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꽃이 부지런히 향기를 나르는 날에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담양과 임실이다. 굳이 딱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방향을 그쪽으로 잡았다.
담양에 도착할 즈음
여행을 할 때에는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 즐기는 것이 묘미라는 한 친구의 말에 모두 동의를 한다. 떡갈비를 검색하여 그중에 리뷰가 많이 달리고 평이 좋은 곳으로 갔다. 메뉴판을 보더니, 32,000원의 비싼 떡갈비를 고른다. 난 25,000원도 충분히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마음뿐 한번쯤은 입이 호사를 누리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의견에 동조한다. 여러 가지 반찬이 나온다. 너도 나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요즘 추세라며 나온 메뉴에 흡족해한다.
부른 배를 움켜쥐고 죽녹원에 들어선다. 푸른 대나무잎이 싱그럽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가 노래한다. 재잘거리는 친구들의 말소리에 화음을 맞추듯이 잘도 어울린다. 한 바퀴 돌고 죽녹원전망대에 앉아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시킨다. "아직 배도 꺼지지 않았는데 무슨 아이스크림이냐"고 하자, 댓잎을 가미한 아이스크림은 소화제라며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산품이란다. 그러면서 천진한 웃음을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쉼 없이 재잘거리는 친구들의 유쾌한 웃음소리에 여행의 향기가 묻어난다.
장류 단지에 들러 구경을 하려 했으나 토요일인데도 건물마다 문이 닫혀있다. 잘 꾸며진 화단에는 언제 심었는지 모를 꽃들이 비비틀어져 죽어가고 있었다. 이 모두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한다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진다. 씁쓸한 마음으로 강천산을 향해 간다.
십 수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간 강천산이다. 비포장도로는 포장도로보다도 깨끗했고, 시설도 훌륭하다. 곳곳에 전기를 이용하여 불빛이 호화롭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답게 시설뿐 아니라 환경도 좋다. 잘 다듬어 놓은 길을 걷는다. 숲 속의 계곡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과 경천사에서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꿈길을 거니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일찍일어나 메타세콰이아 길을 걷는 기분은 색다르다, 여행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낀 산책이었다. 섬진강댐은, 61년 8월에 시작하여 65년 12월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이다. 지금은 수위가 높아 구댐을 볼 수는 없지만, 수위가 낮어지면 1928년도에 막은 둑이 보인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대구에서 온 부부를 보았다. 사진을 찍어주며 얘기를 하다 보니 옛날 친구처럼 기분이 좋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좋다. 서로의 생각을 공감할 수 있다면 정치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처럼 좋으련만,.....
댐에서 내려와 아까 카페사장님이 알려준 국사봉전망대와 붕어섬을 향하여 간다. 가는 길이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코스다. 옥정호가운데 있는 이 붕어섬은 2017년부터 임실군에서 매입 운영한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안내원이 알려주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는 무료셔틀버스가 운행 중이다. 여러 곳의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온 셔틀버스다. 사람이 많아 길이 복잡하다. 갈 때는 목적지를 잘 확인하고, 타고 온 버스를 타야 제자리로 갈 수 있다는 멘트를 기사분이 한다.
다리의 길이는 420m 폭은 1.5m다. 양쪽으로 사람들이 가고 오기 때문에 비좁은 느낌이다. 다리를 건너자 미로처럼 이곳저곳의 능선을 타고 꽃길이 이어져 있다. 사람들이 쓴 양산과 화려한 옷색이 섞여 꽃보다 더 화려하게 보인다.
옥정호 가운데
금붕어를 닮은 붕어섬.
그곳에는
황금붕어가 알을 낳듯이
꽃이 꽃을 품고
미풍은 향기를 부지런히 나른다.
미로처럼 난 꽃길.
이곳저곳 모두가 웃는 작약이요
온갖 꽃들이 웃음 띤 표정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과 눈길 마주하며 미소로 반겨주고 있다
아, 꽃이 꽃을 안고
사람이 꽃을 품으니
그 향기는 천리를 가고, 옥정호의
황금붕어는 꼬리를 흔들며,
세상을 누비는 도다.
흔들 다리는
신이 나 흔들흔들 춤추고
그 위를 걷는 아낙네 엉덩이 절로 흔들며 낙원을 걷는다
이 좋은 날에 그냥 갈 순 없잖아
버스킹을 지나치지 못하고
슬며시 일행에 합류하여
잠시 숨겨둔 끼를 끄집어낸다
음악이 흐르고
마음도 몸도 음악 따라 마구 흔든다
지구가 흔들린다
옥정호가 물결친다
너도 웃고 나도 웃는다
이렇게 우리는 1박 2일의 여행을 마치고 귀가를 한다. 가슴은 뿌듯하고, 마음은 풍요롭고 넉넉하다.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귀를 간지럽힌다.
너희들이 있어 여행을 하며, 말년에 젊음이 웃는다. 싱그럽게 피어오르던 연둣빛 성장도, 짙어지는 녹음에 늘어나던 가지도, 어느덧 붉어지는 옷으로 갈아입고 물들어 가는 시절을 지나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시절이 된 우리. 그래, 나무도 사람도 계절이 가고 시절이 가면 조용히 눈 비를 맞으며 내실을 키우는 거야. 가진 것 모두 돌려주며 나무는 굵기를 키우고 사람은 내가 서 있는 위치를 키우는 거야.
그래 바로 그거야.
우린, 삭정이가 아니 되고
고사목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