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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연휴를 맞아 토오쿄오 아이들 집에 간 걸음에 그 동안 방문을 미루어 왔던 도요스 수산 시장에 들렸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 미식 여행의 한 배역을 담당하고 있는 도요스시장의 최신 시설과 함께 변화된 역할과 기능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2월24일자 조선일보에 토오쿄오 특파원의 관련 기사가 올라와서 기사에 언급되지 않은 사실을 중심으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특파원의 기사는 도요스 시장 관계자의 초청으로 일반인에게는 출입이 허가되지 않는 시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고 주요 식품 수출 국가의 언론인을 상대로 시장 전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어서 인지 개괄적인 정보는 아주 충실한 것 같습니다. 일독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일반 방문객은 시장 내부를 직접 볼 수 없으며 제한된 구역에서 창문을 통하여 들여다 볼 수만 있다는 점을 알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었던 포장 구역도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으로 되어 있어 좁은 창문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광경만 보고 왔습니다. 그들 만의 포장 기술이나 노우하우를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1.토오쿄오 수산시장의 변천
-니혼바시에서 쯔키지 그리고 도요스로
에도 시대 도쿠가와 막부에 공급할 해산물을 실어와 내린 곳이 지금의 토오쿄오 니혼바시 부근으로 막부에 납품하고 남은 해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수산물 시장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인한 화재로 시장 기능이 상실되어 시바우라 지역의 임시시장을 거쳐 1934년 츠키지로 이전하여 냉장고가 설치된 현대식 어시장으로 번성해 왔습니다. 특히 경매 시장과 도매상들이 모여 있는 시장과는 별도로 어시장 외부에 형성된 츠키지 외시장은 소매상과 식자재 판매상 그리고 스시 집을 중심으로 한 각종 음식점들이 번성하여 토오쿄오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크게 번창했습니다.
한편 대형 마트, 전국 규모의 식당 체인 등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도매상의 입지가 좁아지고 식품 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도 높아지면서 더욱 좋은 환경과 새로운 역할의 어시장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되어 세월과 함께 노후화되어 가고 불필요해진 설비 등의 시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토오쿄오 만에 새로이 조성된 인공 매립지에 수산물과 청과물 시장을 새로 건설하게 된 것입니다.
토오쿄오 만의 매립 공사는 도쿠카와 이에야스가 에도 성(지금의 토오쿄오 황궁)을 건설할 때 부터 시작되어 관동 대지진 때 생긴 지진 잔해물 매립, 고도 경제 성장기 때 발생한 토오쿄오의 생활 쓰레기 매립 등으로 생긴 새로운 매립지등 그 규모도 점점 넓어져서 지금은 토오쿄오의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빅사이트, 후지 TV 본사 건물 등이 들어선 새로운 도시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으로 탈 바꿈 하였으며 2020년 토오쿄오 올림픽의 보조경기장과 선수촌도 건설되어 거주 시설도 함께하는 도심의 뉴 타운으로 변모하였습니다. 몇 개의 매립 섬이 다리와 연결 도로로 이어져 오다이바(お台場 막부말기 외세 침입 대항을 위해 만든 대포가 있던 작은 섬), 하루우미(春海),도요스(豊洲) 등 위치를 연상케 하는 매립지 이름이 남아 있지만 거대한 토오쿄오 만의 거대한 매립지 구역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도요스는 관동 대지진의 잔해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매립지로 도오쿄오 만의 북부(행정 구역상 강동구)에 위치하여 지하철 유라쿠쵸선(有楽町線) 도요스 역에서 모노레일선으로 갈아타고 2번째 역인 시조우마에(市場前)역에 하차하는 게 가장 접근하기에 편리합니다. 신바시 역 인근에서 유리가모메 선으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수산 시장 역할의 변화
일본 수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식자재 종류에 기인한 탓인지 도매상 들이 품목별로 전문화된 점과 고객 들에 대한 역할이 점점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의 수산시장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도 초기에는 여러 품목을 취급하는 도매상이 많았지만 소비자의 변화에 맞추어 도매상의 기능이 변화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요스 시장 건물전체가 거대한 냉장고로 되어 있다는 기사의 내용처럼 모든 제품의 선도 유지가 가장 큰 특징이며 일본의 수산물을 필요로 하는 전 세계의 주요도시의 고객에게 동일한 선도의 제품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수산물의 국내 공급 거점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시장 홍보의 많은 부분을 일본 식자재의 세계 진출에 큰 역할을하고 있다는 곳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 음식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일본 셰프들의 과감한 식당 경영에 대한 의욕과 노력으로 지금은 일본의 유명 스시 집들이 동남아는 물론 뉴욕 맨하탄이나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거리까지 진출하여 세계인 들의 입맛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일본 식품 업계 도매상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습니다. 