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우리는 미사에 참석하면서 은총을 체험하는가?
우리는 미사에 참석하면서 기적을 체험하는가?
우리는 복음을 들으면서 주님의 가르침을 깨닫는가?
우리는 복음을 들으면서 주님의 지혜를 깨닫는가?
우리는 아무것도 체험하지 못한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기적을 보고 말씀을 듣고도
고향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듯이,
복음을 듣고 미사를 드리면서도
예수님을 믿지 못하는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실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도 아무런 기적을 행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믿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몸은 예수님과 함께 있지만 마음은 세상 욕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가난하지만 아름답고 똑똑한 여인과 부유한 귀족 남자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그들은 서로가 사랑을 하면서도 결혼하지 못했다.
오만과 편견 때문이었다.
여인은 오만했다.
오만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자기의 부족함을 감추려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녀는 몰락한 귀족의 딸로 가난했지만
자기의 부족함을 감추려고 남자에게 더 당당하게 굴었고,
오만함으로 남자의 사랑을 거절했다.
남자는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
편견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사랑의 부족함 때문에 생긴다.
남자는 여인을 사랑했지만 여인의 가족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랑은 자기보다 상대방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부족한 사랑이 편견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마지막에 결혼했다.
오만과 편견을 버렸기 때문이다.
여인은 자기의 부족함을 인정했고,
남자는 자기의 부와 명예보다 여인을 우선적으로 선택했기에
이들은 결혼을 할 수 있었다.
사랑의 완성도 오만과 편견을 버릴 때 가능하다.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은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도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오만과 편견 때문에 그분을 예언자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곳에서 몇몇 병자에게
손을 얹어서 병을 고쳐 주시는 것밖에는 아무런 기적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들이 그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사에 참석하는 우리들도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예수님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예수님에 대한 부족한 사랑으로 그분을 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분과의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그분에게서 기적과 은총을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미사를 수없이 드려도 아무 감동을 받지 않는 것 아닌가?
예수님께서 깜짝 놀라시게.
- 손용환 요셉신부 -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예수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을까? ……
그의 손에서 저런 기적들이 일어나다니!”
그들은 ‘목수’ 예수님만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습니다.
예수님을 통하여 드러나는 살아 계신 하느님을 전혀 보지 못한 이유는,
그들이 예수님을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 ‘고정 관념’ 때문이었습니다.
잘못된 고정 관념은 믿음이 자라지 못하게 합니다.
“아무런 기적도 일으키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다.”
마르코 복음서가 묘사하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처럼,
믿음이 없는 마음 안에서 예수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기적을 일으키시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은총을 주실 수 있도록,
이미 만들어 놓은 신앙의 고정 관념들을 깨 버립시다.
고해성사는 주일 미사를 빠질 때만 한다는 고정 관념이 깨질 때,
우리는 하느님과 진실한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본당에서 봉사는 시간에 여유가 있거나
열심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고정 관념이 깨질 때,
부족한 나를 통하여 당신의 일을 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미사는 주일에만 간다는 고정 관념이 사라질 때,
우리의 발걸음은 성체 안에 살아 계시는 예수님께
더욱 자주 향하게 될 것입니다.
기도는 큰일이 생기거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다는
고정 관념이 깨질 때, 늘 기도하는 은총이 우리 안에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은총이 시작됩니다.
믿음이 자라는 신앙생활을 합시다.
스스로 정하여 놓은 신앙의 고정 관념들에서 벗어나
예수님을 새롭게 만나는 신앙인이 되는 길을 선택합시다.
“아무런 기적도 일으키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다.” 아멘.
(김재덕 베드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