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외모만큼이나 정갈한 음악을 구사하는 포크가수 김은영. 현란한 춤사위와 반복적인 리듬에 가려진 대중음악판에서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대수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 홍민 장은아 최백호 등 60~7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가수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친 '포크 30주년 기념공연'. 그 때 이필원과 함께 듀엣 '뚜아에무아' 3기를 구성해 무대에 올랐던 여가수가 바로 김은영이다. 박인희를 연상시키는 깊고 서늘한 목소리는 포크 명장들 틈새에서도 빛이 났다.
지난해 노래 인생 17년 만에 첫 음반을 냈던 그가 다음 달 5일 부산에서 콘서트를 연다. 여러 행사에 초대된 적은 많지만 지방에서의 단독 공연은 부산이 처음. "설렘과 떨림이 교차한다"는 그 속마음, 곡절의 음악인생을 들어 봤다.
혼성 듀엣 '뚜아에무아' 멤버 활약
2006년 솔로 독립 지난해 첫 음반
깊고 서늘한 목소리 독특한 매력
·포크음악은 내 운명
"음악과의 인연요? 고등학생 때 교내 축제에서 노래 부른 게 시초였어요." 학교 합창단이나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하던 때였으니 대중가요나 팝음악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수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저 노래가 좋았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다 대입을 앞두고 우연히 아르바이트 삼아 라이브 카페의 무대에 선 것이 가수의 길로 들게 된 계기.
그렇게 언더그라운드에서 쌓은 내공은 '뚜아에무아'에 참여하면서 수면 바깥으로 뛰쳐나온다. 뚜아에무아는 60~70년대의 전설적인 혼성 포크 듀엣이다. 이 팀을 거친 여성 멤버 박인희(1기) 한인경(2기)은 한국 포크의 걸출한 여성 보컬이었다. 리더였던 이필원은 오랜 휴지기를 갖고 있다가, 2001년 김은영을 발견한 뒤 3기를 구성했던 것이다.
"이전부터 박인희 씨의 노래를 굉장히 좋아 했었는데, 제 목소리와 분위기가 그 분 음색과 비슷해서 팀의 색깔에 맞았던 거지요." 포크콘서트, 열린음악회, 7080콘서트 등 많은 공연을 했고, 옴니버스 음반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음악적 견해 차이로 뚜아에무아는 5년 만에 해체되고, 김은영은 이후 솔로로 전환한다. "아쉽기는 했지만, 나만의 음악세계를 가져야 할 때가 온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타 하나 동전 한닢 뿐~. 단출한 포크는 어떤 음악보다 독립적인 구석이 있답니다. 말하자면 운명 같아요, 포크는 제게."
·17년 만의 첫 앨범
2006년 솔로로 독립한 이후 지난해 2월 첫 음반 '그리움을 말하다'가 나왔다. 노래하기 시작한 걸로 따지면 무려 17년 만이니, 신인 아닌 신인이다. 6곡의 신곡과 4곡의 리메이크 곡을 담고 있는 이 음반의 정서는 애틋한 그리움의 서정. 시적인 노랫말과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잔물결로 일렁인다. 특히 그의 목소리에는 기교에 기대지 않는 진실한 힘이 있다.
최인호 소설가의 노랫말에 송창식이 곡을 붙인 '꽃 새 눈물'을 비롯해 하덕규의 '가시나무', 박인희의 '끝이 없는 길' 등 포크 명곡을 재해석한 리메이크곡도 좋지만, 그의 자작곡에 더 오래 눈길이 머문다. 현대적 서정과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지는 '가끔은', 어머니와의 사별에서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별리' 같은 노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작지 않은 가능성이다. "예쁜 목소리, 기교의 가성보다는 감정을 실어 노랫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보컬이 진정한 역량이라 여겨요." 맞다. 고우면서도 힘차게 차고 나가는 결기. 이게 김은영의 목소리가 안기는 매력이다.
한국 포크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은 남다른 포부가 있다. "포크 명곡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왔지요. 고갱이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사람, 삶, 인생의 여러 모습을 담아낸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그는 노랫말에 공을 들인다. 시·소설을 많이 읽고 나름대로 습작도 해온 것이 자양분이다. 작곡력에도 힘을 쏟아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는 것이 꿈.
·다시 첫출발의 마음으로
그러나 포크음악 하면, 어딘지 과거의 음악, 향수 서린 장르로 여겨지는 게 사실. 그의 목소리 역시 70년대 분위기가 난다. "박인희 씨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 제게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그럴 때면 좀 우울하지요."
그는 포크가 '한물 간' 음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음악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수의 단단한 열정으로 끈질지게 살아남을 거란다. 역동성은 부족하지만 진정성의 음악이라는 것. "포크는 비주류지만 그래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이번 부산 공연은 부산·경남지역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와 홍보로 성사됐다. 인사를 잊지 않는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음악인생 다시 시작입니다." 공연에서는 음반 수록곡, 자작곡들은 물론 팝송·트로트·동요 같은 다양한 장르를 재해석해 포크의 그늘 아래로 끌어들인 폭넓은 음악적 울타리를 만날 수 있다. ▶김은영 콘서트 '2010 별 바람 그리움'=6월 5일 오후 7시 부산 남구 대연동 가람아트홀. 02-3448-4400.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단정한 외모만큼이나 정갈한 음악을 구사하는 포크가수 김은영. 현란한 춤사위와 반복적인 리듬에 가려진 대중음악판에서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대수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 홍민 장은아 최백호 등 60~7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가수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친 '포크 30주년 기념공연'. 그 때 이필원과 함께 듀엣 '뚜아에무아' 3기를 구성해 무대에 올랐던 여가수가 바로 김은영이다. 박인희를 연상시키는 깊고 서늘한 목소리는 포크 명장들 틈새에서도 빛이 났다.