도요스 시장에서 새벽 경매에 낙찰된 선어를 24시간 이내에 뉴욕이나 파리까지 배송하는 포장 기술과 운송 시스템을 구축한 도매상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본 식문화의 세계 진출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토오쿄오의 유명 스시 집에서는 스시 네타 별로 공급 도매상을 달리하는 곳이 많습니다. 마구로, 새우, 도미, 조개류 등 품목별로 최고의 맛과 품질을 공급하는 도매상들이 생산자 또는 수입상들에게 최상의 상품을 요구하며 엄격한 품질 관리로 세계 최고의 맛을 만들게 하고 있습니다. 기준에 맞는 상품이 도매상의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스시 집에서도 당일 메뉴에서 그 품목은 빠지고 판매하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찾은 토오쿄오의 참치 맛은 확연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우선 혼마구로 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이 많이 늘었고 맛있는 부위를 파는 곳 또한 많아진 것 같아 도요스 시장이 만들어 준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등 푸른 생선 스시도 신선한 상태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것 또한 최근 토오쿄오 스시 집의 특징입니다. 부쩍 올라 버린 일본의 물가에 예전 보다 외식하기 부담스러운 점도 있지만 스시 집 만큼은 아직 가성비 높은 곳으로 생각됩니다. 회전 스시 체인 점 보다는 중급의 일반 스시집과 재래 시장 스시집의 가성비가 올라가는 현상도 도요스 시장의 등장 이후 생긴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일본 관광의 큰 매력 미식 관광
일본 음식의 맛이 뛰어난 이유 중의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토양입니다. 화산으로 만들어진 일본은 바다와 맞닿은 많은 해변에 마그마 분출로 인한 용암지대가 많고 지표에서 스며든 물이 용암 지대를 통과하여 바다 속에서 용출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용출수에 포함된 마그네슘 등 영양소가 플랑크톤이 풍부한 해수를 만들고 그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해양 생물의먹이 사슬이 잘 만들어져 해조류에서부터 조개류, 어류 등이 풍부하기도 하고 맛 또한 뛰어납니다.
최근 도요스 시장 한켠에 만들어진 천객만래(千客万来 2월1일 개장)이라는 식당가의 한 식당에 18,000엔 가격을 붙인 해산물 덮밥이 등장하여 일본을 떠들석하게 만들었습니다. 혼마구로, 우니(성게알), 연어알 3종류 해산물 덮밥 1인분이 16만원 정도로 팔고 있었으니 일본인 들도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싱가포르, 호주, 뉴욕 등지에서 온 외국 관광객 들로 그들은 하나 같이 먹고 난 후에 엄지 척을 하며 싸다는 얘기와 함께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메뉴를 보니 나마우니(생 성게 알) 130그램, 혼 마구로 오오 도로 주우 도로, 이쿠라(연어 알)등이 토핑되어 있었는데 눈길을 끈 것이 나마우니였습니다. 제가 삿뽀로에 근무할 때 성게 알 덮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당시 수산 시장 아저씨가 홋카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라는 걸 강조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뒤에 알고 보니 성게알이 가장 맛있는 시즌(보통 6월부터 출하)이었고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성게알이 수확되는 곳이 홋카이도의 리지리섬 레분도 일대였습니다. 일본 최북단 왓카나이 왼편에 있는 섬인데 둘 다 화산섬으로 섬 주변 화산 용출수가 많아 일본 최고가의 다시마가 천연으로 자라고 봄철부터 다시마에 서식하는 성게가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곳입니다. 여름이 되어 성게 알 해금기가 되면 일본의 미식가 들이 배를 타고 몰려 가는 곳입니다. 현지에서는 90그램 올린 덮밥이 6,000엔 정도로 판매됩니다.
성게알은 부패하기 쉬운 탓에 보관과 운송과정에서 변질되기 쉬워서 제가 일본에 근무할 때 까지는 리지리 레분도 성게알은 홋카이도에서만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물론 토오쿄오나 오오사카에서도 혼슈에서 수확되는 성게 알을 먹습니다만 그 맛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요즈음 토오쿄오에서도 홋카이도산 성게알을 먹을 수 있습니다. 아들 녀석이 일본의 지방세 고향 납부제도를 이용하여 그 보상으로 리지리도의 성게알을 받았는데 해수에 담은 성게 알을 냉장용기에 밀봉하여 보내와서 맛있게 먹은 적이 있습니다.
