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얼핏 얘기한 바 있지만, 솔직히 시간이 이쯤 지났으면 무상급식에 대한 근본철학에 대해선
어느 정도 대중적 합의가 이루어졌겠거니 하고 이제 실질적으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편이 논의될 차례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도 원론적인 얘기만 주구장창 거듭하며 철지난 색깔논쟁까지
비져나오는 꼴을 보면 초큼 우습기도 하고 그렇다.
흔한 보수진영 아이들은 무상급식의 취지를 부자급식, 서민착취급식 등의 희한한 이름을 갖다붙이며 폄훼하더군.
정말 그 취지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알고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필사적으로 저지해야만 할 사명감을 갖고 그러는 것인지
뭐 거기까지 헤아려줄 필요는 없을 거 같고, 다시 한번 무상급식의 근본 취지부터 차근히 따져나가보자.
내 상식으로는 사실 무상급식이라는 말도 웃김.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잡아놨으면 당연히 밥도 의무적으로 같이 먹이는 게 맞는 거 ㅇㅇ
왜? 학교는 학생들 각자 집안의 경제적 여건까지 일일이 따져가며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권한이 없는 곳이니까.
난 이게 당연하다고 본다. 한 학급의 담임이 자기 반 학생의 주머니 사정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가능성 혹은
그럴 여지조차 남김없이 제거하는 게 공교육이고, 또한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거.
(애들 학용품, 수학여행비도 다 공짜로 대줘야 하는 거냐고 반문할 거라면 딱히 할말은 없음.
장기적인 안목으로 따져보자면 난 궁극적으로는 그리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라)
일단 공교육 체제에 편입된 이상, 아이들은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전혀 구애됨이 없이
무차별적인 교육환경하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항상적으로 누려야 한다.
공공성이란 건 '나쁜 자유'를 배제함으로서 출발하는 것, 내가 돈이 좀 있고 가정환경이 특히 더 유복하다 하여
다른 아이들에 비해 특히 더 좋은 환경을 선택하여 부여받을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내가 돈없고 빽없어
다른 아이들에 비해 특히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질 자유 또한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공공성이 출발한다는 거다.
설령 학교 밖에서 벌어질 학생 간의 경제적 격차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공교육을 표방하는 학교 내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드러나지 않게끔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굳이 사립학교까지 끌어들이지는 않겠음. 자식새끼들 꼬박꼬박 귀족형 사립학교 보내주고 천문학적인 등록금 및
사교육비 다 감당해줄 능력 정도 있다고 자부한다면야 애초에 이런 친서민적인 논쟁에 끼여들 이유도 못 느끼겠지 ㅋ)
난 공교육의 중요한 가치이자 책무 중 하나가, 아이들이 동일한 위치에서 동등한 조건을 갖추고
경쟁할 수 있게 돕는 '공정경쟁' 의 심판,조정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 여하에 따라 학생 간에 부당한 격차가 생겨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고,
학생 고유의 능력과 개성을 충분히 존중하며 각자가 가진 저마다의 가능성이 방해되는 바 없이
충실히 만개할 수 있게끔 도와줌으로써 별도의 장해가 없는 평등한 지점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것.
적어도 이런 정도는 이루어져야 공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기껏 애들 밥 먹이는 문제 가지고 무슨 거창한 말들을 이래저래 늘어놓느냐는 말을 하고 싶다면,
반대로 물어보자. 기껏 애들 밥 먹이는 문제 가지고 그렇게 개거품 물고 늘어지며 발악질을 해대는 이유는 또 뭐냐?
무상급식, 별 거 아닌 걸로 쉽게 치부해버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거 하나 성사된다 해서 무슨 나라 말아먹기라도 할 것인양 호들갑을 떨어댈 일도 전혀 아니다.
학교가 아이들의 개별적인 경제적 상황에 관심없이 무차별적으로 같은 밥상에 앉힌다는 것,
공동체의 몫으로 아이들을 차별없이 한 자리에 앉혀 밥을 먹인다는 점을 보여주고 이를 직접 체화시키는 의미로서 볼 때
이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교육적 목적을 겸비한 조치이자 또한 명백한 공교육의 일부로서 작용하는 거다.
