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과실 중첩돼 참사”… 김광호 등 23명 檢송치, ‘윗선’엔 무혐의
[이태원 참사 수사]
특수본, 73일간 수사결과 발표… “예방적 조치-대응조치 모두 안해”
이임재-박희영 등 6명 구속 송치… 이상민-윤희근-오세훈은 무혐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출범 후 73일 동안 수사한 끝에 2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500명 이상 투입된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부실 대응 혐의가 있는 6명을 구속해 검찰로 넘겼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경찰청 등 이른바 ‘윗선’ 관계자들에 대해선 모두 무혐의로 판단해 수사가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73일 동안 수사해 6명 구속 송치
특수본은 13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찰, 용산구,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재난안전법상 재난 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 소속 2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에선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등 2명이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 송치됐다. 용산구에선 박희영 구청장과 최원준 안전재난과장이 구속 송치됐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재난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각 기관의 과실이 중첩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한 것”이라며 “재난안전 예방 및 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김광호 서울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특수본은 김 청장을 구속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용산서에 비해 서울청은 ‘현장 밀착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수차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던 김 청장은 사퇴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상민 오세훈 윤희근은 ‘무혐의’
특수본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태원 참사 관련 상급기관 책임자들을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이태원 참사는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골목’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했고 광범위한 재난이 아니기 때문에 행안부와 서울시의 책임은 없다고 본 것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와 행안부 및 서울시 직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서울경찰청과 용산구를 이태원 참사 책임의 최종 ‘윗선’으로 판단한 셈이다.
윤 청장 역시 자치경찰 사무를 직접 지휘할 수 없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2021년 7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후 많은 사람이 운집하는 행사의 안전관리는 자치경찰 업무가 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다중운집 행사는 관련법상 서울청장이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아 관장하게 돼 있다”며 “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관련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은 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이 장관이 고발된 사건에 대해 ‘수사 불개시’를 통보한 만큼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청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몫으로 남게 됐다.
특수본은 해산하지만 경찰은 남은 의혹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소방청의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해밀톤호텔 이모 대표의 업무상횡령 혐의 등에 대해선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수사를 맡아 계속 진행한다.
김기윤 기자, 전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