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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수) 총선 책임론?… 지지자 두 배 늘어난 한동훈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안 됐지만, 함께 일한 비상대책위원 및 당 사무처 직원들과 잇따라 식사를 하는 등 한동훈 전 위원장 스스로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데다 그를 향한 여권 대선주자들의 견제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여기에 한동훈 전 위원장 등판과 함께 구축된 팬덤은 오히려 총선 패배 이후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 높아지는 등판 가능성… '韓 팬덤' 백서 TF 때리기
5월 6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한동훈 전 위원장은 지난 5월 3일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당 사무처 당직자 등 20여 명과 시내 모처의 중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처음 같이 호흡을 했으니 종종 같이 보며 교류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 등 현안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패배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오찬은 거절했지만, 비대위원 및 당 사무처 직원 등 100여 일간 동고동락한 인사들과 결속을 다진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한동훈 전 위원장 입장에서 다음을 도모할 때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사람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동훈 전 위원장 행보에 더해 그의 지지층 행보도 총선 이후에 더 눈에 띈다.
특히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2020년 7월 개설돼 총선 전까지 1만8,000명이었던 카페 회원수는 오히려 선거 참패 후 이날까지 4만2,03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게시글과 댓글 흐름을 분석해보면, 여당 참패의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이나 친윤계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당내 '친한(친한동훈)·비윤(비윤석열)' 성향의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은 한동훈 전 위원장 전당대회 등판을 기대하며 '책임당원 가입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다.
몸집을 키운 이들은 '총선 책임론'이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집중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권 도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3일 시작된 국민의힘 총선 백서 TF의 패인 분석 설문조사가 이를 자극했다. 설문엔 한동훈 위원장의 주요 선거 전략인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이나 '한동훈 원톱 선거대책위원회 체제'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이 포함됐다.
한동훈 전 위원장 지지자들은 "패배 책임을 한동훈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속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동훈 1호 영입인재'인 박상수 전 인천서갑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설문이 평면적으로 '그저 이조심판론과 한동훈 원톱은 잘못된 전략이었다'는 결론이 나오게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는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조정훈 의원을 향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3일부터 이날까지 당원 게시판(당원만 접근 가능)에 게시된 글 중 조정훈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게시글은 최소 340개가 넘는다. 적잖은 게시글이 '배신자' '기회주의자' '간신배' 등 조 의원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담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며칠 새 공격성 문자를 몇백 통 단위로 받았다"며 "설문 질문에 특정인을 염두에 둔다는 개인적 의도는 들어가지도 않았고, 들어갈 방법도 없다"고 토로했다.
◆ 與 경쟁자들 '견제구'… 韓, 비대위 지켜볼 듯
한동훈 전 위원장을 향한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견제도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되레 키우고 있다. 이번에 당권을 잡게 되면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기 때문에 큰 실책만 없다면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당을 확실하게 장악해 2027년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 경쟁자들도 벌써부터 강한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4월 20일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한 정치검사,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며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맹폭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5월 3일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는 건 피했어야 하는 전략"이라고 비판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한동훈 전 위원장을 겨냥해 "보수에 들어온 용병"이라고 깎아 내렸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당분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상황 등을 살펴보며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의 뜨거운 감자가 된 '전당대회 룰(당대표 선거 시 당심 대 민심 비율)' 개정 여부도 그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심 비율'에 따라 타 후보들의 출마 여부도 달라지는 등 경쟁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동훈 전 위원장도 황우여 비대위의 행보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당권 도전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月 700만원 넘게 버는 고소득 가구 76%… “나는 중산층”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경제적 상(上)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의 3%가량에 불과해 통상적인 상층 기준(소득 상위 20%)과 큰 괴리가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적 상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85%가량은 스스로 중·하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상당수 중산층은 스스로 경제적 하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국제 통계 기준에 따른 객관적인 중산층 비율은 증가 추세다. 한국 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중산층 위기론’이 실제 중산층이 줄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고소득층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상층 대부분이 중산층이라고 생각
5월 6일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과 이창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객관적 의미의 중산층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 소득의 75~200%’를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는다. 중위 소득이란 전국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웠을 경우 정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처분 가능 소득(총소득에서 세금·이자·사회보험료 등을 뺀 것) 기준으로 ‘중위 소득 75~200%’ 인구 비율은 2011년 51.9%에서 2021년 57.8%로 10년 새 5.9%포인트 늘었다.
