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난 UAE 대통령 “한국에 37조원 투자 결정”
[한-UAE 정상회담]
국빈방문 尹, 무함마드와 정상회담
UAE 최대 투자… ‘제2 중동붐’ 기대
원전-에너지-방산 등 40여건 MOU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1.15. 아부다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15일(현지 시간)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26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UAE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간 투자 결정에 한국 정부는 민간기업을 포함한 한-UAE 투자협력 플랫폼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번 UAE 방문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이 구체화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 간 확대-단독회담을 진행한 뒤 투자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한국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UAE를 방문한 것은 1980년 양국 수교 후 처음이다.
이날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원자력·에너지·투자·방산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 13건이 체결됐다.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 정보기술(IT), 보건의료 등 신산업 협력에 대해 체결한 MOU까지 포함하면 한-UAE 간 체결된 전체 MOU 규모는 40여 건에 이른다.
양국 정부는 이날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쳐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의 ‘포괄적·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 공동선언(CSEP)’을 발표했다. 석유 공급 위기 시 UAE에서 생산된 원유 400만 배럴에 대해 한국이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한-UAE 국제공동비축사업’도 추진된다. 한국이 2009년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넷 제로 가속화 MOU’도 체결했다.
UAE “약속 지키는 한국 신뢰”… 원전-방산 등에 오일머니 투자
UAE, 韓에 37조원 투자
당초 100억 달러 투자서 300억 달러로
원전 확대-무기 공동개발 등 MOU
무함마드 “韓은 제2고향… 곧 방한”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2600억 원)의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 실무급 논의 100억 달러보다 크게 상회
무함마드 대통령은 또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을 이행해 내고 마는 한국 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이 양국관계에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 중동 붐’을 표방한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대규모 ‘오일 머니’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UAE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대단히 고맙다”고 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UAE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발전에 이 투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1980년 양국 수교 이래 첫 국빈 방문이 이뤄진 것은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양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함마드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은 이미 마음속 제2의 고향”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UAE 측이 약속한 투자는 당초 실무급에서 논의되던 50억∼10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액수다.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한국 기업의 성장성과 우수성,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자”라고 말했다.
300억 달러는 UAE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결정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사 협력 사례를 감안해도 압도적으로 큰 (금액의) 결정”이라며 “UAE는 영국에 100억 파운드(약 15조1900억 원), 중국에 50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고 전했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번 투자는 원전과 방산, 수소, 태양광, 에너지 분야 등 양국의 전략적 협력 분야에 고루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바이오·제약 등 생명과학,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 “양국 협력 핵심” 바라카 원전 확대
한국과 UAE는 이날 원전·에너지·투자·방산 등 4대 핵심 분야 등에서 40여 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 수위를 높였다. 특히 ‘넷 제로(탄소중립) 가속화 MOU’는 한국이 2009년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날 무함마드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을 콕 짚어 “양국 협력 프로젝트의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전 세계에 모범이 되는 평화적인 원자력 에너지 사용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원전 협력에 더해 석유 공급 위기가 발생할 경우 UAE에서 생산된 400만 배럴에 대해 한국이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한-UAE 국제공동비축사업’ MOU도 체결했다.
아울러 KDB산업은행과 아부다비 2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한국 유망기업 공동투자를 위한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국은 방위산업 협력 확대를 위해 전략적 방산 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무기 공동 개발에 대한 협력 수위가 높아지게 됐다.
아부다비=장관석 기자, 세종=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