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외관 모양이 매우 독특하다. 게 모양이다. 게는 이중섭의 서귀포 그림에 자주 나오는 소재다. 가난했던 그는 아이들과 바다에 나가 게와 조개를 잡아서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는 게들에게 미안해 넋을 달래듯 그림 속에 그려 넣었다. 게를 닮은 미술관은 1층 전시실과 2층 전시실 그리고 옥상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섭 화가의 작품들은 가나아트센터 대표 이호재씨가 서귀포시에 기증한 것으로 이중섭 원화 작품 8점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현대화가의 작품 52점 등 모두 60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1층 왼쪽에는 '상설전시실'이, 오른쪽에는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이중섭의 작품과 편지, 그에 관한 신문 기사 등을 전시한다. 시선을 끄는 것은 은지화다. 은지화는 담뱃갑 은박지에 송곳으로 그린 그림이다. 물감이나 붓을 살 돈이 없었던 이중섭이 자주 사용했던 기법이다. '게와 가족', '아이들', '물고기와 게와 아이들' 같은 작품이 은지화다. 그는 1년 만에 서귀포를 떠나 부산으로 갔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인과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계속해서 은지화를 그렸다. 자그마한 은박지에 세밀하게 그린 은지화는 그림에 대한 이중섭의 열정과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은지화 여섯 점이 나란히 걸려있다. 미술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그림이다. 아내 남덕과 주고받은 편지도 걸려있어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전해진다. 그가 생전에 쓰던 팔레트도 놓여있다. 2층은 기획전시실로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이 있다. 2층에서 내려오니 1층 전시관 입구 벽면에 황소 그림이 걸려있다. 생동감 넘치는 황소다. 이중섭은 천재 화가로 불린다. '황소'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소 그림은 통영에서 그린 작품이고 자연과 아이, 가족에 관한 그림은 서귀포에서 그린 작품이다. 짧은 1년여 시간이지만 가족과 함께 가장 행복한 시절을 서귀포에서 보냈다.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바닷가와 아이들' 등을 그렸다. 이중섭 미술관은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손 편지와 만화 등 그의 일상까지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이 많다. 작품이 그리 많이 전시되지 않았지만 쉬이 접할 수 없는 그의 유명한 작품을 만난 것은 제주여행의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