반면 KDI가 지난해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에 불과했다. 보통 ‘소득 상위 20%’를 상층으로 분류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층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자신을 중산층이나 하류층으로 본다는 것이다. 또한 월 소득이 700만원을 넘는 고소득 가구 중에서도 자신을 상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1.3%에 그쳤다. 76.4%는 중산층으로, 12.2%는 하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소득 상위 10% 혹은 자산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 중에서도 각각 71.1%, 78.4%가 자신을 여전히 중산층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며 “객관적 계층과 주관적 계층 의식 간의 괴리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KDI 설문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관적 계층 인식 비율은 상층 상(上) 0.7%, 상층 하(下) 2.3%, 중층 상 20.8%, 중층 하 49.6%, 하층 상 17.3%, 하층 하 9.3%로 나타났다. 상층은 매우 적고, 중간층이 많지만 아래쪽으로 치우친 전형적인 호리병 구조인 셈이다.
◆ ”중산층 위기론, 실제는 상층 문제일 수 있어”
연구진은 ‘중산층 위기론’이 실제로는 상층이면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소득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5분위(상위 20%)의 전체 소득에서 점유율은 지난 10년(2011~2021년) 사이 4.3%포인트(44.3→40%) 감소했다. 반면 1~4분위는 모두 점유율이 상승했다. 5분위 중에서도 소득 상위 10%의 점유율이 크게 줄었다. 연구진은 한국 특성을 반영해 사회경제 계층을 상층, 심리적 비(非)상층, 핵심 중산층, 취약 중산층, 하층 등 5개로 분류했다.
이 중 고소득층이면서 스스로는 상층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심리적 비상층’은 고학력·고소득자 비율이 상층보다도 높고, 관리직·전문직 비율과 자가 보유 비율도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소득 점유율이 떨어지는) 경제적 지위 하락을 경험한 소득 상위층 가운데 스스로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중산층 위기를 말할 개연성이 크다”며 “이들은 매우 강력한 사회적 발언권이나 문화 권력을 지닌 그룹”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느 그룹을 중산층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심리적 비상층의 견해가 중산층의 사회적 니즈(요구)로 과대 포장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與 원내대표… '이종배·추경호·송석준' 3파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가 당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누가 원내대표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국회 운영은 물론 당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다양한 상황적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어떤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 쉽사리 예단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5월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9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은 이종배(충북 충주·4선) 의원, 추경호(대구 달성군·3선), 송석준(경기 이천·3선) 의원(기호순) 등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5월 8일 오후 후보자 정견 발표회를 연 뒤, 9일 투표를 통해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에 입성한 자당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다. 각 의원들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데다,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들도 엇갈리는 만큼 정치권에선 원내대표 경선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로 꼽기도 한다. 이번 경선에 나선 후보 3인 역시 서로 다른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벌써부터 당내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출신지별로 후보들 간의 차이가 명확하다. 수치상으로는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둔 추경호 의원이 국민의힘 당선인 108명 중 절반이 넘는 59명을 배출한 영남권(TK·PK) 당선인을 등에 업은 모양새인 만큼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권성동(강원) 의원을 제외하고 윤재옥·주호영 의원 등 영남권 인사에게 원내대표를 맡겼던 바 있는 만큼 추 의원의 강세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수도권의 민심을 반영한 후보를 원내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의 민심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만큼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후보를 내세워야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가장 적합한 후보는 경기 이천에서만 3선에 성공한 송석준 의원이다. 송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선거 전반에 영향을 끼친 만큼 당내에선 수도권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송 의원 역시 출마 접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수도권에서 강풍처럼 몰아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제대로 받드는 역할을 당 지도부에서 해줘야 한다"며 수도권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충북 충주에서 4선 고지에 오른 이종배 의원은 중도층 흡수와 기존의 수직적 당정관계 해법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아울러 후보자들 중 가장 높은 4선의 경험을 앞세워 현명한 협상력을 강점으로 내걸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 의원은 출마 입장문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 야당에 맞서 결국엔 이기는 현명한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세 후보 모두 모두 행정고시를 패스한 관료 출신이다. 이 의원은 행정안전부 2차관, 송 의원은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냈고 추 의원은 국무조정실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에 이번 원내대표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과제인 협상력 측면에선 '부드러움'을 앞세운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총선 후 한 발 물러선 '찐윤'들의 공백을 원내대표가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점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친윤 핵심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당정 간 소통 역할을 하되, 수직적 당정관계를 거부하는 일부 의원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에 대해 확연한 입장이 드러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시되는 능력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민생 정책 개발 등이 꼽힌다.
