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한 사람을 더 얻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한 가지를 더 배우는 것이다.
중국 속담입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우리나라 속담입니다. 제가 딱 그 짝입니다.
작년 9월 서울시 동부기술교육원(종전의 직업훈련학교) 건물보수과정 4개월을 다닐 때였습
니다. 40명인 학생을 10명씩 4개조로 편성하여 목공, 타일, 도장, 전기 등을 공부합니다.
제1조에 속한 비슷한 고령의 연배끼리 어울렸습니다. 수업 중 A형의 손동작이 좀 굼떴습니
다. 곁에서 동료 조원들이 자주 살피고 도와주었습니다. 그런 게 고마웠는지 A형이 대뜸 한
턱 내겠다며 자기가 잘 아는 영종도 횟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단축수업이 있는 수요일이었
습니다.
영종도 횟집에 7명이 갔습니다. 아아, 이 일이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오멘이 되고 말았습
니다. 의기투합했다할까. 이날 이후로 7명이 돌아가며 점심이며, 저녁을 샀습니다. 자연스레
‘7인회’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날이 즐거웠습니다. 나아가 동부기술교육원 졸업 후에도
모임을 자주 갖기 위해 ‘건달산악회’를 만들고 단체 카톡방도 개설하였습니다. 건달산악회의
건달은 ‘건물보수의 달인들’의 줄임말입니다. 건달에 대한 국어사전의 설명, ‘하는 일 없이 빈
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7인회 회원 중 A형의 친구가 파주 탄현일반산업단지에서 아파트 주방가구 제조업을 운영하
는 H사 사장이라고 합니다. A형의 주선으로 H사에 두 번이나 견학을 갔습니다. 한 번은 건
물보수과 수업의 일환이었고, 또 한 번은 H사에서 직원 약간 명을 모집한다기에 회사 사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직원모집 창구는 동부기술교육원 건물보수과로 하였습니다. 우리 7인회는 A형을 통해 바로
채용될 수 있었지만 건물보수과의 학생취직실적을 드러낼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서울시에
4곳의 기술교육원이 있는데 서로 간에 취직실적을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동부기술교육원
내에서 또한 각 과정 간에 취직실적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건물보수과 C교수님에게 이력서를 내면 C교
수님이 추천서와 이력서를 H사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이울러 C교수님은 건물보수과 모든
학생들에게 H사 직원모집을 광고하였습니다.
작년 12월초 건물보수과 졸업을 즈음하여서입니다. C교수님은 7인회 멤버가 아닌 P씨를 추
천순위 1위로 H사에 통보했다고 합니다. P씨는 7인회 멤버뿐만 아니라 건물보수과 내에서
도 평판이 나빴습니다. 7인회에서 대뜸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P씨가 H사에 가게 된다면 H사
는 큰 골칫덩어리를 안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며, 그렇다면 우리는 가지 않겠노라고.
아울러 기피인물 몇몇을 꼽았습니다.
A형이 회사 사장님과 우리의 합의를 담판하고, 결국 7인회에서 6명이 가기로 하였습니다.
7인회 L형은 강진에 급한 일이 있어서 나중에 합류하기로 하였습니다. 근무조건에 대해 H사
사장님과 실질적인 운영자로 보이는 K부장님으로부터 설명을 대충 들었습니다. 이곳 산업단
지 내 모든 회사가 동일한 근무조건이라고 합니다.
4대 보험에 가입되고 주 5일 근무합니다. 단, 1, 3주 토요일은 근무합니다.
근무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7시 30분까지이고, 야근은 18시부터 21시까지입니다.
21시 이후 근무나 일요일 근무는 특근입니다. 특근은 통상임금의 200%가 적용됩니다.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3시까지 1시간이고 쉬는 시간은 15시부터 15시 10분까지 10분간입
니다. 야근할 경우 저녁식사시간은 17시30분부터 18시까지 30분입니다. 점심은 회사가 제
공하고, 야근할 경우 저녁도 회사가 제공합니다.
야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응해야 합니다.
이에 따른 월급은 1백 90만원입니다. 1백 80만원인데 우리는 고급교육을 받고 왔으므로
10만원을 더 준답니다. 다만 회사 재무사정이 좋지 않으므로 매월 30일 결산일 기준하여
50%는 15일에, 50%는 30일에 지급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50%는 매월 15일간 지급을
유보하는 셈입니다.
나중에 7인회 멤버이자 다년간 회사를 운영한 적이 있는 G형이 계산해보니 최저임금에 의한
시간급입니다. 2016년도 최저임금 시간급은 6,030원이고, 2017년은 6,470원입니다. 최저
임금이 여태 저와는 무관하여 딴 세상의 일로만 알았고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투쟁은 전혀
관심 밖이었습니다. 이제 바로 저의 일이 되고 보니 노동계의 절박한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
다. 그게 노동자들의 삶의 근간인 것을.
숙소는 회사 공장 내에 기숙사가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 차지하여 우리는 법흥리에 투
룸을 회사 명의로 임대하였습니다. 걸어서 40분 거리입니다. 회사 근처에는 원룸 또는 투룸
등의 빈방이 없습니다. 보증금 5백만원, 월세 45만원, 관리비 월 5만원입니다.
출퇴근 교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K형의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K형에게 주
유대 조로 월 3만원씩 갹출하여 보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침 저녁식사는 윤번제로 자체 취
사합니다.
점심은 회사 지정음식점 두 곳에서 합니다. 회사 공장에서 1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음식점 메뉴는 한식 부페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배려한 것인지 스스로 토스트를 구어 먹을
수 있고, 계란을 후라이하여 먹을 수도 있습니다. 컵라면, 국수 등의 별도 코너도 있습니다.
음식 값은 5천원이고 먹을 만합니다.
처음 며칠은 회사 사장님의 먼 사돈이 운영하는 O음식점을 이용하다가 손님이 더 붐비는 그
옆의 H음식점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H음식점 여주인의 고운 마음 씀씀이에 감동
받고 더욱 H식당만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감동이냐 하면, H음식점에서 토스트를 토스
트기에 넣어 구워먹는데, 토스트가 약간 타서 까맣게 그을렸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버리기가
아까워 먹으려고 하였습니다.
음식점 여주인이 그걸 보고는 얼른 다가와 토스트를 뺐으며, 빵이 많이 있는데 굳이 탄 것을
드시려고 하느냐며 다시 구워 드시라고 하였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 사실 전에 이용했던
O음식점에서는 우리가 밥 이외에 추가로 컵라면, 토스트, 계란 후라이 등 여러 가지를 먹으
면 그다지 곱지 않는 시선을 보였습니다.
남도지방은 지금 동백꽃이 한창입니다.
사진을 아이패드로 찍어 선명하지 못합니다.
첫댓글 고령()에 190이면 작은 급여는 아닙니다...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원하는 평균급여는 약120정도 입니다...그나마도 쉬운일은 없지요함께 숙식을 하신다니 대단하시네요
아 하 겁게 지내시네요 설 잘 보내시고, 설연휴 마지막 날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