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9재를 지내는가?

왜 49재를 지내는가?   49재를 왜 지내는지를 알려면 죽은 뒤 우리가 갈 길에 대해 대략이나마 알아야 한다. 죽은 뒤의 일을 제대로 알려면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이 있어야겠지만, 표준적인 길을 아는 데는 인류가 발견한 과학과 사상의 힘도 유효하다.   불자들이 49재를 지내는 의미를 좀 더 분명하게 알도록 하기 위해서 조금은 딱딱한 이야기를 하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역사는 약 50억 년이라고 한다. 50억 년 전 지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우주 공간에 태어났을까?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나 천주교에서는 바이블의 기록에 따라 여호와 하나님이 만들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보통 사람의 인식과 증거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므로 초기 불교 경전에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이 보이지 않으나, 후대의 논서에는 자연법이自然法爾의 법칙을 따라 홀연히 생겨났다고 말한다.   현대의 자연 과학에서는 수소와 헬륨의 혼합 기체 덩어리인 태양의 내부 구조적 모순에 의한 폭발 때 떨어져 나온 기체 덩어리가 우주 공간의 수증기 등 부유물을 빨아들여 식으면서 굳은 것이라고 한다. 어느 설을 따르든지 처음엔 사람 등 생물이 없었다는 것을 다 긍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50억 년이 지난 지금 지구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현재 전 세계 인구는 60억을 헤아리고 있으며, 수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 그리고 건물과 구조물 등이 생겨났다. 사람의 평균 몸무게를 50킬로그램이라고 가정했을 때 처음보다 50×60억=3,000억 킬로그램이 늘어났으며, 다른 식물과 동물, 건물 등의 무게를 생각하면 헤아리기 힘든 천문학적인 양의 무게가 늘어났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많은 것들이 존재하게 된 지금 지구의 무게와 맨 처음 지구의 무게 사이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구의 무게가 늘었을까 줄었을까? 늘어났다면 과연 얼마나 늘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구의 무게에는 변화가 없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무게가 같다는 말이다.   지구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과학자들의 몫이지만, 쉽게 무게 변화가 없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지구의 공전궤도와 공전주기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다. 엄청난 양의 무게 변화가 있었다면 공전의 궤도와 주기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따라서 옛날과 지금의 궤도와 주기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측한 바에 의하면 지구의 공전궤도와 주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의 무게 또한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안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존재들이 천문학적인 무게를 가지고 새롭게 존재하고 있는데도 지구의 무게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지구 안에서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에서 나서 죽는다는 말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과 식물들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분석해 보면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등의 수많은 원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다고 한다. 이들 원소는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들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 안에서 나서 지구 속으로 사라지는 존재들의 변화 모습을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본 원소들은 식물의 뿌리나 광합성 작용을 통해 흡수되어 식물을 구성하고, 이 식물은 채식동물의 먹이가 되며, 다시 채식동물은 사람을 비롯한 육식동물이 잡아먹고, 육식동물이 죽으면 미생물에 의해 원소로 분해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이렇게 원소로 출발해 다시 원소가 되는 과정을 흔히 생태계의 순환이라고 부른다. 순환을 불교에서는 윤회라고 하는데, 순환이든 윤회든 돌고 돈다는 의미 외에 다른 것은 아니다.   원소가 미생물이 되고, 미생물이 식물이 되며, 식물이 채식동물로, 채식동물이 육식동물로, 육식동물이 사람으로, 사람이 미생물로, 미생물이 원소로 되는 이 싸이클에서 앞의 과정은 전생이요, 뒤의 과정은 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윤회 과정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사람의 존재 형태는 태어나는 순간 생유生有, 살아 있는 존재인 본유本有, 죽음의 순간인 사유死有, 죽은 뒤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의 존재인 중유中有의 네 가지로 나눈다.   이 중에서 중유의 상태를 중음신中陰身이라고 하며, 흔히 귀신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바로 중유이다. 이 중유의 상태에서 보통 7일 단위로 새로운 삶의 형태로 태어나게 되는데, 늦어도 49일째 되는 날에는 모두 다 새 몸을 받게 되므로 49재를 지내 불보살님의 위신력을 빌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왕 태어날 존재이면 괴로움이 적고 즐거움이 많은 세상에 태어나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즉 중음신의 상태에 있는 영가가 불보살의 가피를 입어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생에 남아 있는 친속들이 정성으로 49일 동안 재를 모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