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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詩 읽기 스크랩 공무도하가 외 / 이현승
동산 추천 0 조회 35 16.01.08 19:0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공무도하가 / 이현승

 

 

건너지 못할 것은 다 강이라는 생각,
그러므로 지천으로 널린 것이 강이다
하품하다 흘린 눈물처럼, 슬픔이란
미천한 내가
미천한 그대의 눈동자를 마주할 때
보이지 않게 흐르는 강
울컥 물비린내가 나는 강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면서도
어쩐지 실패했다는 느낌
나는 헤어질 준비를 다 끝낸 사람처럼
자꾸 허탈하다 그러므로
최대한 밀착된 거리에서 만나고 있다는 거
그건 어쩜 그대를 볼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하여 기꺼이 나는 방종했다는 걸
거리에서 만나는 저 사내
거주지불명의 저 사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알았다
앞을 보면서 그러나 아무 것도 보지 않는
그 눈빛 앞에서 나는 변방의 곽리자고처럼
또 백수광부의 처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대로변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사내여
소주를 마시며 행려도 벗어놓고 구걸도 벗어놓고
사내는 길 건너를 망연히 보고 있다
노상에서 노천에서
끝없이 이어진 사내의 행려가
지금 사내를 내려놓으려는듯
강심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사람처럼
가지런히 신발을 벗었다

 

길 건너에 있는 사내
강 건너에 있는 사내
물수제비처럼 물에 잠길 사내

 

 

* 곽리자고(藿里子高) / 여옥(麗玉) 

 

고조선 시대 진졸 사람들. 

어느 날 곽리자고가 강가에 나갔다가 강기슭으로 달려오는

白首狂夫(머리가 하얗게 센 사나이)를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사나이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친듯이 강으로

뛰어 들어가 물에 빠져 죽고 뒤따르던 아내는 공후를 타면서

슬피 노래하다가 남편을 따라 강물에 몸을 던져 죽는다.

곽리자고가 집에 돌아와 아내 여옥에게 그 부부의 슬픈 운명을

이야기하니, 여옥이 이를 공후에 담아 노래한 것이 공후인 (??引)

또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이라 함

- 출전 문헌: 고금주(古今注)

 

공후인은 연대적으로 보아 한국 문학사(文學史上)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왔으나 확실한 제작 연대와 원가(原歌)는

알 수 없고, 이 노래의 한역가(漢譯歌)인 듯한 4구(句)로 된

한문 표기의 짧은 노래가 전한다

 

        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公將奈何

        (임은 건너지 말 것이지, 임은 물을 건너다가,

        물에 빠져 죽으시니, 임은 마침내 어이 하리요)

 

<海東繹史>에 의하면, 백수광부가 물에 빠져 죽으니 그의

아내는 통곡하여 울다가 슬피 공후를 타며 노래를 부른 후

자기도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내용에 따라, 原作者

백수광부의 아내이며 이를 노래로 정착시킨 사람이 여옥

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 전하는 가사가 시경체(詩經體)인 것으로 보아 당시

중국에서 성행한 시경체가 한국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

보기도 한다.

공후인(??引樂曲의 명칭이고 작품명은《공무도하가》

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공후인??引》으로 통칭하고

있다. 한편, 기록에 나오는 조선이 중국의 지명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중국의 악부시(樂府詩)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 sk5516님 블로그에서

 

 

밝은 방* / 이현승

 

 

  아버지가 나를 낳은 것은 36살 때이다. 아버지의 가장 오래된

사진은 제대 기념사진이다. 지금은 이미 백발이 된 아버지가

군모를 삐딱하게 착용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우들과

카메라 앞에 선 육군하사 이 하사는 웃고 있다. 웃는 군인의

윗입술이 Ⅴ자 모양으로 패여 있다. 굶주림의 흔적만이 시간을

가로지르고 있다. 어디선가 구멍이 뚫린다. 밝은 빛이 쏟아진다.

 

  배고픈 시절이었다. 젊은 군인의 아내는 고향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결혼 직후 입대한 젊은 군인은 그의 아내에게

삼 년 동안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쉬지 않고 편지를 썼다.

쉼없는 연서 때문에 아내는 시어머니로부터 눈총을 샀고,

또 너무 바빠서 답장조차 쓸 수 없었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일로 허리가 녹을 젊은 아내의 눈매를 그리며 편지를

썼다. 그들이 함께 아이를 낳아 키우고, 누에를 치고, 논을

갈고, 그리고 함께 배가 고픈, 노랗게 바랜 시간들

 

  아무도 부모의 어린 시절을 만날 수는 없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 26살의 젊은 군인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도대체 이 밝은 빛은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 것인가.

 

* 카메라 루시다 : 롤랑 바르트의 사진에 관한 노트

 

 

 

********************************

 

이현승 시인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 아이스크림과 늑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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