성게 알 뿐만 아니라 리지리섬 다시마는 일본 최고급 요리점이나 부유층 들만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다시마는 우리에게는 마른 멸치와 같이 일본 음식에는 꼭 필요한 조미 식자재이기 때문에 모든 가정에서 사용하는데 일반인들은 마트에서 동북지방산 다시마를 리지리산의 5분의 1정도 가격으로 구매하는 게 보통입니다. 시장 한 건물의 다시마 판매점에서 4등품 500그램 포장을 7,500엔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귀가길에 마트에 들려 이와데 산을 사 갖고 왔습니다.
이처럼 세토나이카이의 참돔, 히로시마의 굴, 야마구치현의 참복, 사가현의 오징어 후쿠이현의 대게등 지역 특산물이 생산자와 중간 도매상들의 노력이 더해져 최고 품질의 고급 식자재로 재탄생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탈리안 요리나 프랑스 요리에 감탄하는 외국인이 많고 중국인이 일본 중식집에서 음식 맛에 환호하기도 하는 현상은 식자재의 우수함도 한 원인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일본의 화산재 토양의 밭에서 생산되는 야채나 과일 맛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천객만래 식당가의 음식 가격은 비싸게 책정되었고 대신 최고급 품질의 식자재를 사용한다는 설명이었지만 일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선뜻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잠시 관광으로 방문한 기념에 한번 쯤 맛있는 음식 먹는 것으로 토오쿄오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와 가격으로 이해되었습니다.
3.포장 운송 기술은 더 진화할까?
도요스 시장의 선어 포장 기술은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제가 도요스를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들이 개발한 선어 포장 방법이었는데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 내이어서 참관이 불가능했습니다.그냥 보기에는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넣어 포장하여 비행기로 맨하튼 까지 보내는데 개봉해 보면 얼음이 전혀 녹지 않은 상태로 생선 선도를 유지하며 도착하게 하는 포장 기술입니다. 시즈오카현의 젊은 경영인이 개발한 방법인데 토오쿄오의 도매상들에게 기술을 전수하여 일본 식품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며칠 전 일본의 한 선사에서 냉장 컨테이너의 성능 개선 작업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금까지 30일 정도 유지되던 식품 선도를 60일까지 유지되도록 개선한 냉장 컨테이너를 개발하여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고기 수입에 투입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향후 청과물 수출 등 일본산 식자재의 세계화에 기여하겠다는 발표도 함께했습니다.
4.다양한 조미 식자재도 미식 관광의 주인공
일본 여행하실 때 마트에 들리실 기회가 있으면 각종 조미 식품 판매대를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종류의 다양함에 놀라시게 될 겁니다. 도요스 시장의 포장 동 1층에는 츠키지 시장 외시장 같은 조미제품과 요리도구(각종 칼도 판매함)등을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다시마, 말린 생선 가루 등 일식의 기본 국물(다시)에 필요한 조미 식자재만 파는 곳도 있는데 종류도 많고 즉석에서 대패질로 만들어 파는 가츠오 부시는 정말 향이 뛰어나 츠키지 외시장에서 자주 들리던 곳이었는데 도요스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5. 마지막으로
포장 기술 참관과 몇 가지 식자재 구매를 하기 위해 찾았던 도요스 시장은 그들의 철통 같은 방어로 보고 싶었던 곳은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의 먹거리에 대한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열정과 일본 국내에서 인정받은 그들의 음식 문화를 전세계에 펼쳐 보려는 야심이 엿보였습니다. 언젠가 노량진 시장과 가락시장도 도요스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토오쿄오 오오사카 유명 요리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많은 한국의 젊은이 들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본격적인 쉐프 역할을 수행하면 K-푸드의 세계화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가공 패키지 동 입구
일반인 출입 금지
가공 패키지 동 내부(2층 창문을 통해 보이는 광경. 포장 작업은 볼 수 없음)
참치 경매장(2층 창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음)
천래만객 옥상위 족욕장(가나카와현 유가와라 온천수를 매일 공수해온다고 함) 하코네 온천과는 다른 곳입니다.
첫댓글 좋은 곳 혼자만 다니시지 마시고 좀 데리고 다니시라니까요? ㅎㅎㅎ
그저 말만 들어도 쩝쩝쩝인데... 우리나라는 생선 특히 회 쪽은 아직 소비자 수준이 좀 그러니...
소비자가 까다로워야 공급자가 신경을 쓸텐데... 뭐 가이도상 같은 분이 있으니 차차 나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