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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간의 그늘에서: 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제인 구달 지음, 최재천, 이상임 옮김
1872년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동물의 얼굴표정 사진과 인간의 사진을 사용했다. 그의 목적은 인간과 동물의 얼굴표정 사진을 비교해가며 인간과 동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표현이 매우 유사하며, 이는 인간과 동물이, 특히 원숭이들이 인간과 매우 동일한 진화적 기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데에 있었다. 이미 '인간의 유래'에서 인간과 원숭이의 형태학적 유사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는 다윈으로서는, 감정이라는 정신의 영역 역시 진화의 산물임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인 1971년, 제인 구달이라는 한 여성과학자는 침팬지 사회를 찍은 내셔날 지오그래픽의 훌륭한 사진들과 이에 대한 자신의 연구가 담긴 책 '인간의 그늘에서'를 출판한다. 그녀는 침팬지들의 행동을 예술적으로 담아낸 사진과 아프리카에 10여 년간 거주하면서 빽빽하게 기록한 자신의 관찰일기를 시적인 문장으로 바꾸어 동물행동학 분야의 고전을 완성해 낸 것이다. 한글로 출판된 본 책은 그 후 몇 차례 개정, 증보된 그녀의 책을 최재천 교수와 이상임이 4년간에 걸쳐 유려하게 번역해 낸 것이다.
언뜻 챔팬지들의 모습을 기록한 책일 뿐이라 생각될 수 있는 이 책은, 저명한 진화학자인 굴드가 이를 “20세기 학계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칭송했을 정도로 인간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구달의 연구는 생물학 역사상 처음으로 침팬지 개개인을 모습을 오랫동안 직접 관찰했을 뿐만 아니라, 침팬지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의 사회 내부로 깊숙하게 잠입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이었다. 이러한 서술을 통해 그녀는 침팬지 사회의 모습을 어느 누구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복원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다윈이 자신의 사진과 글을 통해 복원해낸 표정을 통해서 인간정신의 진화를 밝히고자 했던 것처럼, 구달 역시 동일한 방식을 사용해 복원해낸 침팬지 사회의 모습을 통해 인간사회의 진화를 밝히고자 했다. 침팬지는 생물학적으로 6백-8백만년 전 인류로부터 분화된 종으로 인간과의 진화적 관계가 가장 밀접한 종이라 할 수 있다. 구달은 이 종의 행동양식과 이 종이 지니고 있는 집단생활(사회)이 지닌 여러 모습들의 관찰을 통해 침팬지 사회가 지닌 모습을 자세하게 기술한 후, 이것을 인간사회가 지닌 모습을 비교해 나간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그녀는 인간의 사회 역시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육식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성생활과 육아를 통해 가족 생활을 하고, 행동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계를 지니고 있는 침팬지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며 구달은 인간의 사회와 침팬지 사회가 지니고 있는 진화적인 기반을 들춰내려 한다. 침팬지의 잔악한 면과 협동과 애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구달의 서술은 때때로 인간이 지닌 추악한 면을 들춰내는 것으로, 혹은 인간이 발전시키지 못한 침팬지들의 미덕을 칭송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굴드가 주장하듯, “침팬지는 그냥 침팬지”일 뿐, “이 챔팬지가 인간이 본받아야 할, 혹은 되찾아야 할 길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굴드의 지적처럼 구달은 무리하게 침팬지 사회로부터 규범적인 주장들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인류와 진화적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이 생물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음을 애석해 한다. 아마도 침팬지의 행동과 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녀의 침팬지에 대한 사랑은 깊어져만 갔고, 동등한 생물학적 존재로서 인간의 다른 생물종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으리라. 동물행동학의 고전으로 인간사회의 진화에 대한 조심스러운 주장과 침팬지 사회와 생명계 전체에 대한 애정으로 꽉 차 있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산업사회에서는 좀처럼 얻기 힘든 자연에 대한 경외와 놀라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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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84] 인간의 그늘에서(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1960년 26살의 제인 구달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DNA를 가진 종을 연구하기 위해 지금의 남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로 들어간다. 어렸을 적부터 동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녔던 그녀는 루이스 리키 박사의 추천과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아, 자연 상태 그대로의 침팬지 군락을 면밀하게 관찰하게 된다.
이러한 연구는 맹수, 독충, 열대병, 연구 대상인 침팬지들의 공격, 식량 조달의 어려움, 더위, 폭우 등 기후적• 환경적 어려움을 감수할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역사과학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가장 위대한 연구라 불린다.
연구 초반에는 침팬지들과 길들여지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들을 거친다. 끈질기게 침팬지를 쫒아다닌 결과 그들 군락은 차차 그녀를 수용하게 되고 점점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 그녀는 침팬지의 암•수 서열체계, 짝짓기와 모계육아, 형제•자매애, 우정, 감정표현, 도구 사용과 사냥.육식의 습성 등의 비밀을 벗겨내게 된다.
