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초하루 아침 7시. 50년 친구. 네명과 양재시민의 숲 매헌역에서 만나 1박 2일 여행길에 나섰다. 보따리를 챙기다가 갓 찍어낸 잉크냄새가 나는 이 시집 한권을 챙겨 넣었다. 지난 해 영문서적 startup 한 권을 번역하느라 백내장이 악화되었고 그 이후 책을 거의 읽지 않았었다. 5월10일 수술하고나니 눈이 맑아졌지만 아직은 무리할 일이 아니라 책을 펴들지 못했다.
군산에서 선유도로 가는 길은 시원했다. 선유도에서 다시 장자도에 들어가 대장봉 등산을 했다. 섬에서 정상을 오르는 오솔길이 아름답고 그늘이 져 있어서 하 시인의 그 그늘이란 이름이 자꾸만 맴돌았다. 숲속에서 그늘의 냄새를 찾아보려고 했다.
하산하여 인근 식당에서 계절식단이라는 서대탕을 먹고 인근 망주봉 둘레길을 따라 거의 십리길을 걸었다. 가는 길목의 아름다운 백사장이 눈부시다. 썰물이라 물이 빠진 백사장은 아스팔트처럼 단단해 걷기에안성 맞춤이었다.
선유도 유람을 마치고 서천에서 열리는 <꼴갑축제>엘 갔다. 금강변에서 건너다보이는 군산 시가지. 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꼴뚜기와 갑오징어 축제가 벌써 4회째라는데 선거철인데도 조용한 편이다. 세상이 많이 맑아진 탓일게다. 이 또한 맑은 나무아래 그늘진 세상풍경 인것 같다.
숙박지는 희리산 휴양림에서 짐을 풀었다. 새로지은 건물들이 아담하고 나무향이 배어 나오는 듯 하다. 산속은 조용해서 책 일기 좋았다. 그늘에도 냄새가 있다는 시집을 꺼냈다. 먼저 책제목의 시를 찾아보았으나 보이질 않는다. 앞 부분부터 간독으로 읽어나가며 찾았으나 어렵다. 책 제목은 하나의 랜드마크가 아니든가! 나는 길 잃은 처사가되어 책 중간을 넘어서니 오월의 그늘이 나온다. 역로구나!
그늘에도 냄새가 있다 작가의 책읽도록 유인책(?)에 걸러든 것일까! ㅎㅎ 아니겠지만 이런 생각도 스친다.
<오월의 그늘> ... 오월은 그늘조차 환하다.
나는 친구들 앞에서 이 시를 낭송했다.오월이 바로 어제가 아닌가! 나는 친구들에게 한편씩 낭송해보라고 했다. 장자도 대장봉에서 바라본 바다를 생각하며 시를 골라주었다. <바다, 그 빛갈> 희리산 속이라 <여름 숲. 그속에 누우면> 모두 즐거워 했다. 모두 시인이 된 듯 했다.
잠을 잘 자고 희리산 정상에 올랐다. 낮은 산이지만 산속의 산 같았다. 올라오는 길에 계룡산의 신원사(?) 의 고려시대 건물을 보며 잠시 쉬었다가 귀경했다.
첫댓글 막글인데
써 놓고 보니 카톡은 금세 사리지니
여기 옮겨 놓습니다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옮기셨네요~~~^^.
카톡으로도 잘 읽었습니다.
늘 좋은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김달호 선생님! 친구분들과 바다와 산과 1박2일의 시간이 눈에 보이듯 선명합니다..
제 시집이 분위기 역할을 했다니 참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신록의 하루하루 푸르고 행복하셔요~~
ㅎ ㅎ
여행지에서 특히 깊은 희리산 속에서 와인을 곁들인 자리에서
시가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