙으면 등이 굽으면 굽은 대로 눈이 침침하면 침침한 대로
과하지 않고 힘에 부치지 않게 살아가면 해서 다
맞다 빨래 줄에 널은 울 할머니의 하얀 옥양목 치마처럼 따뜻하게 살살 가만히 있으면 된다.
Emmylou Harris - My Songbird. / cello911님 / 일마레님
'5월 우리 집 스케치'에 사용
https://youtu.be/i6iGP9P5coM
출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원문보기 글쓴이: 작약이피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