지난해 노래 인생 17년 만에 첫 음반을 냈던 그가 다음 달 5일 부산에서 콘서트를 연다. 여러 행사에 초대된 적은 많지만 지방에서의 단독 공연은 부산이 처음. "설렘과 떨림이 교차한다"는 그 속마음, 곡절의 음악인생을 들어 봤다.
혼성 듀엣 '뚜아에무아' 멤버 활약
2006년 솔로 독립 지난해 첫 음반
깊고 서늘한 목소리 독특한 매력
·포크음악은 내 운명
"음악과의 인연요? 고등학생 때 교내 축제에서 노래 부른 게 시초였어요." 학교 합창단이나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하던 때였으니 대중가요나 팝음악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수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저 노래가 좋았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다 대입을 앞두고 우연히 아르바이트 삼아 라이브 카페의 무대에 선 것이 가수의 길로 들게 된 계기.
그렇게 언더그라운드에서 쌓은 내공은 '뚜아에무아'에 참여하면서 수면 바깥으로 뛰쳐나온다. 뚜아에무아는 60~70년대의 전설적인 혼성 포크 듀엣이다. 이 팀을 거친 여성 멤버 박인희(1기) 한인경(2기)은 한국 포크의 걸출한 여성 보컬이었다. 리더였던 이필원은 오랜 휴지기를 갖고 있다가, 2001년 김은영을 발견한 뒤 3기를 구성했던 것이다.
"이전부터 박인희 씨의 노래를 굉장히 좋아 했었는데, 제 목소리와 분위기가 그 분 음색과 비슷해서 팀의 색깔에 맞았던 거지요." 포크콘서트, 열린음악회, 7080콘서트 등 많은 공연을 했고, 옴니버스 음반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음악적 견해 차이로 뚜아에무아는 5년 만에 해체되고, 김은영은 이후 솔로로 전환한다. "아쉽기는 했지만, 나만의 음악세계를 가져야 할 때가 온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타 하나 동전 한닢 뿐~. 단출한 포크는 어떤 음악보다 독립적인 구석이 있답니다. 말하자면 운명 같아요, 포크는 제게."
·17년 만의 첫 앨범
2006년 솔로로 독립한 이후 지난해 2월 첫 음반 '그리움을 말하다'가 나왔다. 노래하기 시작한 걸로 따지면 무려 17년 만이니, 신인 아닌 신인이다. 6곡의 신곡과 4곡의 리메이크 곡을 담고 있는 이 음반의 정서는 애틋한 그리움의 서정. 시적인 노랫말과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잔물결로 일렁인다. 특히 그의 목소리에는 기교에 기대지 않는 진실한 힘이 있다.
최인호 소설가의 노랫말에 송창식이 곡을 붙인 '꽃 새 눈물'을 비롯해 하덕규의 '가시나무', 박인희의 '끝이 없는 길' 등 포크 명곡을 재해석한 리메이크곡도 좋지만, 그의 자작곡에 더 오래 눈길이 머문다. 현대적 서정과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지는 '가끔은', 어머니와의 사별에서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별리' 같은 노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작지 않은 가능성이다. "예쁜 목소리, 기교의 가성보다는 감정을 실어 노랫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보컬이 진정한 역량이라 여겨요." 맞다. 고우면서도 힘차게 차고 나가는 결기. 이게 김은영의 목소리가 안기는 매력이다.
한국 포크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은 남다른 포부가 있다. "포크 명곡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왔지요. 고갱이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사람, 삶, 인생의 여러 모습을 담아낸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그는 노랫말에 공을 들인다. 시·소설을 많이 읽고 나름대로 습작도 해온 것이 자양분이다. 작곡력에도 힘을 쏟아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는 것이 꿈.
·다시 첫출발의 마음으로
그러나 포크음악 하면, 어딘지 과거의 음악, 향수 서린 장르로 여겨지는 게 사실. 그의 목소리 역시 70년대 분위기가 난다. "박인희 씨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 제게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그럴 때면 좀 우울하지요."
그는 포크가 '한물 간' 음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음악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수의 단단한 열정으로 끈질지게 살아남을 거란다. 역동성은 부족하지만 진정성의 음악이라는 것. "포크는 비주류지만 그래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이번 부산 공연은 부산·경남지역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와 홍보로 성사됐다. 인사를 잊지 않는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음악인생 다시 시작입니다." 공연에서는 음반 수록곡, 자작곡들은 물론 팝송·트로트·동요 같은 다양한 장르를 재해석해 포크의 그늘 아래로 끌어들인 폭넓은 음악적 울타리를 만날 수 있다. ▶김은영 콘서트 '2010 별 바람 그리움'=6월 5일 오후 7시 부산 남구 대연동 가람아트홀.
첫댓글 지난 겨울 AT센터에서의 콘서트가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