아울러 새로운 원 구성 협상에 대한 시각 역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새로 선출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92석(22대 국회)에 이르는 거대 의석을 앞세워 이미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통상 원내 2당과 여당이 각각 가져가는 자리다. 이에 새 원내대표가 어떤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느냐가 원내에 입성한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만큼 어떤 상임위원장 자리를 어떻게 협상해서 가져오겠다는 비전 역시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오는 6~7월 중으로 치러질 것이 유력한 전당대회와 관련한 사안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새 원내대표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규칙을 개정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당대표 선출에 일반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두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는 마음대로 하겠다는 야당과 싸워야 하면서 당내 불만들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라며 "이미 한 차례 판이 흔들린 상황에서 원내대표 자리가 당권과도 연결되면서 어떤 분이 올라오게 될지 쉽게 예측을 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얘기를 하고 어떤 행동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뒤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 앞세운 민정수석 부활… 폐지 번복은 부담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대통령실의 민심 청취 기능이 약했다는 판단에 따라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자신이 직접 폐지한 조직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 수석에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보다는 효능성을 중시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서 사정 기관 장악을 포함한 역대 정권에서 드러난 부작용을 직접 목격했다. 정치 입문 때부터 폐지를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의 발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사실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민정수석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과거 민정수석의 역할은 민심 청취보다는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총괄·지휘하는 역할이 부각됐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이 '왕수석'으로 불리며 지나치게 과도한 권한을 휘두른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실제로 역대 민정수석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민정수석을 지낸 인물이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 등 '실세 중의 실세'가 포진해 있다. 공교롭게 윤석열 대통령은 직전 두 정부의 민정수석과 악연이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불법사찰 수사를 지휘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자 '살아있는 권력'을 정조준한 사람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러나 4·10 총선 패배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대통령실이 국민 정서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민정(民情)은 문자 그대로 '백성의 뜻·마음'을 살핀다는 의미다. 이를 담당하던 수석실을 폐지한 이후 날 것 그대로의 현장 민심을 수집·보고하는 기능이 약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4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할 때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부활한 사례를 언급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민심 청취를 부활의 명분으로 내건 만큼 신설될 민정수석실은 과거와 달리 사정 기능보다 민심 청취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라고 부활 이유를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도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산하에는 민정비서관실이 신설되고, 현재 비서실장 직속인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관된다. 민심 청취라는 취지에 걸맞게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사정 기능을 담당하던 반부패비서관실은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은 민심 수렴을 위해서라면 굳이 검찰 출신을 임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사정기관을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검찰 출신을 발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사법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탄 수석'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이런 주장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법무부로 넘긴 공직자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은 민정수석실로 환원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창설하고, 민정수석실이 맡아온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향후 인사 검증 기능의 민정수석실 이관과 친인척 관리 기능 수행 여부에 대해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뜻이 중요할 것"이라며 "신임 민정수석이 그런 걸 협의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정수석실 신설로 대통령실은 기존 3실장(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6수석(정무·홍보·시민사회·경제·사회·과학기술) 체제에서 3실장·7수석으로 확대됐다. 이는 전 정권의 3실장·8수석 수준으로 몸집이 불어난 것이다. 정권 출범 당시 '슬림한 대통령실'을 표방하며 2실장·5수석 체제로 시작했던 머릿속 구상이 실제 운용 결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체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