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대체에너지 개발이 한 방법이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이 손쉬우면서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간단한 실천만으로도 많은 양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어떻게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는지, 그 효과는 어느 정도 인지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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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전력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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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전력은 지금도 흐른다! 코드를 뽑아놓지 않으면 전원이 꺼져 있어도 전기가 흐른다. ⓒ미디어다음 정재윤 | 전기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이다. 대기전력이란 가전제품의 플러그가 꼽혀있는 있는 경우,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흐르는 전기를 말한다. 대기전력은 2~3년 전부터 전력낭비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외국에서는 ‘전기 흡혈귀(Power Vampire)’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에너지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당 연간 306kWh를 대기전력으로 소비하고 있다. 가정부문 전력소비량의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돈으로 환산하면 매년 5,000억원을 대기전력으로 버리고 있는 셈. 사용하지도 않는 대기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100만kW급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가동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김세희 간사는 “대기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절전용 멀티탭을 설치하고, 저효율 전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참여 가구 한달 평균 40kWh 정도는 거뜬히 절약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0kWh 는 형광등 2,000개를 동시에 1시간 동안 밝힐 수 있는 전력량이다.
컴퓨터 10시간 켜두면 1.7kw 170원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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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상 자리를 비울 때는 컴퓨터를 끄는 것이 좋다 ⓒ 미디어다음 김준진 | 대기전력으로 소모되는 전력량은 컴퓨터 사용이 급증하면서 더욱 증가하고 있다. 컴퓨터는 본체뿐만 아니라 모니터, 프린터, 스피커 등 주변기기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량의 대기전력을 발생시킨다. 또 대부분 사람들이 한번 켜놓으면 잘 끄지 않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를 껐다 다시 켜는 것 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컴퓨터 보급 대수는 2003년 현재 2674만대 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한번 켜놓으면 잘 끄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분당 직장인 중 절반 이상이 점심시간에 컴퓨터를 켜 놓으며, 컴퓨터를 끄지 않은 상태로 퇴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본체(3.26W) 자체의 대기전력은 TV(4.33W)나 비디오(5.45W) 등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컴퓨터의 경우는 본체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2.53W), 프린터(3.07W)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모두 합쳤을 경우 대기전력은 배 이상 증가한다. 그런데도 컴퓨터를 껐다 다시 켜는 것 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작동 시 각각 70W, 100W합쳐서 보통 170W를 소비하게 된다. 돈으로 따지면 17원을 날리는 셈이다.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켰을 때는 순간적으로 컴퓨터, 모니터 합쳐 30W정도가 더 소비되다가 바로 원래의 소비전력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컴퓨터를 껐다 다시 켜는데 드는 전력은 무시해도 될 정도다. 따라서 전력소비상의 수치로 볼 때는 5분 동안이라도 컴퓨터를 사용 안 하면 꺼 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용자가 30분 이내에 다시 사용한다면 부팅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에 30분 이내 사용하지 않을 경우는 모니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대기모드절전모드 설정을 변경하여 전력소비를 줄이고, 30분 이상이라면 끄는 게 좋다. 부팅이 못내 불편하다면 최소한 모니터만이라도 꺼두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또 프린터, 스캐너, 스피커 등 컴퓨터 부속기기는 사용할 때만 전원을 켜두는 것은 기본이다.
에너지 절약 마크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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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절약마크를 확인하면 쉽게 전기를 아낄 수 있다. | 이왕이면 절전형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에 일조하는 방법. 한번 구매를 잘 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에너지절약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절전형 제품은 사용되지 않는 동안에는 자동적으로 절전모드로 바뀌어 대기전력을 줄여준다. 제품에 부착된 에너지절약마크를 통해 절전 제품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가전제품을 모두 대기전력을 최소화한 절전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5,900GWh(6,520억원 상당)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전력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줄여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 20% 절약운동’ 효과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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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전력을 줄입시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캠페인장면 [사진=연합] | 에너지시민연대( http://www.enet.or.kr )가 2002년 12월부터 실시한 ‘에너지 20% 절약운동’은 작은 실천만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운동의 이름도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만으로 에너지 사용량 20%를 줄일 수 있다는 뜻에서 지어진 것이다. 운동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 운동에 참여한 가구들은 평소보다 평균 14.5%의 전기량을 절약했다. 절약 총량은 2만 1,546kWh로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절약되는 전기량은 185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9,000억원에 이른다.
‘에너지 20%절약운동’은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전화 또는 홈페이지로 참가 신청을 하면 에너지 절약 가이드북 등 에너지 관련 자료와 절전형 멀티탭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신청 후 각 가정에서는 스스로 운동 가이드에 따라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전기요금 고지서를 시민연대에 보내면 된다. 매월 사용량을 점검해 절약에 성공한 가정은 상품권을 상으로 받게 된다.
운동에 참여해 아홉 달 연속 에너지 절약에 성공한 이영선(38, 주부, 서울 은평구 불광동) 씨는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고지서를 받아보면 항상 전기사용량이 줄어 있었고 새나가는 에너지가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전제품 코드 뽑는 일부터 실천했다고 한다. 컴퓨터의 플러그를 절전형 멀티탭으로 바꾸고 아이들에게도 가능하면 꼬박꼬박 플러그를 뽑아 놓도록 교육시켰다고.
‘에너지 20%절약운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사람들 반응도 좋고, 아파트 한 동이 모두 참여하는 등 참가 희망 가구도 늘어나 올해말까지는 2,500 가구가 참여할 전망이다.
에너지시민연대 박성문 정책담당부장에 따르면 시민연대측은 참여 가구를 확대하는 것 외에 사무용 건물까지 운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온라인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스템도 만든다. 박 부장은 이 시스템에 대해 “참여자가 직접 홈페이지에 전기사용량을 기록하고, 한국전력공사와 연계해 전기를 얼마나 절약했는지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 운동에 올해 9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 박근호 단체협력팀장은 “에너지시민연대와 협약을 체결해 시민연대에서 사업계획을 내면 산업자원부의 승인을 받아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민간단체 공모사업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박성문 부장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절전제품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활성화돼 있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 멀티탭이 8,000원인데 반해 절전형 멀티탭은 1만 8,000원으로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쌉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요. 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보조가 더 필요합니다.”
에너지, 스스로 만든다?
지나친 에너지 소비가 문제 된다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쓰면 어떨까? 한번 사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제품으로 현실화됐다.
환경운동연합 생활협동 조합인 ‘에코 생협’이 직접 만든 친환경제품 전문 브랜드 ‘에코라이프’ (http://ecolife.cafe24.com/) 의 제품들이 그런 제품들이다.
<에코라이프 손전등> 건전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손전등이다. 아래 쪽에 달린 태엽을 감으면 자가발전기를 통해 바로 사용 할 수 있다. 1분간 충전하면 3~4분 가량 빛을 내며, 40분 이상 충전하면 3∼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에코라이프 라디오> 친환경 AM / FM 라디오. 에코라이프 손전등처럼 건전지 등 배터리 없이도 자가 발전한다. 손전등보다 훨씬 전력 소모가 적어 1분간 충전하면 20~30분 정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에코라이프 태양광 시계> 빛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태양광 시계. 빛이 적은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직사광선에서 3시간 동안 완전 충전하면 어두운 곳에서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에코 생협에 따르면 손전등은 판매한지 겨우 6~7개월만에 벌써 1만 7,000개가 팔렸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좋다. 최재숙 이사는 “올해 8~9월쯤에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생각”이라며 “기존 제품들도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성능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