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지꽃
온 천지에 꽃향기가 분분합니다. 생강나무에서 시작된 노란 물결이 산수유 복자기나무 개나리꽃으로 번지며 절정을 이룹니다. 꽃물결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산괴불주머니와 피나물도 황금색으로 치장, 연인의 입맞춤을 기다립니다. 이처럼 3~4월에 피는 많은 꽃이 황금색을 띠는 이유가 뭘까요? 간명합니다. 이즈음 활동하는 날벌레와 벌, 나비가 노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황금빛은 ‘사랑꾼’을 유혹하기 위한 미끼인 셈입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는 양지꽃도 그중 하나입니다.
양지쪽에 올망졸망 모여 희망을 노래하는 양지꽃은 소시랑개비, 좀양지꽃, 애기양지꽃 등 여러 이칭으로 불리며 전국 산지에 분포합니다. 자라는 환경과 모양에 따라 나도양지꽃, 너도양지꽃, 솜양지꽃, 돌양지꽃, 물양지꽃 등으로 분류되고, 국내에서만 20여 종이 서식합니다. 봄에 핀 꽃은 8월에 열매를 맺고, 이듬해 곧바로 씨앗을 틔웁니다.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며 맛이 순하고 담백해 예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이용됐습니다. 민초들에겐 비상약품으로 애용됐지요.
이른 봄에 돋는 어린 순은 샐러드와 무침 나물, 국거리로 이용하며 꽃은 비빔밥과 국수, 파스타 등 여러 음식의 데커레이션 재료로 씁니다. 약용가치 또한 뛰어납니다. 뿌리와 줄기 모두 약재로 사용하는데 여름에 채취, 바람에 말려 사용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양지꽃 뿌리 추출물이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기능이 있음을 밝혀냈고, 한방에서는 지혈제로 처방합니다. 특히 산후 출혈이 멎지 않거나 월경 과다 등 여성 질환에 널리 쓰였습니다. 민간에서는 허약체질 개선과 정력 증강제로 처방하기도 했지요.
사랑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정성이 담긴 음식 하나에 부부, 연인 사이의 정이 더욱 돈독해집니다. 꽃은 사랑을 키우는 훌륭한 재료이지요. 더욱이 식용 꽃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건강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색과 향으로 식욕을 돋웁니다. 꽃의 색소에 함유된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하지요. 양지꽃을 비롯한 식용 꽃은 샐러드와 튀김, 비빔밥, 초밥, 샌드위치, 수프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하지만 꽃이라고 다 먹을 순 없습니다. 은방울 박새 현호색 동의나물 천남성 꽃은 맹독을 지녀 자칫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묘약’이 아닌 ‘죽음의 키스’가 될 수 있지요. 명심하시길.
강병로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