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공대생 (에세이)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의 기술』
공대상상 예비 서울공대생을 위한 서울대 공대 이야기 Vol. 28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11
글: 배선열, 전기정보공학부
1/ 편집: 유윤아, 기계항공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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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에 떠나는 가족여행, 학교에서 떠나는 수학여행, 친구들과 가볍게 즐기는 우정 여행 등 우리는 살면서 많은 여행의 기회를 접합니다. 특히 세계화가 가속되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더욱더 먼 곳까지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언제부턴가 여행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혹은 누려야 하는 최고의 포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가고 싶어서 가기보다는,
가야 해서 가는 것으로 일상화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욕망이 여행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가끔은 기대했던 여행과 실제 여행 사이의 괴리를 느끼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온 뒤 만족감과 함께 허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행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꼭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곳에서 그 목적을 이룰 수는 없을까요?
타국의 문화를
박물관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VR기기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말이죠.
이와 같은 여행에 대한 다양한 물음과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여행의 기술』 입니다.
이 책은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여행의 기술』을 통해 여행의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여행을 떠나야 하는지,
말 그대로 ‘여행의 기술’을 가르쳐 줍니다.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이라는 여행의 5가지 카테고리에 상응하는 일련의 에세이들은 바다 풍경에서부터 공항의 비행기 이륙에 이르기까지 여행의 모든 것에서 찾아낼 수 있는 가치를 독자들에게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특이한 점은 각 주제별로 여행 장소와 그와 관련된 안내자를 설정하여,
저자 본인과 안내자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책의 도입부에서는 여행에서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여행으로부터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고,
여행의 기대에 실려 있는 욕망을 분석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 1장 ‘출발’에서 위스망스(J.-K.
Huysmans)의 소설 『거꾸로』의 주인공 데제생트 공작을 안내자로 설정하는데요,
혼자 사는 데제생트는 런던 여행을 계획했다가 구태여 힘들게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평생 집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일전에 네덜란드를 방문한 그는 상상과 다른 현실에 크게 실망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박물관에서 네덜란드의 이미지를 보았을 때가 네덜란드에 더 깊이 들어가 있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알랭 드 보통도 이와 유사하게 자신이 친구와 함께 바베이도스로 여행을 떠났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여행에 대한 기대에 상반되는 실망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고는 두 번 다시 여행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후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제대로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치부해버린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호기심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주변부터 탐험해 보라고 우리의 옆구리를 찌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저는 『여행의 기술』을 읽으며 마치 여행 가이드북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분명 여행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책을 읽는 내내 세계의 다양한 장소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며 작가의 말에 더욱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공상 독자 여러분도 예술과 철학을 넘나드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인지 깨닫는 것은 물론,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