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고라에 처음 글 올려봅니다.
예전에 고보협에 살짝 소개했었던 북경 길고양이 아파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7년가까이 북경에서 살고 있구요.
외로운 유학생활 어쩌다 나에게 맡겨진 고양이와 정들어 지금은 나도 모르게 길에서 굴러가는 봉다리만 봐도 길냥이 아닌가 하고 다시 보게 되었네요. 물론 고양이외에도 동물, 식물, 사람 다 좋아합니다.
다만 한국의 길냥이들은 특히나 미움도 많이 받고 캣맘들이 활동하기엔 너무 힘든 환경이라 더욱더 마음이 쓰입니다. 제가 중국에서 몇년동안 몇몇동네에서 길냥이 밥을 줬지만 칭찬받은 적은 있어도 욕먹어 본 적은 없었거든요. 한국에서 캣맘, 캣대디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올 여름 조용한 아파트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곳에서도 산책할때마다 두리번두리번 하다 고양이들을 발견했습니다. 올레~
신나서 길냥이들이랑 놀고 있는데 캔하나를 가져와서 먹이는 초딩들 발견.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이 동네 장할머니가 스무마리넘는 고양이들 밥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애들이 알려준 장소를 찾아가보니.. (울 집 떵고양이 데리고)
산책로 구석에 자리잡은 길냥이들을 위한 식당과 아파트급의 숙소.
와..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5분쯤 떨어져 있는 5동앞에도 있다는 얘기에 냉큼 가봤죠.
꺄오~ 여기는 길냥이 놀이터도 있었습니다.
자다가 부스스 일어난 순둥이.
너무너무 착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파이파이였던가? (흰 고양이가 많아 이름이 헷갈리네요.)
며칠뒤엔가 드디어 장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매일 오후 4시반이면 사료와 캔과 물통을 들고 길냥이 밥순례를 다니십니다.
길냥이아파트 두곳 이외에도 무리와 어울리지 못해 따로 다니는 애들까지 밥자리 정해놓고 어김없이 사료듬뿍과 한마리당 캔 한숟갈씩 골고루 나눠줍니다. (할머니 배웅해주는 울 동네 깔끔쟁이 나이니유)
오후 3시넘으면 벌써 할머니가 사시는 5동앞에 애덜이 죽치고 앉아 기다립니다.
동네 사람들도 다 알아 그때쯤 애기들 데리고 사진찍으러 오기도 하고 하교길에 들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할머니가 나타나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발발발 냥이들이 몰려옵니다.
방학때는 늘 꼬마들이 할머니를 거들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애나 어른이나 정말 다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애들도 어찌나 착한지..
이렇게 엄마가 아이들 데려와서 같이 밥도 줍니다.
할머니를 돕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서양인 한분은 냥이들 병원데려갈때 운전해 주신답니다.
저는 우리집과 가까운 이쪽 물담당을 맡았었는데 부끄럽게도 얼마 못가 포기했습니다. 바로 집앞인데도 내 일이 있다보니 쉬운일이 아니더라구요. 아.. 정말 반성..
길냥이 천국같은 이곳도 처음엔 주민들 반대가 좀 있었답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관리하는 20여마리 길냥이들 깨끗하고 병원도 다니고 잡히는 모든 애들은 중성화수술 해주었고 꾸준히 주민들을 설득했답니다. 지금은 고양이 아파트가 잘 자리를 잡아 이렇게 훈훈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도 관리소 앞에 사료그릇놓고 애들 먹입니다.
사실 매우 자연스런 일입니다.
배고픈 동물들.. 이땅에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생명을 무슨 더러운 해충정도로 보는 시선보다는 일단 먹이고 싶은 측은지심이 사람의 본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길냥이 문제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안좋아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문제, 이 도시에서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 것인가 하는 가치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길냥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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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네요.
북경 길고양이 아파트 2편 (최근 근황) 3편 (길냥이들 사연)도 올렸습니다.
함께 봐주세요.
고맙습니다.
첫댓글 천국...
보기좋다ㅠㅠㅠㅠㅠ 울동네는 길고양이 밥주지말라고 안내문 붙어있어ㅜㅜ..
정말 보기 좋아보인다..
헐 ㅠㅜ진짜좋다
역시 중성화가 답인듯... 저렇게 누가 책임지고 중성화시키지 않는이상 보통 아파트들은 내쫓을수밖에 없는듯ㅠ
ㅠㅠ 천국이네
진짜 평화롭고 좋다....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하ㅜ부러워,,한국언제쯤 저런인식생기냐
진짜 평화롭고 행복하다 ㅠㅠ.. 저런 환경 마련 못해줘서 우리 단지 애들한테 미안하다.. 이제 또 사료에 벌레 끼는 날씨 될텐데..
애기가 밥주는 사진 진짜 평화로워보여 ㅋㅋㅋㅋ 저 동네는 흰둥이들이 많네 우리동네는 고등어냥이들이 많은데 ㅋㅋㅋㅋ
내 꿈이야 고양이보호소 세워서 애들 관리하는거ㅠㅠ
중국 길냥이들은 한국 길냥이들처럼 겁먹고 도망안가 되게 유유자적해 다 사람 탓이지 뭐
아후 눈물난다 ㅠㅠ
와 사진만봐도 행복하다....
부럽다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젊은애들도 고양이 소리 싫다고 죽이고 싶다하던데 ..에휴..
따뜻하다..
아파트도 잔짜 좋다
나 중국에서 다니던 학교도 사람들이 길냥이들한테 맨날 밥주고 건물들어와서 있게해주고 그랬었는데..
하... 진짜 한국은... 미개하다 미개해...
너무 좋다 ~ ㅠㅠ
한국 ㅅㅂ...진짜 살기싫다
지보다 약한 생명체 학대하고;;
진짜 한국 너무 싫다
도대체 정상인게 뭐냐고
저거 보면서 울컥함 저런 세상 오긴 올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