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후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나갔다.
2019. 4. 5. ~ 4. 12.까지 벚꽃축제를 알리는 프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잠실 석촌호수의 밤을 수놓을 현란한 전광장치를 설치하는 기술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가랑잎을 쓸어내는 청소업자들도 빗질을 해서 큰 푸대에 담는다.
오늘은 수요일인데도 상춘객이 부쩍 늘었으며, 외국사람도 제법 많이 오가면서 피기 시작한 벚꽃에 시선을 맞추고는 사진을 찍는다.
오가는 사람이 많다. 비척거리는 신체장애자도 있고, 보행기에 탄 어린아이도 있고, 앙징맞게 걷는 아이도 있고, 젊은이, 중년, 노인들도 넘쳐나기 시작했다.
조금은 아쉽게도 봄바람이 몽니를 부리고 있었다.
꽃샘추위가 몽니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는 호수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서호(西湖) 쉼터에는 운동기구로 몸을 푸는 사람들도 무지하게 많았다.
또 돌벤치 위에서는 바둑 장기를 두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다.
오랫만에 高手 한 분을 보았다. 정말로 장기를 즐긴다.
상대방은 절절 매다가는 번번히 졌다.
나는 오랫만에 빙그레 웃었다.
두어 판 구경하는 것조차도 즐거웠고, 高手의 장기 묘수를 더 느꼈다.
1.
어떤 문구를 보았다.
'목리부리는 사람'
- 목리(木履) : 나막신
- 목리(木理) : 나무겻결. 연륜(年輪)
목리, 몽니의 발음이 엇비슷한가?
몽니 :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
※ 몽니 부리다, 몽니 피우다가 맞을 것이다.
'몽니'라는 용어에서 생각이 나는 정치인이 있다.
충남 부여 출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 제2인자이면서도 1963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에 나갔고,
1998년 자민련 중앙위원회 (국무총리 시절) 때에는 '몽니'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 몽니 부리는 거야. 우리도 성질 있으니까.'
2018. 6. 24.에 죽었는데도 그가 한 말 '몽니'는 오래토록 남겠다.
'몽니' 부리는 사람, '몽니' 피우는 사람도 할 말은 있을 게다.
힘이 있을 때에나 해당되지, 나처럼 주눅이 든 사람한테는 그저 고개를 틀어 외면이나 해야 한다.
어떤 문구를 보았다.
'가모보다 더 큰 얼굴을 보면서'
가모가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국어사전을 펼쳤다.
가모(嘉謀) : 임그에 아뢰는 좋은 계책
가모(假冒) : 남의 이름을 제 이름인 양 거짓으로 꾸밈
가모(嫁母) : 아버지 사후 타인에게 재가한 친모
가모(家母) : 1) 한 집안의 주부
2) 자기 어머니를 높혀 부름
가모(假母) : 핏줄이 다른 어머니
중국글자말이다. 이 가운데 어떤 가모일까?
이래서 나는 한자말이 싫다. 괄호( )안에 한자를 넣으면 그나마 좋을 터.
위에서 고른다면 가모(家母)을 뜻할까? 아내, 어머니 가운데 누구?
가모(家母)에 대하여 가부(家父)를 찾으니 내가 지닌 사전에는 없다.
가부(家夫) : 1) 부인이 남에게 자시 남편을 이르는 말
2)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을 이르는 말
가부(可否) : 예 투표할 때 찬성, 반대
가부(跏趺) : 좌선할 때 앉는 방법의 하나
가부(家鳧) : 오리과의 가금
가부(家婦) : 내 사전에는 없다.
이하 생략.
위 단어 가운데 처음 보는 단어도 여러 개이다.
그냥 쉬운 말로 된 詩 쓰면 안 되나 싶다.
내가 이런 글 쓰면 '몽니' 피우는 것일까?
한자말 모르는 사람의 슬픔이기에.
1.
오늘 오전에 큰딸은 미국으로 출장 떠났다.
회사 사장님과 함께 동행했고, 미국에서 통역할 예정이다.
2주일 정도 체류하면서 통역업무도 수행하고, 이따금 관광도 했으면 싶다.
나는 벙어리.
영어에서 손을 뗀 지도 벌써 20년이 넘기에 이제는 우리말, 우리글이나 제대로 했으면 싶다.
게으른 농사꾼이 서울 올라와 국어사전이나 펼친다.
이제서야 글말 배워서 무엇하게?
화려한 글말보다는 자연과 생활에서 얻는 글감이 제대로나 끄적이었으면 싶다.
2019. 4. 3.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