학생들 간에 존재하는 무수한 경제적 격차 가운데 적어도 밥먹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이러한 격차를 밀어내고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동일한 장소에 모여 동일한 영양을 공급받는다는 거, 이게 무슨 포퓰리즘이라는 걸까?
애초에 무상교육부터 반대하는 이들이라면 혹 모를 일이지. 가정환경 따위 일체 관심두지 않고 모든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업료 없이 학교에 불러들이는 건 또 얼마나 심각한 포퓰리즘 정책이냐?
무상급식은 공산주의 좌빨들의 포퓰리즘 무상시리즈의 일환도 아니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겠지만 시기상조인 것도 아니고,
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되었으니 이제 시혜적으로 한번쯤 베풀어줘도 될 법한 선심성 공약도 뭣도 아니다.
여지껏 국가에서 방기해 오고 있던 공교육의 영역을 늦게나마 끌어들이는 것이지 다른 거창한 대의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무상급식이 지난 지방선거 이후부터 진보진영의 주된 아젠다로 떠오른 것도 사실이고,
무상급식이 가지는 함의를 두고 보편적 복지라는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끌어오면서 한국의 정치지형도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면에서 분명 무상급식 논란은 진영논리다
(요새는 보수 측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포퓰리즘 운운하며 진영논리의 한 축으로 끌고오려 열심인 듯 하다만).
앞에서 충분히 설명했듯,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라는 새로운 국가발전에의 동력이 되어줄 아젠다를 급속히
잘 정제된 언어로 대중 앞에 선보여 주었다는 의미에 앞서, 무너진 공공성을 회복하고 전 인민의 보편적 행복추구를 위해
공동체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의 장을 열어주었다는 의미에서 또한 중요하다.
하나의 의제를 가지고 이를 관철시켜내느냐 못하느냐 정도에 그치는 단편적인 정치싸움 정도가 아니라,
장래 한국에서 나고 죽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 조각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신념과 이해, 가치관이
모조리 몰려들어 부딪치고 논쟁하고, 합의해나갈 수 있는 전환점의 출발이라는 게지.
요 며칠째 토게를 지켜보며 무상급식 논란이 제도 자체의 정당성, 타당성에 대한 논의에서
이러한 진영논리의 측면으로 급격히 발전해나가는 면이 보여 결국 올 것이 왔구나 싶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지나친 색깔논쟁과 포퓰리즘 프레임에 갇혀 그 이상의 진전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서글프다.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부자삥뜯기 등의 보수진영 주장에 대해서도 달리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여기서 다 하기는 어려울 듯 하고 나중에 다시 떠들어 보도록 하지.
p.s
서울시 전체 예산 21조 7천억 가운데 현재 서울시가 무상급식 부담 비용 중
거부하고 있는 돈이 695억원 규모(서울시 예산의 0.32%) - 서울시교육청 자료.
단가로 따져보자면 식품비 1892원, 우유값 330원, 관리및인건비 235원을 더한 총액 2457원...
이 돈을 안쓰려고 지난 1년간 간담회 등에서 사용한 밥값만 3억 5136만원(559건),
한사람 밥값에 최대 13만 7720원까지 지출, 평균 밥값이 3만 6310원 들었지.
주민투표 집행비용이 또한 182억 가량 된다던가?
한마디로 강남 아줌마들 동원해다 점심 사주고 여론몰이+어린애 발가벗겨다 신문광고질에
시 예산 땡겨다쓰는 시장님이란 소린데, 진짜 포퓰리즘은 대체 어느 쪽에 가까우실까?
첫댓글 진짜 색깔논쟁은 무상급식의 취지와 논점에서 벗어난거야 쓸데없는 개싸움만 바라보는것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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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이건 완전 병신이네ㅋㅋ헌법에 명시된 의무교육=무상교육도 인기영합주의의 일단이겠다 좆븅신아?ㅋㅋㅋ헌법도 씨발롬아 좌빨들의 체제전복을 위한 도구겠다 좆븅신아?
무상급식이라는거 취지도 그리고 따지고 보면 하는게 당연한거지... 근데 무상급식에 대한 경제적효과 방법 등 부작용을 더 신중히 생각하고 분석해서 시행했음 함. 또 어찌보면 위험한 포퓰리즘같은 부분도 있는건 당연한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