특히 육식과 도구 사용과 같은 획기적인 발견으로 학계에 그 성과를 인정 받아 행동학 박사학위도 받게 된다. 곰비에서의 10여 년의 연구와 20여 년의 연구를 더 추가하여 출판한 생태보고서가 바로 '인간의 그늘에서' 이다.
인간과 같은 선조의 뿌리를 가진 영장류 침팬지. 그들은 인간과 같은 유아기, 유년기, 사춘기, 어른 기간을 거쳐 죽음을 맞는다. 침팬지의 비밀을 한 겹씩 벗김으로써 인류는 비슷한 상황에서 그들이 보이는 것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면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폴로는 마이크의 격렬한 공격을 받고도, 또 바위에 긁힌 그녀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마이크를 쫓아갔고 마이크가 돌아볼 때까지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폴로는 마이크에게 다가가 불안해 하며 낮게 웅크렸고 그는 그녀의 머리를 몇 번 만져주었다. 폴로가 진정하자 마이크는 몸을 앞으로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안심시켰다. (p212)
이런 논쟁 거리를 제쳐두더라도, 사회적 놀이는 틀림없이 어린 침팬지가 다른 어린 침팬지들과 친해질 기회를 제공한다. 친구들 중 누가 나보다 힘이 더 세고, 누구네 엄마가 우리 엄마보다 서열이 높은지, 그래서 사소한 다툼이 생겼을 때 나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기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배운다. 또 내가 힘자랑을 하면 내 말을 고분고분 들어줄 친구는 누구인지 알게 된다. 즉 침팬지 사회의 복잡한 구조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p 260)
인간과는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는 야생 침팬지의 삶을 반추해보면 어느 순간도 목숨을 담보로 살지 않는 때가 없다. 그것을 이겨내고 강해져야만 살아낼 수 있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측은하다.
그들의 잦은 입맞춤과 포옹, 손 얹어주기는 그것을 통해 불안한 마음을 다시 위안을 얻고 힘을 내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도 같다. 그들은 인간과 같이 기쁨, 절망, 공포, 친밀, 우울감을 느끼며 각기 다른 품성을 지닌, 존중 받아야 마땅한 생명체임을 알게 된다.
20세기 초만 해도 200만 개체를 이루었던 침팬지는 전염병, 서식지 파괴, 식용이나 실험용 혹은 동물원 사육 등을 위한 불법 포획으로 현재 15만 개체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기본적 생존권마저 지켜지지 못한 환경에 놓인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두뇌를 가진 인간의 그늘에서 신음하며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인간의 그늘에서'를 통해 침팬지 뿐 아닌 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도덕적•윤리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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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인간의 그늘에서, 제인 구달
최재천 교수님의 유튜브를 보다가 제인 구달이라는 박사님을 알게 되었다. 그 분에 대해 알아보니 평생을 침팬지와 함께 살면서 그들을 연구한 학자 분이었다. 그 분이 쓴 책이 있다고 해서 이 책을 발견했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처음에는 침팬지가 뭐했는지 죽 늘어놓아서 잠깐 지루한 시기가 있었다. 읽는 것을 중단할까 생각했지만 뒤로 갈수록 침팬지가 어떤 식으로 가정을 이루고, 연대를 하는지 등 흥미로운 주제가 많아서 지루함 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제인 구달 학자님께서 침팬지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무엇을 관찰했는지에 대한 전기이자 에세이, 또는 보고서에 가깝다. 보고서라 하기에는 친근한 글이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학술적인 의미가 있는 글이다. 박사님이 책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일반적인 학자들의 접근 방식인 '실험'과 '논문'과는 괴리가 있기 때문에 학술 커뮤니티에서는 비난을 받았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인 내가 보기에는 자연에서 침팬지와 가까이 지내는 첫 시도를 헤서 이렇게 책으로써 그녀의 업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침팬지의 서열 문화
책에서 마이크가 서열 1위인 골리앗을 밀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수컷침팬지는 과시행동을 통해 자신의 서열을 높이고자 하는데 마이크는 도구를 이용하여, 그것도 인간이 가져온 깡통 박스를 이용해 크게 소리를 냄으로써 다른 수컷 침팬지들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서열 1위 수컷이라고 해서 뭐가 더 좋은 게 있을까 싶은데, 기본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먼저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냥을 해서 얻은 고기는 또 서열 1위가 차지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암컷 침팬지와 성관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독점적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암컷 침팬지는 거의 모든 수컷들과 성관계를 한다.) 내가 느끼기에는 월등하게 좋은 지위인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때의 수컷 침팬지들은 어른 침팬지들을 보면서 과시행동을 배우고, 나중에는 서열 1위를 탈환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그들의 문화라고 느껴진다.
