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이 글은 한겨레신문 5월 10일(목)자 31쪽에 있는 고정 칼럼난인 [유레카]에 백기철님이 "잊혀질 권리"라는 제목으로 쓰신 칼럼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백기철의 [유레카]
잊혀질 권리
백기철(한겨레신문 논설위원)
4·11 총선을 거치며 많은 정치인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었을 것 같다. 나꼼수의 김용민씨, 하태경 새누리당 당선자 등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8년 전의 막말 동영상이 문제가 됐고, 하 당선자는 7년 전 대학 동문 카페에 올렸던 ‘일제시대 노인의 99%는 친일’이라는
댓글이 문제가 됐다. 비단 정치인뿐이랴. 얼마 전 출판사에 취업한 뒤 트위터 글 때문에 해고당한 이의 사연도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정치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을 관리해주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고 한다. 100여곳이 성업했고, 2~3개월 동안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4천만~5천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여야
정치인이 수두룩하다는 전언이다.
온라인상에서 누군가를 꾸며주는 업태가 성업중이라면, 이제는 국내에서도 온라인상의 과거 흔적을 지워주는 업태가
생겨날 전망이다. 미국에선 세상을 떠난 이의 인터넷 흔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가 등장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서구에선 온라인상의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올해 초 유럽연합과 미국에선 각각 정부 차원의 법률안이
제시됐다.
온라인에서 잊혀질 권리를 비즈니스화하는 데는 복잡한 법적·윤리적 쟁점들이 뒤따른다고 한다. 포털 등의 경우
로그인하면 자신이 올린 글은 직접 삭제할 수 있지만, 댓글에 대해선 뚜렷한 기준이 없다. 대행업체로 하여금 검색 엔진을 사용해 일괄적으로
삭제하도록 할 수 있는데, 위임 절차 등 복잡한 문제들이 뒤따른다.
구글은 내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세상이다. 나중에 흔적을 지우려 돌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으려면
애초부터 조심조심 온라인 라이프를 꾸리는 게 상책이다.
첫댓글 나중에 흔적을 지우려 돌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으려면 애초부터 조심조심 온라인 라이프를 꾸리는 게 상책이라는 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될 듯 싶네요. 짧지만 삶의 지혜를 일깨우는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