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갈 때면 우리 가족은 007작전처럼 며칠 전부터 “내려간다.” “안 간다.”를 반복하며 바빠서 못 가는 척하고서 홍길동처럼 불쑥 집을 방문한답니다.
미리 간다고 연락 드리면 이것저것 온갖 음식 장만하시고, 집안 청소하시며 또 내려올 때까지 새벽까지 잠도 안 주무시고 기다리는 어머님 때문입니다.
얼마 전, 시골 고향집에 내려갔다가 어머님 말씀에 배꼽잡고 웃다가 그 속에 담겨진 진실들을 알게 되어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하루는 동네 아주머님께서 “광준 엄마는 전쟁나도 끄떡없것다. 봉다리 들고 바로 도망가면 되것네.” 하며 놀리셨답니다. 어머님은 옷가지들을 비닐봉투에 담아 꼭꼭 묶어서 쌓아 두시는 버릇이 있거든요.
댐이 있고 강을 끼고 있는 마을이라 태풍이 몰아치면, 인근 높은 마을이나 학교로 대피하셔야 했기에, 또 6.25전쟁 때문에 피난을 다니시다 보니 무슨 일이 생기며 바로 필요한 물건들을 들고 피신할 수 있도록 그렇게 비닐 봉투에 옷가지를 담으셨던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지저분해 보인다고 그냥 옷장에 걸어 두라고 하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또 식사 시간 때가 되면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려고 한사코 같이 식사하길 거부하십니다.
“나는 요리하면서 주워 먹어서 배부르다. 자리도 좁은데 얼렁 먼저 먹어라. 니들 먹고 나면 편하게 먹을 꺼다.” 하면서 옆에 앉아서 이것저것 자꾸 제 쪽으로 미시는 어머님. 그럼 전 일부러 반은 먹고 반은 남깁니다.
“어휴, 저는 이제 배불러서 못 먹겠어요.” 하며 상을 미루면 그제야 수저를 들고 남은 음식을 드시는 겁니다. 매번 같이 먹자고 하지만 한사코 뿌리치시는 어머님을 위해 제가 쓰는 방법입니다.
같이 밤새도록 얘기하다 잠드신 어머님. 부쩍 늘어난 주름과 갈수록 깊게 패어 그늘진 얼굴이 눈에 보입니다. 주무시다가도 절로 새어나오는 어머님의 신음소리를 듣다 보니 못난 자식의 마음은 더욱 아픕니다.
어머님 조금만 더 지켜봐 주세요. 멋지게 성공해서 우리 어머님 당당하게 동네에서 기 펴고 사시게끔 노력하겠습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김미혜 / 부산시 금정구 장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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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체님 감사합니다. 주안에서 늘 함게해 주시고 좋은 만남이 되기를 기도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