또한 암컷들 사이에도 공식적인 서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강하고 높은 암컷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인 구달 박사님은 플로라는 암컷을 중심으로 그녀가 돌보는 어린 침팬지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그녀 자체도 관찰한다. 플로라는 암컷은 늙었음에도 수많은 수컷들을 그녀와 성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다른 암컷들도 플로에게 대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모든 암컷들을 다 관찰한 것은 아닐테지만 이런 모습들도 신기하게 볼 부분이다.
2. 침팬지의 발달 과정
앞서 말했듯이 박사님이 플로 가족을 관찰하였는데 플로 가족은
플로 - 페이븐(나이 많은 아들) - 피건(아들) - 피피(딸) - 플린트(어린 아들)로 구성되어있다.
나이가 있는 아들들은 보통 어머니에게 붙어다니기 보다는 사회활동을 하지만 피피와 플린트는 박사님이 관찰할 당시에 어려서 어머니와 함께 다녔다.
플린트가 태어났을 때 피피는 플린트를 조금이라도 만져보고 안기 위해 노력했고 어머니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나중에 시간이 흐를수록 피피가 플린트를 돌보는 일이 잦아졌고, 더 시간이 지나서는 플린트도 자랐기 때문에 피피는 플린트에게 신경을 덜 쓰기 시작했다.
플린트는 점점 커가면서 암컷 침팬지에게 성적으로 관심을 갖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자세한 침팬지의 커가는 과정은 부록에 자세하게 설명되어있다.
이들의 발달 과정은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이 보여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침팬지는 인간과 달리 아버지가 양육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수컷 침팬지들은 대부분 저들끼리만 모여있고 어머니는 가정을 이루면서 산다. 이런 것을 보면 침팬지 집단이 위험에 빠졌을 때 과연 수컷 침팬지들이 적극적으로 암컷을 보호할지 궁금했다. 어차피 새끼 침팬지들은 자신의 아버지도 모르고, 수컷 침팬지들도 자기 자식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해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3. 침팬지의 생식 생활
이어서 침팬지의 생식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암컷은 한 달에 열흘 정도 성관계를 한다. 발정기가 주기적으로 오고, 임신을 하면 한동안은 발정기가 오지 않다가 나중에 다시 시작된다.
또한 어머니가 모든 자식의 양육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모든 수컷들과 갖는 것도 상당히 신기한 부분이다. 어차피 자신이 양육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능력이 좋은 침팬지와 관계를 통해 자식을 낳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보통 내가 생각했던 동물들의 성관계는 서로 뛰어난 암컷수컷임을 드러내기 위해 과시하고 이를 통해 맺어지는 것 같았는데 침팬지 암컷은 대부분 성관계를 원하는 모든 수컷들을 거부하지 않는다.
여기서 제인 구달 박사님의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런 관계가 우리 인간 연애의 전신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침팬지가 서로에게 부드러움, 보호 본능, 포용, 영적 흥분 등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침팬지들은 대체로 서로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점이 인간과 그들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암수 침팬지 사이에는 서로의 마음은커녕 몸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인식이 없어 보인다. 암컷이 자신의 배우자 수컷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간단한 구애행동과 기껏해야 30초를 넘지 못하는 짝짓기, 그리고 가끔 그 이후의 털고르기 뿐이다. 그들에게는 우리들이 느끼는 사랑의 낭만, 신비, 무한한 기쁨이 없어 보인다.
어른들의 사회
이런게 다소 인간적인 시각일 수도 있지만, 인간이 감정을 소모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영화, 드라마, 만화만 봐도 인간은 감성이 풍부한 편이다.
4. 인간의 그늘에서
나는 왜 이 책의 제목이 <인간의 그늘에서>인지 궁금했다. 맨마지막 장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인간의 그늘에서]이다. 인간은 침팬지와 다른 방식으로 자아를 인식한다. 침팬지도 도구를 쓸 수 있고 복잡한 사회 구조와 의사소통 방법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과 다른 점을 알아갈수록 더 혼란스럽다. 그런 것을 인간의 그림자가 침팬지를 뒤덮는다고 표현하는 것도 같지만 아직도 명확히는 잘 모르겠다.
우리와 유전적으로 아주 유사한 침팬지라는 존재를 연구하는 수준에 온 인간은, 유전적으로 비슷한 다른 종의 삶을 자신과 비교함으로써 더 수많은 생각들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런 관점이 오히려 침팬지를 이해하는 것에 대해 더 어렵게 만드는 것도 같다.
어떤 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하나 명확한 것은 이런 우리와 비슷한 종이 인간에 의해 멸종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