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덕분에 방콕을 하다 못해 지겨움과 지루함이 목울대까지 차오를 즈음
드디어 탈출의 기회가 생겼다.
아직은 메르스에 관한 공포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굳이 놀러오라고 초청을 향한 것인데
이런 저런 연유로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우여곡절 끝에 울산으로 휘리릭 날아가게 되었다.
사실 한반도 윗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밑으로 내려가게 되면 그 또한 민폐일 것 같아 망서리다가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고로 존재한다는 의미를 앞세워 내려 간 것이나
남의 나라에 있는 딸과 아들이 걱정할까봐 지면에 울산엘 간다는 소식도 올리지 못하고 슬쩍 다녀오긴 했다.
어쨋거나 간만에 만난 까닭에 차량 이동 중에도 친구들과 입이 닳도록 수다 삼매경에 빠졌음은 물론이요
즐거운 여행을 빙자한 식탐 해결과 이동 중에 만나는 풍광 멋진 곳의 비경을 만나거나 일부러 찾아든 곳에서 만나는 절경에 감탄을 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뒤섞여 흥에 겨워 놀면서 새로운 인연으로 엮여지던 독특한 기회도 있었고
그저 초딩 동창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얼굴도 모르는 채로 만나진 특별한 인연도 있었다.
원래 예정하였던 결과물이 아닌 참으로 예측 하지 아니한 돌발상황이 많기도 했고
뭔가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척척 손발이 맞아 떨어졌던 이번 여행은 더더욱 유니크한 여행이 아니랄 수 없었다.
덕분에 온 몸을 감싸 안았던 방콕 우울모드는 싸악 사라졌다는.
하지만 아쉽게도 카메라 SD카드가 약간의 말썽이 있어 첫날에 이뤄진 일정을 촬영하지 못하여
우리가 얼마나 신나고도 멋진 여행을 했으며 풍광에 홀렸는지 또는 언양 불고기 맛의 홀릭 수순은 어떠했는지
사진으로 담아오지 못하고 입으로 눈으로만 즐겼음을 전달해야 하니 아쉽고도 아쉽다.
단 두번째 날의 전혀 예정에 없던 스케줄과 홀연히 나타난 초등 친구와 함께 한 시간이
엄청 즐겁고도 행복했기에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어 그 분위기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겠음을 이해 해주시기 바란다.
살면서 언제 이런 호강을 해보겠나 싶도록 엄청나게 넓은 울산과학기술원 일명 유니스트 게스트하우스- 원래 총장 관저였으나
울산과학기술원을 찾는 손님을 위해 흔쾌히 총장님께서 쾌착을 한 85평 즈음 되는 거창한 아파트-
그곳에서 우리는 친구 남편이 기꺼이 마련하고 베풀어 준 호사를 그야말로 무한 칙사 대접으로 받으며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첫날의 울산 비경 12경 중에 몇 몇 곳을 다녀왔지만 사진은 없는 고로 일단 이렇게 밤으로 부터 사진은 시작된다.
좌우지간 요즘은 카메라가 쥔장의 속을 엄청 썩이긴 한다는.
다음날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서두르면서도 얼굴도 모르는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날의 복장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여 쥔장을 알아보도록 하였으나
저 멀리서 보이는 친구는 이미 한 눈에 봐도 척 알겠더라.
그런 그 친구는 50 여 전 즈음 서울하고도 영등포에서 역사가 오래된 우신 국민학교 동창생으로서
그저 한 울타리 초등학교 안의 인연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낯설지 않았음은 물론
데면데면하거나 어색하여 시선을 맞추기 어렵다가 아니라 벌써 이미 훨씬 전에 만났던 친구처럼 마냥 익숙하였으므로
그녀가 기꺼이 가이드하는 곳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희희낙락하면서 수다삼매경을 벌이는 것은 당연지사.
