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줄기 붙이고 누워 자라기도… 잎 뒷면에는 밝은 흰색 선 있어요
눈측백
▲ 왼쪽은 줄기를 땅에 붙이고 누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눈측백나무. 오른쪽은 눈측백 잎을 확대한 모습. /위키피디아
자라는 습성에 따라 이름 붙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가지가 줄기에 층층으로 돌려나면 층층나무, 줄기가 땅바닥에 뻗어 자라면 눈향나무('누운 향나무')라고 하는 식이죠. 눈측백도 마찬가지예요. 측백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일부 줄기를 땅에 붙이고 누워 자란다고 하여 '누운 측백나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지요. 줄기가 비스듬히 눕는 것이 방 모양과 같다고 '집의 방'이란 뜻에서 '찝방나무'로 부르기도 합니다. 눈측백속(屬)은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북미 등에 총 5종이 자란답니다.
눈측백은 해발 750~1950m의 산비탈에 자생하는 고산성의 상록성 침엽수종이에요. 영어로는 'Korean arborvitae'. '한국 측백나무'라고 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입니다. 눈측백은 주로 우리나라의 설악산·함백산·화악산과 중국 쪽 백두산 기슭에서 자라지요. 묘향산·금강산 쪽에 있는 개체군은 그리 넓게 분포해 있지 않아요. 함백산 정상부의 눈측백 자생지는 그루 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대략 60㎝ 높이로 빽빽하게 낮은 덤불을 이루고 있습니다. 종종 숲과 같은 더 안전한 곳에서는 키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누워 있지 않고 곧게 자라는 나무를 볼 수도 있답니다.
보통 10m까지 자라는 눈측백은 약간 부드러운 비늘잎으로 잎끝이 둔하게 생겼어요. 잎의 앞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황록색으로 잎 뒷면의 뚜렷하게 밝은 흰색 선이 매우 인상적이지요. 눈측백의 나무껍질은 잿빛이 도는 붉은색이며 얕게 갈라집니다.
침엽수가 많이 자라는 곳은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고 하죠. 눈측백 침엽은 향기가 꽤 강한 편이어서 침엽을 으깨거나 바람이 불면 독특하고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어요. 최근 공주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눈측백 추출물은 BVD(소 바이러스성 설사증)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해요. 박테리아의 소독제로도 쓰일 수 있다고 하니, 이 나무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눈측백은 다른 침엽수 종류보다 관상 가치가 비교적 낮아서 그동안 널리 이용되지 않았어요. 눈측백속의 다른 4종은 변이종이나 원예 목적 재배 품종이 많은 데 비해 눈측백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눈측백은 우리나라 특산종임에도 평소 일반인이 보기 어려운 수종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식물원과 수목원에도 눈측백이 있는 곳은 매우 드물어요. 식물원·수목원은 물론 일반 공원에도 널리 심어서 이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즐기면 뜻깊겠지요? 앞으로 여러분의 따뜻한 애정과 눈길을 기다립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장·영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