가장 먼저 그 친구와 찾은 곳은 울산 12경 중에 하나인 태화강변 대나무 십리길로서 빛 바랜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함께 거닐었다.
이름은 들었지만 실제적으로 찾아들어 누려본적이 없었던지라- 대나무 하면 으례 우리는 담양을 떠올리고 그쪽으로 찾아들었으니 더더욱-
대나무 숲에 들어서는 순간 그야말로 천상은 다른 곳에 있지 아니하고 눈과 귀를 황홀케 하는 댓바람 소리 가득한 십리길에 몰려 있더라는.
쥔장이 보기엔 아마도 울산 지역들은 역시 전생에 나라를 구한 듯 하다.
전 지역이 어쩌면 그리도 녹색지대인지...이곳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곳을 가더라도 지천에 보이는 녹색에 취해
미처 카메라를 들이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눈으로만 보는 풍광도 참으로 좋았으니
어쩐지 그저 회색빛으로 무장된 중공업의 도시라고만 여겼던 시선을 바로 잡고
이번 여행을 통해 그런 편견을 깨게 된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였으니 참으로 큰 소득이기도 하다.
또한 정주영이라는 안목 높고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었던 거대한 인물이 없었다면
울산이라는 도시는 지금의 영화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더불어.
그가 울산 시민에게 건네준 풍요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경제적 이익은 또 얼마나 많더라는 말이더냐.
암튼 울산 뿐만 아니라 어느 도시 어떠한 곳이나 마찬가지이다.
그저 지나다닐 뿐이요 거쳐가는 도시로서 보아온,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은 도시에 대한 평이란 얼마나 하잘 것 없는지.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그 어느 장소나 괜찮은 곳이 꽤 많더라는 것이요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하마평은 쓸데 없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한참을 거닐어도, 댓바람 소리에 취하여도, 잠시 세상 속의 시름을 잊어 버려도 좋을 만큼
단절된 공간 같으나 열린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울산 대나무 십리길.
하루종일 그곳에 파묻혀 바람 소리와 어울려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을 누려도 좋을 듯하나
갈 길이 바쁜 시간 제약상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사진 포인트 장소에 들러 울산에서 만난 초딩 친구 화순과 정답게 한 컷 날렸다.
아무리 세월이 오래 흘렀어도 그 시절 그 마음은 여전하더라.
그러나 어린 동심은 어느새 세월의 때를 입어 늙은 할머니 천사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웃고 또 웃었다.
어느덧 점심시간, 고픈 배를 위해 친구가 제 1의 맛있는 대구뽈찜 음식점을 추천하였지만 거리를 이동하여야 하는 관계로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다시 친구 화순이가 대나무 십리길 근처 음식점을 추천해줘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섰더니 와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근래 보기 드물게 나름 까다롭고 별별 구분을 하는 쥔장의 입맛에도 굿굿으로 충족시킨 대구뽈찜 - 어대 265 5800 - 을 맛보는 순간 맛있다는 기본이요
더불어 나온 볶음밥은 기존의 볶음밥 맛을 거부하고 싶을 정도로 환상이었으니 강추.
금강산도 식후경을 끝냈으니 다음 코스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당연지사.
대왕암 송림 숲길 역시 울산 12 비경 중에 하나라는데 눈에 보이는 백송이 어찌나 꿋꿋해 보이는지 절로 흐뭇했다는.
드디어 울산 동해 바다를 눈 앞에 마주 대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하다.
그러나 울산 대왕암의 비경은 이제 시작일 뿐, 촬영보다는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느라 몸이 먼저 바빴지만
여하튼 다음 편도 기대하시라....
첫댓글 살다보니 가끔은 횡재를 하긴 하는지... 횡재라는게 이런거지 싶더이다~!
눈도 맘도 즐겁고 입까지 즐거웠던 여정이었습네다~! ㅎㅎㅎ
ㅎㅎㅎㅎ 횡재는 거저 오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주어질 때는 반드시 누려야 하는 법.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